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고 살 떨리는’ 편입시험
‘피 말리고 살 떨리는’ 편입시험
  • 김무진 시민기자
  • 승인 2010.02.08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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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나주 동신대 한의학과 필기고사 현장

지난달 27일 10시 나주 동신대 첨단 강의동 한의학과 필기고사 시험장 앞. 30, 40대 수험생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현관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올해로 5년째 도전하는 김모씨는 “너무 긴장돼 우황청심환을 먹고 왔다”며 “이번 시험에 꼭 붙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2010년 대학 입학생 못지않게 가슴 졸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편입학 수험생들이다. 광주전남에서 가장 치열한 편입학과는 동신대 한의학과.

올해 4명 모집에 102명이 지원, 평균 25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쟁률은 60대1이 넘는다. 이는 수험생이 250명에 달하지만 토익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990만점에 900점을 넘지 못한 수험생들은 스스로 포기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토익 점수가 950점이 되어야 대등한 승부를 걸 수 있다.

토익 만점을 맞아도 안심할 수 없다. 한의학 개론이나 한문시험에서 아는 문제를 3~4개정도 틀리면 토익 990점을 받아도 떨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박모씨는 “한문은 기본적으로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 사서(四書)를 암기가 될 정도로 반복해서 읽어야 겨우 공부 했다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

한의학 개론은 음양오행, 오운육기, 경락, 본초 생리학 등 토할 정도로 외워야 할 부분이 많다”며 “최소 2년은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고 6~7년 공부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수험생 중에는 40대가 상당수에 달한다. 대기업에서 명퇴를 당했거나 기자, KAIST출신 등 전문직에 종사한 사람들이 많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제 2의 인생 도약기를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린다. 고시원에서 날밤을 새며 책과 씨름하면서 쉬는 시간은 고작 식사 시간 때가 전부다. 그룹 스터디 외에 하루 10시간 정도 공부하는 것은 기본.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공부한다.

그러나 막대한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불합격 시에는 심각한 후유증이 뒤 따른다. 5년 동안 편입시험을 준비해온 최모씨는 “그동안 소득이 없어 집을 팔아야 할 상황이다”며 “당장 생계를 위해서 대리운전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편입학원 관계자는 “30, 40대에 한의대에 편입하는 것은 거대한 프로젝트”며 “자신의 능력과 시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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