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정체성은 무등과 5·18 정신”
“광주 도시정체성은 무등과 5·18 정신”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2.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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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향 역사와 문화 바탕 시민참여형 도시화 추진필요”
“빈 껍데기 디자인 포장 신개발주의 강박증 벗어나야”

김민수 서울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가 지난 9일 광주를 찾았다. 5·18 3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민강좌 두 번째 강의를 위해서다. 
김 교수는 이날 광주 NGO센터에서 ‘5·18과 광주의 도시정체성’ 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광주가 ‘무등 정신’과 ‘5·18 정신’에 기초해 시민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도시디자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광주는 한국근현대사에서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통한다.

민주주의와 동의어로 불리다가도 어느 순간 폭도의 이미지로 덧칠되기도 한다. 그만큼 도시 전체가 경험했던 ‘트라우마’도 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자의 시선에 포착된 광주는 ‘유령’이자 ‘안개’였고 ‘적색’이었다.

“켜켜이 쌓인 광주와 호남에 대한 지역감정과 차별, 밀봉을 뚫고 언제나 기억되는 5·18 작전명 ‘화려한 휴가’와 그 책임자 규명. 또한 이러한 역사가 남긴 ‘외상 후 스트레스’로 구축된 이상한 도시경관.”

▲ 김민수 서울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가 지난 9일 광주를 찾았다. 5·18 3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민강좌 두 번째 강의를 위해서다.
김민수 교수에게 광주는 “편견과 사건들이 안개 속 초현실 이미지처럼 꿈틀대는” 곳이다. 그런 광주에서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김승옥의 말마따나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소외와 편견의 역사에서 5·18민중항쟁의 아픔과 상처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삶터조성을 위해 광주가 ‘무등 정신’과 ‘5·18 정신’을 도시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에 다름 아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이 ‘무등’으로 상징되는 ‘완전평등’을 의미한다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살리려는 의미 있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김 교수는 “광주의 삶과 역사가 절대평등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피나는 여정이었다”고 평가한 뒤 “5·18을 계승한 도시화란 절대평등의 무등 정신에 기초해 저항의 정신을 민주적 삶터의 언어로 가꿔나가 시민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의식적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민관합일’의 시민참여형 도시화를 이루라는 조언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광주시가 험난했던 역사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문화도시에 ‘올인’하는 형국에 대해서는 적잖이 우려했다. 광주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영화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등 수많은 문화축제와 볼거리들이 결국은 문화논리에 포장된 신개발주의 사업에 불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교수는 “문화도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문화의 창출보다 지역의 삶과 무관하게 비현실적 거대사업과 판타지만 창출하는 신개발주의에 발맞춘 전시행정사업”이라며 “이것이 광주도시 역사에 남겨진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의향의 긍지와 아픔을 삶터라는 일상적 삶의 구체 공간속에서 문화적으로 승화시키라는 요구다.

▲ 김 교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계획이 금남로 민주광장 일대의 교통과 상권 등 장소성을 심하게 변경시키고 있다”며 “아예 오월의 기억은 물론 그나마 구도심에 이어졌던 희미한 삶의 조직마저 지워버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도청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사업에 대해서도 ‘과유불급’ 평가를 내렸다. 문화도시는 특정도시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도시라면 어느 곳이나 갖춰야 할 기본에 해당된다는 것. 특히 문화전당 조성사업이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

김 교수는 “가뜩이나 상무지구 신도심개발, 운암지구 재개발, 북서권 신창과 수완지구 등 대규모 택지건설로 구도심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며 “문화전당 조성이 구도심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문화전당 인근에 공원을 조성하고 금남로 일대를 보행자 중심지구로 개편하는 가로공원 계획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이른바 ‘금남로 프로젝트’가 실질적 주변 삶과 연계된 원 도심 활성화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광주시민들 중에는 먹고 살 것이 없는데 거대한 공원만 껴안고 살게 될까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며 “문화전당 주변부 생활권을 강화시키고 외곽으로 빠져나간 시민들을 유입시켜 공동화된 구도심을 보완시키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외려 금남로 일대의 ‘장소성’을 파괴해 그나마 남은 오월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계획이 금남로 민주광장 일대의 교통과 상권 등 장소성을 심하게 변경시키고 있다”며 “아예 오월의 기억은 물론 그나마 구도심에 이어졌던 희미한 삶의 조직마저 지워버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원인은 뭘까?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타자의 시선에 길들어져 살아온 정체성 부재의 삶이 빚어낸 결과”이자 “5·18 민중항쟁 등 쓰라린 과거를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억지스런 포장술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 때문에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라는 외피를 쓰고 의향을 팔아 예향을 내세우면서 재주는 광주시민의 혈세로 부리고 돈은 외국인과 서울 사람들이 챙겨가는 ‘빛 좋은 개살구 잔치’만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광주의 도시정체성은 아픔의 역사를 문화적 자산으로 일상의 삶 속에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날 것”이라며 “무등 정신과 5월의 기억은 기념비적 재현공간과 각종 조형물·상징 조형물 등을 통해 승화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광주 도시개발의 대안은 거대한 기념비적 개발주의에서 벗어나 5·18 정신에 기초해 진솔하게 삶을 디자인 하는 것”이라며 “피의 대가로 고작 토건국가식 도시개발을 승계해 빈껍데기 디자인으로 포장하려는 신개발주의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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