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열풍에 부화뇌동 말아야”
“아바타 열풍에 부화뇌동 말아야”
  • 이경선 기자
  • 승인 2010.02.1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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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기술·자본결정주의에 매몰될 우려 커
정성일 영화평론가

▲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아바타는 ‘열광’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영화”라며 “열광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찬사와 근심의 미래로부터 간극 지어진 실제의 제자리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카메론의 신작 <아바타>는 지난해 12월 개봉 후 3D(입체)영상에 대한 입소문으로 전국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몰고 왔다. 연일 수립되는 흥행 기록으로 영화계의 찬사와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7일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았다.

이날 정 평론가는 ‘아바타와 한국영화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아바타>를 둘러싼 3D산업의 기대와 논쟁들을 짚어가며 <아바타>가 몰고 올 한국영화산업의 여파를 진단했다.

정 평론가는 “아바타를 보고 3D 산업 종사자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10년 후쯤에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기술이 2009년 12월 갑자기 가시화 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아바타>는 현재 이전의 2D(평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영상산업 전체의 패러다임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 평론가는 “아바타가 영화의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충분히 동의하나, 아바타가 ‘영화의 미래’ 라는 말은 말 그대로 영화의 미래가 아니라, 할리우드 바깥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미래”라고 꼬집었다.

정 평론가는 “아바타는 ‘열광’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영화”라며 “열광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찬사와 근심의 미래로부터 간극 지어진 실제의 제자리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바타의 3D 열풍이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 불어넣을 헛바람에 대한 우려다.

정 평론가는 “‘이것’이 영화의 미래라고 말하는 순간, 방점은 ‘미래’가 아니라 ‘이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미래에 대한 어떤 고정적 역할을 하게 되고 다른 미래의 가능성은 폐지되며, 오직 ‘이것’만이 투자할 가치가 있게 된다”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아바타의 성공을 말해주듯 한국영화 3D산업에 800억을 쏟아 붓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다양성 영화 발전을 위한 진흥 기금이 3D 산업으로 졸속 투자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바타>는 18일 오전 누적관객 수 1263만6749명을 기록하면서 개봉 2개월여 만에 <괴물>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흥행기록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아바타>의 독주로 지난 8일 복합상영관업체 CJ CGV가 발표한 1월 영화산업 분석자료에 따르면 1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38.9%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월 대비 7.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최근 5년간 1월 관객 수 중에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 평론가는 “자본주의와 기술의 노하우 영화문법의 발전과정이라는 삼각구도가 할리우드의 경쟁 안으로 이끌려 갈 것”이라며 “각자의 방식으로 지난 30년간 이룩해온 자국의 대중영화의 미래가 ‘아바타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영화의 미래가 아바타라고 하는 순간 영화에 관한 모든 패러다임이 할리우드 조직으로 즉,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돼온 영화의 가능성들이 할리우드 안으로 재편되고 담론의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바타 속 기술결정주의와 자본결정주의로 인한 우리나라 극장가의 변화도 내다봤다.

정 평론가는 “아바타가 성공을 거두고 3D가 영화의 미래라고 확정지어지는 순간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산업의 토대”라며 “현재 CGV는 올해 70%를 3D상영관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얼마 남지 않는 지역 극장들이 또 한 번 된서리를 맞게 될 것은 자명하다. 실제 지난달 아바타를 본 전체 관객수 611만명 중 37%(226만명)는 CGV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평론가는 또 “그동안 극장주들이 입장료를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번에 3D관 입장료가 일반 상영관의 2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항의도 없었다”며 “이는 수익이 적은 2D에 대한 무관심으로 귀결되고 입장료 또한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 빠르게 3D화 될 것”이라며 “3D는 이미 아바타로 이윤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2012년 사이에 한국에서 3D영화가 4편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 영화들에 1200억이 들어간다”며 “충무로에서 3D영화에 속하지 못한 스태프들은 전원 비정규직이다. 이것이 기술결정주의의 심각한 폐해”라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CG를 내세운) 윤제균의 <해운대>가 있으면 홍상수의 <잘알지도못하면서>가 있다”며 “어떤 영화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 영화들의 공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평론가는 아바타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관객 수가 좋은 영화의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다수가 정의(情義)는 아니고, 미학적 평가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정 평론가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명백한 해답은 내놓을 수 없다”며 “기술·자본결정주의적 3D산업에 대해 예술적 취향을 어떤 목소리로 방어해야할 것인가에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강연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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