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료환불 미루다 학원 문 닫으면...
수강료환불 미루다 학원 문 닫으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8월 첨단전산학원(원장 박미경. 광주시 동구 서석동)을 찾은 정종환군(18. 당시 고2년)은 12개월분 수강료 248만원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애니메이션과정을 수강했다. 정군이 개인 사정으로 올 2월에 학원을 그만두면서 나머지 기간에 해당하는 수강료의 환불을 학원측에 요구했을 때 첨단학원측은 이를 거절했다.

'수강생을 모아 우리에게 교육을 위탁한 것은 (주)인잡이니 거기가서 환불요청하라'는 것이었다.

위탁기관. 학원 서로 떠넘기다 폐업

뒤늦게 정군이 수강신청당시의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수령자가 '(주)인잡(대표이사 김동일. 광주시 동구 서석동)'으로 돼 있었다. 인잡측은 전화통화에서 5월초에 통장으로 입금해준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입금은 안돼있고, 이젠 전화마저 끊겼다.

첨단전산학원과 (주)인잡에 6개월에서 12개월 단위로 수강신청을 하고 100만원에서 20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낸 뒤 환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상담 또는 고발한 흔적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첨단전산학원과 (주)인잡의 환불관련 피해 및 상담이 광주YMCA(4건), 광주 YWCA(4건), 동부교육청(8건), 소비자 보호원(2건)이 접수됐으며 동부경찰서에도 2건의 고발이 이뤄진 상태다.

신고된 피해자는 현재 20여명 안팎이지만, 이같은 방식으로 1년동안 학원운영을 해 피해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첨단전산학원은 지난해 3월 학원설립 이후 사무자동화, 정보처리, CAD 등을 교육해왔고, (주)인잡은 지난해 6월 인터넷관련 정보서비스업 사업자등록 뒤 '취업연수생 모집'광고를 통해 웹마스터.애니메이션과정을 열고 수강생들을 첨단전산학원에 위탁교육을 해왔다.

피해자 20명 "법망 회피 교묘한수법"

양측의 교육위탁계약의 배경에는 (주)인잡의 이사중 한 사람인 김동신씨와 첨단학원의 원장인 박미경씨가 부부관계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주변관계자들의 말이다.

동부교육청은 첨단전산학원과 (주)인잡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자 첨단전산학원에 대해 '학원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운영과 관련된 중대 부조리' 위반을 지적하며 지난해 11월30일 휴원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첨단전산학원측은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올 1월 행정심판청구를 했고, 기각되자 다시 동부교육청장을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낸 상태다. 이 소송은 학원측 변호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고, 원장 본인은 현재 연락도 안된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동부교육청은 그러나 (주)인잡에 대해선 학원이 아니므로 피해사례가 접수돼도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주)인잡의 고발건을 조사하던 동부경찰서측은 "지난 2월 (주)인잡의 사장인 김동일씨를 상대로 5명이 고발을 해와 조사에 착수했으나 김씨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김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자신의 주소지로 사건이송을 요청해서 전북 임실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또 4월15일자로 사건을 넘겨받은 전북 임실경찰서측은 "김동일씨가 한번 출석한 뒤 건강을 이유로 출석을 미루는 바람에 아직 조사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교육청이나 경찰에서도 본인들이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상적인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동부교육청 "학원법 적용할 수 없다"

지난 23일 첨단전산학원은 이미 강사들이 임금체불로 대부분 떠났고, (주)인잡 역시 새로 학원을 차리려는 사람 몇사람이 새단장한다며 드나들뿐이었다.

광주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첨단학원도, (주)인잡도 문을 닫게되면 아직 환불받지 못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적인 방법 뿐이다"며 "하지만 민사소송을 내더라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대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첨단학원에서 (주)인잡으로 책임이 미뤄지고 결국 문을 닫아버리는 일련의 과정은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지도관리하는 기관이 부재한 상태에선 유사한 피해사례가 늘 수밖에 없으므로, 교육청과 경찰측의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