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3選
누가 감히3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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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1년앞으로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지역정가가 달아오르고 있다.

현직 단체장들은 지역 행사장마다 참석, 얼굴알리기에 여념이 없고 단속 등 표깍아먹을 행정은 아예 피하고 있다. 출마 입지자들은 입지자들대로 이리저리 얼굴을 내밀며 저울질해대는 모습들이다.

5개의 자치단체가 있는 광주시의 경우 두명의 재선 구청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선거에 출마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전남지역에서는 13명에 이르는 재선 자치단체장의 거의 대다수가 3선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출마의 변은 하나같다.
"지역현안사업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고 싶다" "고향을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삼겠다" 등.
"지역민이 원하니까…"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담양 문경규 군수처럼 "3선을 할 경우 장기집권으로 타성에 젖어 되레 지역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 출마 포기의사를 밝힌 단체장은 아직 없다.

오히려 서로가 "내가 적임자"라고 아우성치는 형국이다.

3선은 단체장 한 사람이 무려 12년동안 한 자리를 지킨다는 의미다.
권불 10년(權不 10年)도 옛말인 셈이다.

지역에서 시장, 군수의 권한은 막강하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자체로 갈수록 '시장님 군수님'의 지위는 가히 절대적이다.


광주·전남 재선(再選) 자치단체장
<전남 광역단체장>
전남도지사 허경만
<전남 기초단체장>
목포시장 권이담 여수시장 주승용 광양시장 김옥현 담양군수 문경규
고흥군수 류상철 화순군수 임흥낙 장흥군수 김재종 무안군수 이재현
영광군수 김봉열 장성군수 김흥식 완도군수 차관훈 진도군수 박승만
<광주기초단체장>
광주동구청장 박종철 광주서구청장 이정일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은 백성의 고락이 그에게 달려있고 국가의 성쇠가 그에게 달려있으며 그 책임이 임금과 견줄만큼 막중하다'고 지적한다.

"지방자체단체장은 감투나 벼슬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고 강조하는 문군수의 표현을 뒤집어보면 단체장직위는 큰 벼슬이다.

지역에서는 가히 '왕'처럼 군림한다. 2선, 3선을 거치는 동안 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유지들과 결탁해 지역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예사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예산과 인사의 권한을 쥔 단체장에 맞설 사람은 지자체내에선 존재하기 힘들다.

지자체내 주요 자리는 단체장의 사람들이 포진해있다. 선거가 가까워질 수 단체장들은 발탁인사니 능력우선이니 하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하며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방만한 경영과 전횡에 제동을 걸고 책임을 추궁할 제도적 장치도 불충분하다.

광주 전남 15개 단체장 벌써부터 '선거앞으로'
'주민공복'자처하다 당선되면 온갖 전횡 비리도


일부 지자체장들의 잇따른 비리와 무책임한 행정, 도덕적 해이의 사례들이 불거지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선 2기 지방선거 이후 전남에서 모두 6명의 단체장들이 상대방 비방이나 금품살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선거법 위반재판에 대한 법원의 엄벌방침에도 불구하고 모두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을 받아 현재 단체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선거법재판외에도 순천시장의 경우 민선시장과 2대 시장이 모두 수뢰혐의로 사법처리됨으로써 '순천시장자리는 복마전'이라는 말까지 시중에 떠돌게 됐다.

또 김옥현 광양시장은 부인이 승진인사와 관련한 수뢰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데 이어 본인도 검찰조사를 받는 수난을 겪었고 차관훈 완도 군수는 수뢰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항소중이다.

주민의 공복(公僕)을 자처하고 나선 단체장들이 뒷돈을 챙기거나 불법을 다반사로 저지른다면 그 부작용은 어디로 갈 것인가.

지방정가에서는 이에대해 "선거기간동안 사무실운영이나 운동원의 식대, 활동비 등 기본경비만도 억대의 돈이 들어가고 공천을 따는데 드는 비용을 포함하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들어간다는 단체장을 한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하려는 이유는 바로 당선만 되면 플러스 알파라는 계산때문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한때 광주지검에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던 한 단체장은 수사검사에게 "불구속 처리해주면 단체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까지 제의했으나 지금까지 물러났다는 소식은 없다.

물론 검찰의 구속으로 할말은 있겠지만 아무튼 전체 단체장의 40%가량이 임기중 사법처리돼 행정공백을 빚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마저 빚고 있으나 책임지기는 커녕, 3선! 재선!을 향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릴 지경이다.

일부 공무원들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우리 단체장이 이전에 뭐하는 사람이었냐. 느닷없이 공천받아 단체장자리에 앉아 있는 것아니냐, 3선은 안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체장들의 전횡과 비리에는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망국적 지역구도상황에서, 단체장후보의 공천권을 정당이 갖고 있는 현재의 정치구도가 한 몫하고 있다.

현 단체장 40%가 임기중 사법처리
방만한 경영 책임추궁할 제도적 장치 없어


자치단체장에 대한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은 자치단체장 후보를 앞으로의 경쟁상대로 여겨 자신보다 유능한 엘리트에게는 결코 공천을 주지 않으며 공천의 대가로 단체장에게 악성 민원을 하게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때면 국회의원은 단체장에게 정치헌금을 강요하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앙과 지방이 먹이사슬처럼 얽혀있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인민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실제의 정치와 행정이 이뤄지는 지방정치에 역점을 두고 지방을 책임지는 수령'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도덕성과 전문성, 개혁성을 들고있다.

청렴과 도덕성, 아랫사람의 농간에 휘말려 백성을 괴롭히는 역할에 가담하지 않는 전문성, 썩고 부패한 나라를 바로 잡겠다는 투철한 개혁의지가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오재일 전남대교수(행정학)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장(長)중심의 정치행정문화로 자치권은 미약하지만 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하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았다"면서"일방적 지지보다 미리 예견하고 준비하고 조정능력을 갖춘 단체장을 뽑는 유권자들의 혜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가 멀지 않았다.

3선을 꿈꾸는 자치단체장들의 마음도 바빠질 시기다.
"당신뿐이다"는 주위의 현혹에 휘둘리지 말고 "고인물은 썩는다"는 진리에 한번쯤 귀 기울여볼때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오만과 독단 대신 능력과 자질있는 미래의 지도자들에게 과감히 길을 터주는 앞선 지도자들이 잇따라 나오기를 주민들은 기대한다.

단체장의 연임조항을 현행 3선에서 2선으로 제한하자는 개정안까지 마련되기에 이른 실정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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