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와 [그린존], 겉은 비슷하지만 속은 다르다
[허트 로커]와 [그린존], 겉은 비슷하지만 속은 다르다
  • 김영주
  • 승인 2010.04.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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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

※ 제 영화이야기는, 영화평론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소재로 하여 저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접목시켜 펼쳐 보이는 글입니다. 수없이 다양한 견해들 중에서 하나일 따름입니다.

▲ 영화 <허트 로커> 스틸 컷.

앞서 이야기한 [그린 존]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속내용은 다르다.

* 비슷한 점 : 전쟁터의 어느 한 모습을,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러티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억지로 꾸며 만들어낸 긴장감이 아니라, 고밀도 리얼러티로 긴장을 바짝 돋운다. 그 슬픈 悲哀感이 처연하게 아려온다.

* 다른 점 : [그린 존]은, ‘Green zone’에 도사린 전쟁음모를 포인트로 잡아 파고들면서, 그 스토리 전개와 액션에 긴박감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라크라는 특정한 지역의 전쟁이 갖는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 [허트 로커]는, ‘Kill zone’에 도사린 폭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 얽힌 개인과 동료 사이의 심리적인 갈등이나 거친 우정을 섬세하게 터치하면서도 그 사건들을 굵고 묵직하게 밀고 간다. 그래서 미군들이 전쟁터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을 심리적으로 파고든다.
 
[허트 로커]에서 무엇보다 돋보였던 점은, 전쟁터 군인들의 심리적인 갈등이나 거친 우정의 모습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가면서도, 그걸 굵고 묵직하게 이끌어내는 연출능력이다. 섬세하게 깊은 심리적 터치를 남성들의 마초스런 모습에 함께 담아 넣어서, 어쩌면 그토록 리얼하게 잡아내어 버무려 그려낼 수 있을까! 그 관찰력과 그 묘사력이 참으로 놀랍도록 대단하다. 첫 장면에, “War is a drug!”이라는 글귀를 내세우며, 전쟁으로 상처받은(Hurt) 사람이 그 상처들에 익숙해지고 점점 중독되면서 마침내 자기만의 공간(Locker)에 갇혀버리고 마는 모습을 그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곤 임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오지만 다시 그 전쟁터의 그 자리로 되돌아오고야 마는 ‘외로운 늑대’의 씁쓸한 뒷모습으로 마무리 짓는다. 전쟁으로 인한 개인적인 비애를 그려내는 섬세함과 묵직함 그리고 그 씁쓸한 여운에, 삶의 숙성 A+를 주고 싶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7407&videoId=27414&t__nil_VideoList=thumbnail

▲ 영화 <허트 로커> 스틸 컷.

그러나 그 내용이 폭발물 제거반 미군들의 개인적인 모습을 둘러싼 전쟁의 비애를 그리는 데에만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고, 미국과 이라크의 정치적 문화적 상황이나 미군과 이라크인들 사이의 사건과 갈등을 전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전쟁의 비극이 개인적인 상처(Hurt)에만 머물고 말아버린 문제점이 있다. 게다가 이 전쟁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관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폭발물 주변에 서성거리며 바라보는 이라크인들을 음울하고 스산하게 연출하며, 누가 민간인이고 누가 게릴라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걸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이라크 전쟁을 [그린 존]과는 정반대로 미국 보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세력 입장에서 보면 삶의 숙성이 더욱 A+이겠고, 진보세력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어느 미군의 개인적인 고뇌로 물타기 하는 F학점이겠다.

캐서린 비글로 감독이 제임스 카메론의 옛 부인이었다는 걸 화제로 삼으면서, 아카데미 영화제는, 이번에 세계적으로 대박을 친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촬영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3개 부문 밖에 주지 않았지만, 저예산 영화인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이라는 6개 부문의 큰 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더구나 여성감독에게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이라는 신기록까지 안겨준 화제꺼리를 만들어냈다. 아카데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바타]가 이 정도로 초라하게 밀려난 게 빼어나게 보수적인 영화[허트 로커]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영화에서 미국 인디언으로 상징되는 나비족을 미화한 게 보수적인 아카데미 영화제의 비위에 맞지 않았을 뿐더러, 영화의 내용이 디즈니 애니[포카혼타스]를 너무 많이 베꼈기 때문에 다른 상을 주기에 딱했을 것이다.

▲ 영화 <허트 로커> 포스터 사진.
아카데미 영화제가 보수적이기에,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이 작품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이라는 6개 부문의 큰 상을 받는 건 마땅하다. 영화기술 A+. 영화재미엔, 그녀의 섬세하면서도 굵고 묵직한 연출능력을, 많이 느낀 사람은 A0, 적게 느낀 사람은 B0, 미처 느끼지 못한 사람은 C0를 줄 것 같다. 캐서린 비글로 감독, 정말 대단한 여인이다. 난 그녀를 까맣게 몰랐다. 이제라도 그녀의 작품을 찾아보아야겠다.

<캐서린 비글로, 인터뷰>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7407&videoId=27480&t__nil_VideoList=thumb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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