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까지 동원된 선거구 ‘쪼개기’
‘공권력’까지 동원된 선거구 ‘쪼개기’
  • 강성관 기자
  • 승인 2010.02.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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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회의원들 ‘침묵’…의원 수 늘리기엔 관심

▲ 8일 광주시의회는 본회의장을 막아선 시민단체와 소수정당 관계자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끌어낸 후에 본회의를 열고 4인선거구를 2인선거구로 분할하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광주드림 이광재
기초의원 선거구제를 대하는 ‘광주 민주당’의 2005년과 2010년의 길은 확연히 달랐다. ‘정치개혁’을 주창하던 열린우리당도 하지 못했던 4인선거구 유지를 당론으로 결정, 원안대로 통과시킨 2005년. 전국적으로 다수당의 횡포 속에 선거구가 쪼개질 때 광주만큼은 달랐기에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완전히 장악한 광주시의회는 2010년 2월 18일을 “지방자치 15년 치욕의 날”로 기록했다.

선거구 분할 문제도 있지만 시민단체와 소수정당의 반발에 개원 이래 처음으로 경찰력까지 동원하는 초유의 사태를 연출한 것을 두고 부끄럽다는 반응이 많다.

시민사회는 “역사상 집행부 견제는 물론 의원 자질 면에서 가장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5대 시의회가 추태로 마지막을 장식했다”고 힐난하고 있다.

 “분할 찬성 시의원 공천에서 배제하라”

19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5개 시민사회단체와 소수정당도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광주시의회의 폭거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하라”며 “4인선거구 분할에 찬성한 소속 시의원 전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질서 유지권 남용과 시민의 알권리마저 가로막은 강박원 의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면서 찬성 의원 전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민주당에 대해 “시의회 자율성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당론을 명분으로 선거구 분할을 유도해 독점을 유지하려는 민주당은 지역민의 냉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그 동안 “시의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당론을 모으지 않았다. 공식적으론 그렇다. 또한 김동철 광주시당위원장을 비롯한 그 어떤 지역 국회의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러나 행정자치원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선거구별 의원 정수 조정에는 관심이 높았다. 해당 지역 일부 의원들은 문서나 구두로 자기 지역구 기초의원 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시의원 간에 어깃장이 나자 국회의원 실명을 거론하며 “OOO의원이 시켜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갑선거구와 을선거구가 의원 수 늘이기에 ‘기 싸움’을 벌인 것이다.

한 시의원 측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당론이 없다지만 실제는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으로 시의원에게 분할하라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실제 광주시당 분위기는 “분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민주당은 시의회 뒤에 숨어서 선거구 분할을 추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한 인사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중앙에서는 한나라당의 소선거구제 주장에 반발하면서도 정작 중대선거구제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광주시의회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자기 기득권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 김강렬 광주희망과대안 공동집행위원장이 "시민의 뜻에 따라 선거구 분할을 하지 말라"고 하자 강박원 의장은 “우리도 시민들이 뽑아준 의원들"이라며 "우리가 잘못했다면 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 광주드림 이광재
양형일·정찬용 시장 예비후보 “수치스러운 일”

일각에서는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군을 겨냥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난실 진보신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4인선거구 분할 반대 없는 ‘호남 개혁 공천’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며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인 강운태, 이용섭 의원과 정동채 예비후보 등은 선거구 분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선거구 분할에 대한 입장이 없다면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들은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후보군 중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제외하면 민주당 양형일 예비후보와 무소속 정찬용 예비후보만이 선거구 분할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형일 후보는 “경찰력을 동원하면서 까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관철 시킨 것”이라며 “전체 당원은 물론 광주시민의 명예에 먹칠을 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힐난했다. 정찬용 후보도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소수정당의 진입을 막고 독점구조를 강화해 의회 존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며 “경찰까지 동원한 추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강박원 의장이 “우리가 잘못했다면 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한 것처럼  4인선거구 분할을 결행한 ‘광주 민주당’에 대한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다.

한편 시의회가 수정안을 가결시켜 이번 기초의원 선거는 4인선거구가 없어 치러지게 됐다. 선거에 변수가 많고 선거구제가 얼마만큼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 기회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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