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저항 여전히 유효”
“혁명과 저항 여전히 유효”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5.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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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쟁과 폭력의 얼굴을 가진 제국주의 표상”
5·18 30주년 국제학술대회 참석 칼 보그 LA대 교수

5·18 30주년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칼 보그 로스엔젤레스 국립대학 교수가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 칼 보그교수 <사진제공=전남대 5·18연구소>
지난 26일 오후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 ‘자본주의 위기와 신자유주의’를 주제로 한 특별세션에서 보그 교수는 ‘제국,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운동’ 기조발제에 나섰다.

그는 “60년 전인 1950년 6월 한국에 아버지가 있었다”며 “저는 오늘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러 왔지만 아버지는 당시 전쟁을 하러 한국에 왔다”고 소개했다.

또 “아버지가 한국에 1년 정도 있었는데 타임표지에 얼굴사진이 실렸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전쟁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공산주의에서 구한 것으로 잘못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전쟁의 진실과 복잡한 이면을 알 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며 “한국전쟁 후 부친은 ‘전쟁증후군’에 시달리면서 알코올 중독과 마약으로 삶이 처참하게 파괴당했다”고 털어놨다. 

베트남에 파병됐던 형제 중 한명도 아버지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그는 “전쟁과 군사주의는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의 삶까지 모두 파괴시켰다”며 “미국은 전쟁과 폭력의 얼굴을 가진 제국주의의 표상”이라고 비판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과 60년대 신좌파 운동에 대해 비교·분석도 했다.

그는 “프랑스 68혁명, 69년 이탈리아의 뜨거운 봄, 미국의 신좌파 운동 등 모든 역사적 사건은 지역차원의 투쟁에서 시작됐다”며 “하지만 특정지역과 시간을 넘어 전 세계와 연대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광주항쟁은 한국민주화 운동에 매우 중대한 계기가 됐다”며 “5·18을 광주라는 공간으로 제한하지 말고 전국과 전 세계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역사는 공동체와 연대를 통해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발전한다”며 “새로운 시민개념과 민주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참다운 시민권이란 투표행위를 넘어 역사에 영향을 주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의회와 정당을 넘어 문화와 교육, 개인 등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5·18과 미국 신좌파 운동의 차이는 주체의 문제로 봤다. 광주항쟁은 지역사회가 주도한 반면 미국의 반전운동은 특정 대학 캠퍼스에 국한됐다는 것이다.

그는 “광주항쟁은 지역사회가 주도하고 사건의 범위와 사상자도 훨씬 컸다”며 “반면 미국의 반전운동은 몇몇 특정대학 캠퍼스에 국한돼 부침을 계속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한 역사의 집합적 기억이 사람들에게 정체성과 비전을 갖게 한다”며 “60년대 미국 버클리 대학의 표현의 자유 운동은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대학의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 보그 교수는 혁명과 저항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전남대 5·18연구소>
그 역시 “정치·문화·사회적 격변을 겪으며 삶이 바뀌어 전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 수 없었다”며 “비록 박사과정을 마치고 정치학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반전운동 등 전투적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워싱턴대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집시처럼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운동을 하면서 변화를 겪지 않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며 “정치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삶은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일맥상통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세계 사회운동은 4대 위기에 봉착해있다. 기후변화 등 생태위기와 기업권력의 증대, 자본 중심의 세계화, 군사주의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그는 “군사주의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폭력과 핵무장을 불러오고 있고 기업권력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지고 있으며 자본의 세계화는 지역사회와 운동을 배제하고 생태위기는 너무 심각해서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임계점을 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자유주의자들도 심각한 세계위기에 공감하고 현 상태로는 안 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며 “혁명이냐 저항이냐는 여전히 유효한 구호이며 기존의 소비와 생활양식을 뒤엎고 실천방식을 뛰어넘어 계급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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