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보 건설되면 호수 될 것”
“영산강 보 건설되면 호수 될 것”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7.09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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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측 “보 쌓아도 갈수기 때 초당 20t 수량 흘러”
반대측 “죽산보 통선문 설치…운하로 가는 전 단계”

민주당 4대강사업저지 특위(위원장 이미경)가 ‘영산강사업’ 해법모색에 나섰지만 뾰족 수는 찾지 못했다.
지난 8일 오후 광주시청 소회의실. 특위 위원들의 비행기 시간까지 연기해가며 3시간 넘게 찬반진영이 창과 방패로 나뉘어 갑론을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준영 전남지사의 영산강사업에 대한 집착이 워낙 큰데다 찬반진영의 인식의 벽도 단숨에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민주당 4대강사업 저지특위가 광주시청 회의실에서 영산강사업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공방은 영산강에 두 개의 보가 들어설 경우 호수냐, 강이냐를 두고 전개됐다. 포문은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시 갑)이 열었다.

백 의원은 “영산강에 두 개의 보를 건설하면 영산호부터 광주천 앞까지 세 개의 호수가 만들어지는 셈”이라며 “영산강을 흐르지 않는 호수로 만드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영산호에 이어 보를 중심으로 죽산호, 승촌호가 만들어진다는 지적인 셈.

또 “호수형태의 영산강을 만들면 과연 수질을 담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두 개의 보 가운데 죽산보를 막지 않고 준설을 적게 하면 흐르는 강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익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영산강에 보가 들어서도 가동 보와 어도, 소수력 발전소, 구 하도를 이용해 항시 물이 흐르도록 할 수 있다”며 “보의 관리수위가 7.5m여도 갈수기 때 초당 5.7t 보다 4배 정도인 20t의 수량을 흘려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성기 조선대 교수가 즉각 반박했다. 한마디로 ‘웃기는 주장’이라는 거다.

이 교수는 “보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물을 가둬두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가동보라 할지라도 홍수 때나 위급 시에만 수량 조절을 위해 가동한다”고 일축했다. 

또 “언제는 수량 확보를 위해 보를 막는다고 했다가 지금은 물을 흐르게 한다고 하고 있다”며 “영산포에서 승천보까지는 약간의 낙폭 때문에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호수”라고 못 박았다. 

다음은 영산강운하를 둘러싼 논쟁이다.

임낙평 영산강살리기광주전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4대강사업 중 유일하게 마스터플랜에 뱃길이 있는 곳은 영산강 뿐”이라며 “죽산보에 통선문이 설치되고 있지만 몇 톤 규모의 어떤 선박이 통과하고 어느 항구에 정박하는지 아무런 자료공개도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승촌보에는 통선시설이 없지만 이론적으로 목포에서 승촌보 아래까지 배가 다닐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며 “현재 건설 중인 유량조절 댐과 MB인수위 시절 전남도가 제시한 댐의 위치가 같은 것만 봐도 운하로 가기 위한 전 단계사업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 영산강지키기광주전남시민행동 회원들이 간담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 대표는 이어 “현재의 수로 폭 50m와 수심 5m를 유지하면 2천~2천5백t 규모의 배가 다닐 수 있다”며 “죽산보의 설계를 조금만 변경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죽산보는 100t 규모의 황포돛배가 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며 “주변 나루터 12개를 복원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 건설과 준설을 통해 수량 확보와 수질개선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김재균 의원(광주 북을)은 “보 건설을 하면 일시적으로 물 용량이 늘어나지만 건천화를 유도해 오히려 하천수량이 줄어 든다”며 “보를 높이면 갈수기 때 영산강 수량이 풍부해진다는 논리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4대강에 10개의 보를 세우면 수질이 악화된다고 발표했다”며 “물 흐름을 막아 수질을 악화시키고 수량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보를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포환경련 관계자도 “수질개선에 100% 동의 한다”며 “지난 30년 동안 물이 차단돼 썩어버린 영산호는 방치하면서 보만 쌓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또 “현재 영산강사업은 지사가 세운 계획이 아닌데도 자꾸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절차와 주민을 무시하고 경제적 타당성 검토도 없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박준영 지사에게 마땅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성기 교수는 “보를 만들면 수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어차피 강에 잠시 머물러 있는 물로 수량 확보의 의미가 없다”며 “전남이 농도라서 물이 부족하다는데 영산강 본류에서 가뭄으로 농사를 못 지은 적이 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대부분 가뭄피해는 산골이나 도서, 해안가에서 발생하는데 영산강에 물을 확보하더라도 그 물을 어디에 써야 할 지 용도도 문제”라고 지적한 뒤 “수량이 많아지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은 무식함의 소치”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오염물질이 적을 때 맑은 물이 들어오면 충분히 희석효과가 있지만 오염된 물이 들어와 봐야 맑아지지 않는다”며 “물이 고이면 당연히 썩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고 말했다.

반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영산강은 섬진강의 1/3 수준이고 유출량도 금강의 27% 수준으로 4대강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수량이 부족하다”며 “전남이 농업지역이고 농업분야의 취수량이 가장 많아 영산강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익산청 관계자는 “보를 세워도 소수력 발전소와 어도, 저층 수, 구 하도를 통해 물이 흘러 얼마든지 수질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영산강사업 죽산보건설 현장
준설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김재균 의원은 “국립환경과학연구원이 퇴적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오염이 없다는 결론을 냈는데도 정부정책이 배치되는 대로 가고 있다”며 “대규모 준설을 하게 되면 하천환경이 파괴된다”고 우려했다.

이성기 교수도 “익산청이 퇴적구간의 골재채취 등 관리를 통해 과거 하상보다 1.3m 낮아지고 댐을 막은 후 퇴적물도 거의 쌓이지 않고 있다”며 “홍수피해가 난 것은 하상이 높아서가 아니라 과거 2m 짜리 수로를 60㎝로 줄여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익산청은 “현재 2700만㎡ 준설지역의 절반이상이 고수부지고 하상은 절반이 채 안 된다”며 “퇴적토를 준설하지 않으면 홍수피해가 난다”고 지적했다.

김종일 전남발전연구원도 “영산호의 퇴적 오니량이 5900만t으로 추산되고 준설비용만 1조원에 달한다”며 “퇴적오니의 준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양이 많고 예산확보가 용이하지 않아 부분 해수유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익산청장은 “영산호 오니 준설에 재원이 많이 들어가 영산강사업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변해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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