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쯔비시 주총 ‘독수리 5형제’
미쯔비시 주총 ‘독수리 5형제’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6.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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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회, 미불임금 등 항의 위해 ‘비장의 카드’ 준비
회사측, “법적책임 벗어나도 인도적 책임 회피 못해”

미쯔비시 중공업 주주총회 석상에 ‘독수리 5형제’가 떴다. 나고야 지원회가 미쯔비시 주총을 겨냥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비록 한 명이 건강이 좋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다카하시 마코도 지원회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는 1명뿐이었는데 올해에는 4명이 주주로 참석해 3명이 의견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고무됐다.

그 주인공은 야마다 변호사, 미우라 도시히로, 마에야마 구니오, 이시마토씨 등 4명.

이들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35만 엔(한화 450만원)의 돈을 들여 미쯔비시 주식 1000주를 매입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했다.

▲ 미우라 도시히로
미우라 도시히로씨는 “미쯔비시 주식을 사고 싶어 산 것이 아니라 과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임금을 미지급한 것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청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마에야마 구리오씨도 “주주총회 참석은 3월31일 이전까지 1000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에 한에 허용 했다”며 “그 때문에 지난 2월 없는 돈에 무리해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보고회를 통해 “미쯔비시가 근로정신대 강제연행사실을 인정하고 법적 책임은 회피할 수 있어도 인도적 책임은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도시히로씨는 “어제 한국 국회의원을 포함한 25명이 미쯔비시에 요청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회사 측 야쓰다 상무가 ‘알고 있고 사장에게 그대로 보고 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불임금 때문에 국제신용이 떨어지면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데 그대로 놔둬도 되느냐 했더니 사측에서 ‘할머니들이 미쯔비시에서 일한 것을 인정하고 과거 일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보고했다.

도시히로씨는 이어 “사측에 나고야 고등재판소 판결문을 읽어봤느냐고 질문하자 ‘재판에서 이겼지만 인도적 입장에서 책임은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 야마다
두 번째 질문자 야마다 변호사는 “한국에서 미쯔비시가 인공위성발사를 수주한 것에 대해 전범기업에 그런 혜택을 줬다고 항의하는 것이 신문이나 메스컴에 나온 것을 아느냐고 했더니 ‘그런 사실은 없고 모른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또 “니시마츠 건설이 최고재판소 판결대로 원고들과 화해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한 예가 있는데 미쯔비시 건설은 그럴 의향이 없냐고 묻자 ‘앞서 미우라가 했던 질문과 중복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질문자 마에야마 구니오씨는 “회장에게 기업은 이익을 내는 곳이지만 윤리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가 답변을 거절당했다”고 떨떠름해 했다.

▲ 마에야마 구니오
마에야마씨는 이어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야쓰다 상무가 ‘회사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회장과 사장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고 보고했다.

끝까지 질문기회를 잡지 못한 이시모토씨는 “야스다 상무가 답변을 통해 이번 사안을 국가 간의 일로 점점 신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특히 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위해 사장이하 임원진들이 큰 문제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주주들 사이에서 이런 문제가 있었느냐, 중요한 문제다라는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주주질문이 받아들여 진 것이 큰 진전이었고 미쯔비시에게 큰 압력을 줬다”고 총평했다.

▲ 이시마토
다카하시 회장은 “미쯔비시 측이 첫 번째 질문자에게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차가운 반응을 보였지만 질문이 계속되자 답변에 변화가 있었다”며 “올해 경술국치 100년을 중요한 문제로 잘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또 “어제 교섭 후 미쯔비시 담장자가 조속하게 협의하자고 약속한 것이 오늘 주주총회 발언으로 나왔다고 믿는다”며 “13만4천여 명의 서명과 국회의원 100명 서명, 금요행동, 1인 시위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자평했다.

다카하시 회장은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틈이 갔는데 그 틈을 더 크게 확대시키고 빛과 희망을 찾기 위해 금요행동을 단호히 계속하겠다”며 “지원회와 시민모임이 힘을 합쳐 반드시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한편, 미쯔비시 주주들은 미쯔비시 사죄와 보상문제에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고야 지원회가 이날 나눠준 문항에 대한 답변 분석결과 “미쯔비시가 반성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미 재판으로 끝난 일”이라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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