민선5기 여성정책 ‘헛구호’ 우려
민선5기 여성정책 ‘헛구호’ 우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7.13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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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장인수위 보고서‘여성단체 통폐합’거론
지역여성계, 민간단체 길들이기 의도 강력 반발

광주지역 여성단체들이 11대 광주시장직무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보고서에 단단히 화가 났다. 여성단체들을 ‘협치’의 동반자가 아닌 ‘통폐합’의 대상으로 직접 거론하고 있어서다.

인수위는 지난 2일 한 달 남짓 활동을 토대로 만든 두툼한 보고서를 언론과 시민단체에 공개했다.  여성단체가 문제 삼은 것은 여성가족분야 민간위탁 사업 내용 중 “여성단체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통폐합된 여성단체에 인건비와 사업비를 지원해 사업내실화를 기하겠다”는 항목이었다.

당장 광주시에 비판이 집중됐다. 순수민간 NGO조직인 여성단체가 지방정부 위탁업무를 수행할지언정 시가 통폐합을 운운하는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시가 공식적인 인수위 보고서에 ‘여성단체 통폐합’을 정 조준한 것은 입맛대로 민간단체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광주여성단체연합 등 8개 여성단체는 12일 성명을 발표해 “인수위 보고서가 여성정책의 역사성에 대한 몰이해와 협치의 기본인식조차 없는 낮은 인식을 드러냈다”며 “민간 개방형 직위확대로 제대로 된 협치 기반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당초 민선5기는 여성단체가 요구했던 광주여성재단 설립과 여성가족분야 조직개편안을 수용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냈다. 여성단체들도 “민선5기 시정철학인 행복한 창조도시 속에 돌봄과 나눔, 성 평등의 가치가 녹아들고 정착되는 명실상부한 인권존중의 공동체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며 화답했다.

가족과 보육, 아동, 청소년정책 등을 하나의 조직시스템에 묶어 효과적인 정책집행을 하게 되면 지역여성들의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성재단이 그 중심에서 여성정책연구개발과 환류, 성 평등 교육프로그램 개발, 여성리더십 교육, 국내외 교류협력, 여성문화공간조성사업을 담당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인수위 보고서의 일부내용은 이 같은 기대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수위가 민간단체를 ‘통폐합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민선 5기 시정철학이 ‘헛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 것.

인수위는 ‘민간단체 실시위탁 및 공모사업 검토와 개선안 마련’ 항목에서 여성협력프로젝트사업이 일회성·중복성 사업이 많고 대부분 소액사업으로 여성단체에 민간 위탁되고 있지만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수·진보·기타 등 40여개의 여성단체가 있지만 이를 아우르는 중심체로서 시 기능의 취약함 등을 문제로 적시했다.   

문제는 처방전에 있었다.

인수위가 약방문에 ‘여성청소년 정책관실과 여성발전센터 위상강화, 여성단체 통폐합 유도와 통폐합 여성단체 인건비·사업비 지원확대, 여성단체 역할을 재정립, 실시사업 내실화’를 처방한 것.

여성단체는 “민간단체 위탁공모방안으로 행정기관의 위상강화가 제시된 점은 전혀 맥락이 맞지 않다”고 말하고 “여성단체를 기금으로 길들이겠다는 발상은 시민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군부독재시절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인수위 보고서 내용이 공모사업의 문제와 개선점, 민간단체와 협력관계에 대한 근본원인은 짚지 못한 채 나쁜 의도만 담고 있다”며 “보고서의 관련내용이 수정돼야 하고 여성단체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성단체들은 이어 “민선5기 여성청소년가족정책관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다른 지역보다 뒤떨어진 여성정책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향후 진정한 협치를 위해서라도 여성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발표에는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여성장애인연대, 전국여성노동조합광주전남지부, 광주여성회, 광주여성센터 등 8개 단체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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