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깨운 행복한 실천의 경험
나를 일깨운 행복한 실천의 경험
  • 윤영덕
  • 승인 2010.04.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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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덕 전남대 5·18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언젠가부터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늘 되새기며 살자는 명구가 있다. “고달프고 힘든 자기성찰이 없는 한 삶의 질은 절대로 좋아질 수 없다”는 실상사 도법스님의 말씀이다. 되돌아보면 이 심오한 말씀을 ‘늘 되새기며’ 산 것이 아니라, ‘늘 잊고’ 살아 온 것 같아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도, 스스로도 행복할 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소중하게 평가될 수 있는 삶을 엮어가는 지혜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정의롭게 하는 힘도 결국 자기성찰을 통해 부단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나 자신에게서 얻어진다는 것을 미처 절실하게 깨닫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성찰의 계기를 마주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가끔씩이나마 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계기를 마주했다. 그것은 상당부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시민모임’ 덕분이었다. 지금은 지역사회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관심으로 꽤 많이 알려졌지만, ‘시민모임’은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희생양이 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당시 13세에서 15세 소녀들)의 명예회복과 인권구제를 지원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난해 3월 12일 발족하였다.

그동안 ‘시민모임’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데 주력해 왔으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법적 소송과 청원 활동 지원, 일본의 양심적 시민단체인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와의 국제교류 활동, 대중강좌, 사진전 등을 진행해 왔다. ‘시민모임’은 온-오프라인 회원(총 400여 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의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는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의 1인 시위와 10만 명 서명운동 등을 비롯한 실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모임’ 인터넷 카페에서, 1인 시위 현장에서, 집행위원 회의와 회원들과의 모임에서, 늘 자신을 낮추면서도 자기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또 실천에 옮기는 회원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에게 일상에서의 깨우침을 자극하는 조용한 ‘뇌성벽력(雷聲霹靂)’이었다.

벌써 140회째를 넘긴 1인 시위에 함께하고 있는 연인원 1,200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 토요일과 일요일 서명용지를 들고 거리로 나선 중고등학생과 직장인들, 평소에 전화 한통 하기도 주저되는 자식의 선생님을 만나 서명운동을 부탁한 학부모, 자기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보겠다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회원….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이러한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이 ‘시민모임’에서 느끼는 감동이고, 나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다.

‘바보’들의 행복한 실천

한 나라의 대통령조차 과거의 행적을 하잖게 여기고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에, 수 십 년 전의 ‘역사적’ 문제를 놓고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보고자하는 모습들은 바보스럽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순도 100% 시민’들의 행복한 실천은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하고, 세상이 변해야 내 삶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명 하나로 달라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서명이 아니라 1만 명이 투서를 하고 단지를 한다고 해서 일본이 사죄하리라는 기대 또한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입니까? 그것은 일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죽기 전에 ‘사죄’라도 한마디 들어야겠다는 할머니들의 외롭고도 고단한 투쟁에 화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일본이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위선입니다. 그것은 거짓입니다.”

‘시민모임’ 카페지기가 회원들에게 보낸 서명운동 호소문의 일부이다. 참으로 뒤숭숭한 세상에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생활공간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실천’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1945-815)를 한 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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