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까지 협의체 구성” 제의
“7월15일까지 협의체 구성” 제의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6.27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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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쯔비시 가부통보 없으면 국회차원 국민적 저항”
시민모임·나고야 지원회, 미쯔비시 앞 4보1배 시위

▲ 지난 22일 일본방문단과 나고야 지원회원 40여명이 도쿄 하나가와역에서 미쯔비시 본사까지 4보1배를 하고 있다.
“미쯔비시 사죄하라!” “일본정부 배상하라!”

23일 오전 도쿄 시나가와 역. 일본 전범기업이 자리한 심장부를 물빛에 젖은 구호소리가 강타했다. 비록 소수의 목소리에서 나왔지만 크고 긴 울림이었다.

일본방문단과 나고야 지원회원 40여명은 이날 일본정부와 미쯔비시 중공업의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는 ‘4보1배’ 시위를 진행했다.

미쯔비시 중공업은 일제 당시 무려 10만 명이 넘는 조선인들을 강제징용한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특히 13~15세의 소녀들을 ‘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벌게 해준다’는 감언이설로 꼬여 강제노역을 시킨 뒤 65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거센 장대비가 내렸다.

이날 4보1배에는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과 이상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장, 김재학 신부, 서정성 광주시의원 당선자, 김영록 세무사, 박수희, 유종천 시민모임 회원 등 7명이 참여했다.

그 뒤를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광주유족회장과 양금덕, 김중곤씨 등 원고대표, 김희용 시민모임대표, 민주당 이용섭 국회의원(광주 광산을),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 김선호 광주시교육의원 당선자 등이 뒤따랐다.

시민모임과 나고야 지원회는 이날 일본정부와 미쯔비시 중공업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13만4162명의 서명용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항의의 표시로 4보1배를 했다. 또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미쯔비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하자는 의미도 담겼다.

4보1배가 끝난 후 한국 측 대표 15명과 일본 측 대표 4명 등 총 19명은 미쯔비시 담당자와 면담을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일본 미쯔비시 측에서는 마루오 부장 대우 등 3명이 참석했다. 

▲ 나고야지원회와 일본방문단이 23일 미쯔비시 주주총회장 입구에서 주주들을 상대로 미쯔비시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용섭 의원은 “금년은 한일합병 100년이 되는 가슴 아픈 해”라며 “올해를 넘기지 말고 한국민과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죄와 배상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또 “대한민국 4천8백만 국민을 대표해 13만4천여 명이 서명하고, 한일합방 100년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국회의원 100명이 서명했다”며 “7월15일까지 문제해결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 구성에 대한 가부를 알려달라”고 통첩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때까지 통보가 없으면 미쯔비시가 문제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국회차원의 국민적 저항운동과 불매운동, 미쯔비시 기업 한국진출 반대투쟁, 국제인권단체와 언론호소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선호 시민모임 고문은 “니시마츠는 미쯔비시와 같은 시기에 강제노역을 시킨 사실이 있지만 중국인 징용자들에게 두차례 사죄하고 배상했다”며 “하지만 미쯔비시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고문은 또 “대한민국 100여개 중고교 6만여 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늦어도 6년이면 세계무대서 일할 재목”이라며 “학생들의 머릿속에 미쯔비시가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기업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과거사를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김희용 시민모임 대표는 “서명운동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빠른 시일 내에 화해해서 세계평화를 만드는 길에 미쯔비시도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금덕 피해할머니는 “지난해 좋은 소식을 준다고 해서 그냥 돌아갔는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며 “8월15일 이전까지 문제해결을 하겠다는 답변을 주지 않으면 혼자 남아서라도 싸우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또 “괜한 돈을 달라고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라 뼈 빠지게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 왔다”며 “지난 65년 동안 오욕의 날들을 살아왔던 것에 사죄하고 당장 미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금주 회장도 “65년 전 일본인 교장이 자기제자를 감언이설로 속여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즉각 미불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는 “13만4천여 명의 한국민과 국회의원 100명이 서명을 받아와 면담을 요청했는데 세계적 기업 미쯔비시가 이렇게 응대해서는 안된다”며 “미쯔비시가 세계공동번영을 기원하는 기업인지 몇몇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모인 기업인지 모르겠다”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마루오 총무부장 대우는 “13만4천여 명의 서명용지를 받으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새삼 인식하게 됐다”며 “서명용지를 여러분의 희망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언제까지 답변을 줄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루오 부장대우는 또 “권한 있는 사람이 나와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태스크 포스팀 구성은 아주 중요한 의견으로 인식했지만 7월15일까지 입장표명은 오늘 여기서 답변할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마루오 부장 대우는 이어 “오늘 13만4천여 명의 서명에 대해 상부에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하고 “회사에 돌아가 내부검토를 해야 답변할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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