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금호자본 야합 아니냐”
“노동청-금호자본 야합 아니냐”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5.14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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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원장, “노동청이 사업주 처벌·강제이행명령 미적”
근로감독관, “법대로 하고 있는데 내가 왜 당해야 하나”

“도대체 노동청이 뭐하는 기관이냐.”
“금호타이어가 당연히 줘야 할 돈을 안주고 있다.”

지난 12일 북구 첨단지구 내 정부광주지방합동청사 앞.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들과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제 막 금호타이어와 광주지방노동청 규탄집회를 끝낸 참이었다.

명퇴자 한 명이 “이 좋은 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다. “우리가 거지냐? 정말 더러운 회사”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내 명퇴자들은 노동청 안을 향했다. 답답한 마음에 노동청장이라도 만나 호소라도 해보자는 심사였다. 때마침 청장은 출장 중이었다. 노동청 관계자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면담이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명퇴자들은 노동청 문턱 높이를 새삼 실감했다. 

“청장 얼굴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수근 댐은 “다 굶어죽게 생긴 판에 절차는 무슨 절차”라는 격앙으로 바뀌었다.

▲ 금호타이어 명예퇴직자 대책위는 당초 금호타이어 사장을 고소하려다 근로감독관이 처벌을 원하면 진정서가 고소장과 똑같은 효력이 있다는 말에 올해 3월 19일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으나 날짜만 길어졌을 뿐 별무소용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사진은 지난 3월 한 사무실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명예퇴직 노동자들.
옥신각신 끝에 근로감독관과 면담이 성사됐다.

신문기 명예퇴직자 대책위원장은 작정하고 말을 꺼냈다. 금호타이어 김정호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지 않은 것은 노동청과 금호자본이 야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당초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근로감독관이 처벌을 원하면 진정서가 고소장과 똑같은 효력이 있다고 해서 믿었다”며 “지급명령 나오기만 기다리다 날짜만 길어졌다”고 하소연했다.

3월19일 진정서를 제출한 만큼 4월27일까지 조사를 끝내고 검찰로 송치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에 대한 항변인 셈이다. 실제로 김 사장은 지난 6일과 10일, 11일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신 위원장은 “근로감독관이 믿어달라고 해서 참았는데 김 사장이 세 차례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노동청의 퇴직금·체불임금지급 강제이행명령도 요구했다.

사측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10일 사원들에게 임금과 상여금을 주면서 퇴직자에게는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퇴직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가정이 파탄날 지경”이라며 “노동청이 어떤 조치를 취해서라도 명퇴자부터 지급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냥 묵과하고 넘어갔다”고 다그쳤다.

신 위원장은 또 “금호타이어 본부장이 돈도 준비하지 않고 명예퇴직을 받은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퇴직자들에게 우선 지급해야 할 돈을 사원에게만 주고 명퇴자들을 버린 취급한 김 사장에게 괘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한 명퇴자도 “힘없고 의지할 데 없어  법에 호소했는데 한 달, 두 달 시간만 끌고 있다”며 “당장 퇴직금이 나와야 생활이 가능한데 다 죽고 나서 돈이 나오면 무슨 소용이냐”고 퉁수바리를 했다.

이에 대해 임동학 감독관은 “3월19일 최초로 진정서를 받고 4월13일 최종연명 접수를 받아 조사를 벌인 뒤 지난달 27일 김정호 사장을 입건했다”며 “사건이 접수되면 당사자 조사와 처리기간이 한 달 정도 소요되고 입건한 날로부터 2개월의 조사기간이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27일 입건했으니 법적으로는 6월26일까지가 처리기간이라는 것이다.

임 감독관은 “현재 명퇴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소 불만이 있겠지만 법 규정과 지침에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법대로 하고 있는데도 왜 내가 항의를 받고 당해야 하는지 열이 난다”며 “금호타이어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니 회사에 호소하라”고 말해 명퇴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실적 애로사항도 토로했다.

김 사장의 출두불출석에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고 퇴직금과 체불임금 청산을 종용하고 있지만 지급하지 않으면 현실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임 감독관은 “그동안 사측에 수차례 임금지급을 요구했지만 자금이 없어 못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 문제를 조사해서 검찰로 송치하기 위해 김 사장에게 세 차례 소환통보를 했는데 불응했다”고 밝혔다.

임 감독관은 이어 “이 사건은 형사사건이지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민사사건으로 가야 한다”며 “김 사장에게 조서를 받을 때 ‘괘씸죄’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임 감독관은 또 “김 사장에게 18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서를 보냈다”며 “이번에도 불응하면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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