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사관 ‘법 탓만’
한국대사관 ‘법 탓만’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6.27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9엔 선례 되면 70엔짜리 징용피해자 나올 수도
일본정부와 기업 배상거부 땐 한국정부에 ‘부메랑’

▲ 지난 23일 주일 한국대사관을 방문한 양금덕 근로정신대 피해할머니가 한국정부와 대사관의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 한국대사관이 근로정신대 문제해결에 뒷짐을 진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샀다. 미쯔비시 방문단은 23일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을 찾아 한국정부와 대사관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권철현 주일대사를 대신해 방문단을 맞은 이혁 공사는 “금년이 한일강제병합 100년째”라며 “일본정부가 법률문제를 넘어 역사적 관점과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 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또 “근로정신대 피해할머니들 문제에 대해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도와드려야 한다”면서도 “일본정부와 민간 기업이 법률문제를 들고 나와 난색을 표하고 있어 문제해결이 복잡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방문단은 한국정부와 대사관 측의 미온적인 대응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국언 사무국장은 “일본정부가 지난해 근로정신대 피해원고 후생연금 탈퇴수당금으로 99엔을 지급했다”며 “당시 유명환 외통부 장관이 주일대사를 불러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는데 어떻게 처리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나고야 지원회와 여든 살 할머니들이 99엔의 돈을 찾을 때까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한국정부와 대사관은 아무런 역할도 안했다”며 “한국 대사관이 남이 아닌 당사자 문제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국장은 이어 “99엔 처리문제는 비단 정신대 피해자뿐 아니라 똑같이 후생연금을 납입한 징용피해자 처리문제에도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70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3월 일본정부가 한국대사관에 건넨 공탁금 명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이어갔다.
이 국장은 “일본 국책은행에 4조원 대에 달하는 징용노무자들의 미불임금이 보관돼 있는 사실을 아느냐”며 “이명박 정부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했는데 일제피해자들의 눈물과 피 값을 찾아오는 것보다 더 큰 국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선호 시민모임고문은 “한국정부가 일본국책은행에 보관된 4조 원 가량의 미불임금에 대해 이제까지 일언반구도 하지 않다가 문제가 되자 일본정부를 대신해 1엔 당 2000엔으로 배상하겠다는 상식에 벗어난 방식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갑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우리정부와 대사관이 99엔과 미불임금 문제를 우리 법에 따라 적극 해석해야 한다”며 “일본정부와 기업이 배상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한국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온당치 못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일본법원이 미쯔비시 소송을 기각했지만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고 기업의 도의적 책임을 권고했다”며 “가해자는 일본정부와 기업인만큼 우리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중곤 피해원고는 “한국정부가 어떻게 미쯔비시와 아리랑 3호 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편안히 장사를 하도록 해줄 수가 있느냐”며 “정부가 과거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만하다”고 격앙했다.

김희용 시민모임 대표는 “나고야 지원회가 정신대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20년 넘게 활동했다는 사실을 불과 2~3년 전에 알았다”며 “당시까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입장에서 한국대사관에 싫은 소리를 할 자격이 없다”고 서두를 꺼냈다.

하지만 “지원회와 함께 일하면서 200여일이 넘게 1인 시위를 하고 13만4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일본을 방문했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대사관이 시민정신과 촛불, 세계정신에 뒤처지지 말고 함께 가면서 뒤틀린 조국의 아픈 역사를 끝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