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살의 6·25에
예순 살의 6·25에
  • 김순흥
  • 승인 2010.06.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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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흥 (광주대 교수,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소장)

6·25가 일어난 지 60년이 되었다. 사람의 일생으로 말하면 환갑이다.

우리 민족이 겪은 수많은 비극 가운데 우리끼리 서로 나뉘어 전쟁을 하면서 죽이고 부수고 한 가장 큰 비극인 6·25. 당시에 입었던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지만 그 뒤 환갑이 되도록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은 그 어떤 재난의 뒤끝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크고 뚜렷하다.

아직도 전쟁이 끝난 종전상태가 아닌 (오랫동안) 잠시 쉬고 있는 휴전상태인 채, 60년이 지난 지금도 남북 간뿐만 아니라, 남한 내에서도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역 간에 계층 간에 세대 간에 깊은 골을 파놓고 있다. 한동안 남북교류와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 화해무드가 진행되었으나, 이 정부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 같은 과거회귀가 사회일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도 6·25로 인해 생겨난 앙금이 해결되지 않은 채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에서 사라지는(?) 6·25

지난 글에서 서른 살이 되는 5·18을 이야기하면서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발생연도와 성격에 대한 인지도를 말한 적이 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거나 지워지기 마련이지만, 이 같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모든 나라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자주 교육을 하고 기념을 하면서 그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60년을 맞는 6·25를 앞두고 몇 가지 조사결과가 눈에 띈다.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2009년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6·25전쟁과 관련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33%가 6·25전쟁의 발발연도를 잘못 알고 있거나 잘 모른다고 답하였다. 20대에서는 47%가 잘못 알거나 모르고 있었고, 6·25를 직접 겪은 세대인 60세 이상에서도 48%가 발생연도를 잘 모르고 있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이번에 대학생 4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학생 응답자의 7.4%가 한국전쟁이 일어난 연도를 모른다고 답했고, 포항지역사회연구소가 포항지역 중학교 2학년생 5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25전쟁 및 남북통일에 관한 의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한국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역사적 사건에 비해 모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3·1운동 84%, 5·18 96%, 6월항쟁 96%), 우리 역사에서 끼친 영향이나 지금도 남아있는 사회적 흔적을 생각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직접 경험자가 아직 살아있는 지금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세월이 가면 수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

국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

지금까지 고등학교 과정에서 필수로 배우던 국사가 내년부터는 선택으로 바뀐다. 중학교에서도 독립교과목으로 4단위이던 국사가 6차 교육과정에서는 3단위로 줄었고, 내년부터는 세계사와 함께 묶어 5단위로 바뀌면서 독립교과목의 지위를 잃게 된다.

어느 나라나 새 세대에게 자기 말과 자기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기본이다. 자기 말이 천대받고, 자기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남의 말 배우는 데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이상한 나라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지켜갈 것인지 답답하다.

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교육현장을 볼 때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이 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60주년을 맞으면서 6·25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걱정한다. 제대로 알고서도 의미를 새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의 의미를 새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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