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민·운영단체 삼박자가 문화도시 첫 걸음
관·민·운영단체 삼박자가 문화도시 첫 걸음
  • 송혜경 시민기자
  • 승인 2010.01.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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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일본의 장점에서 배우자

지난해 11월 4박 5일간 창의적인 지역문화개발사례지인 도쿄, 요코하마, 가나자와 등 일본 지역문화공간 12개소를 둘러보고 우리 현실에 적용 가능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마지막 연재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선 도쿄 도심 내 지역문화예술 공간을 돌아보며 도시 재개발 사업의 구상단계부터 민과 관이 함께 논의된 맞춤형 문화시설을 설립하고 민·관·기업이 손잡고 문화예술 순환체계 만들어 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아티스트의 역량강화, 생활 속으로 밀착된 시민 문화예술교육, 잠재 관람객 뿐 아니라 주요 관람객의 회원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 생활 속에 밀착된 일본의 시민 문화예술교육은 도시의 외형만이 아닌 내부를 살찌우는 튼실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도쿄 생활문화공방 워크숍 진행 모습.

외형적 문화시설 건설이 우선이 아닌 근대 산업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고려한 창의적인 지역문화를 우선으로 하는 요코하마시를 보면서 공공과 민간부분 간의 파트너십, 도시를 거미줄처럼 엮는 문화예술공간의 네트워크, 시민참여와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협동과정을 통해서 시민공동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가나자와에서는 전통을 체험하는 장을 만들고 지역시민의 일상의 삶의 모습을 접하면서 전통자원의 보존과 현대적 재해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시민예술촌·시민공방운영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의지를 통해 생활문화의 수준을 높이며 도시의 잠재성을 발굴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렇다면 이를 우리지역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가능할까?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정 짓기도 아직은 이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행정가의 리더십 및 정책지원, 운영단체의 전문적인 식견과 관·민 사이의 튼튼한 다리역할,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의지와 지역에 대한 관심. 이 삼박자가 맞았을 때 문화도시의 첫 걸음이 순조로울 것이다. 여기에 기업과 학교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더 할 나위 없을 테고. 

▲ 광주시는 지난 2004년부터 2000년 8월 광주역에서 효천역까지 10.8㎞의 폐선부지에 ‘푸른길 공원’을 조성했다.

이러한 점에서 광주 푸른길공원 사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시민이 제안하고 참여과정 속에 민·관·기업이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조성 이후 지속적인 관리운영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NPO단체의 지정관리제도,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사회보조금지원 이외에 푸른길에 적합한 대안을 찾는데 민·관·기업의 공동노력이 절실하다.

푸른길공원이 도시의 공동자산임을 인정하고 유기적 구조로 지속적인 협력관계 및 제도를 닦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두 번째로 지역문화예술 단체 및 시설은 분명한 철학과 가치가 무엇인지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사회적 역할 및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져가야 하는지 우선 고민돼야 지역이 추구하는 비전을 세우고 각 단체, 시설마다 네트워킹이 가능하며 비로소 시민 참여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와 만나여행사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골목길 투어 모습.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는 문화도시로 가는 중요한 실험대다. ⓒ조성우

한 예로 요코하마의 황금정 거리를 방문하면서 우리지역의 대인예술시장을 떠올리게 했다. 고속도로 교각 밑 성매매, 마약 등으로 얼룩진 황금정거리가 새로운 도시의 활력소를 내뿜는 젊은 예술가들의 스튜디오 및 전시실, 작품판매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기까지 쉬운 일이었겠는가.

사회문제를 시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돋보였지만 방문 내내 의아해 했던 것은 거리에 있던 황금정들이 보상금을 받아 그 지역 주변에 더 화려하게 재정착을 했다는 것이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문화예술을 통해 공간의 변모는 가져왔을지 모르지만 사회적 역할을 충분치 못했다고 판단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는 아직 여지가 남아있다고 본다. 그 안에서 이해관계가 부닥치고 수많은 갈등이 있겠지만 예술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재래시장을 살리고 그 안의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기를 희망하기에 그 의미는 크며 문화도시 광주에 필요한 아주 소중한 자산이다.

세 번째로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시민과 함께 발굴해볼 때다. 최근 학동 8거리처럼 광주의 숨결이 담긴 골목, 건축물들이 재개발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앞서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 근대산업유산인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고 도시경관을 중요시 하는 요코하마, 전통 마을, 정원, 전통공예기술을 전수하는 가나자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현대화 과정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외형적 시설에만 집중하여 따로 국밥인 도시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초고속 현대화 과정 속에 자본이라는 틀에 맞추어 빠른 시일 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요시하는 잣대를 스스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문화도시는 한순간에 만들어질 물건이 아니다. 가나자와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처럼 지금 당장 보이는 현상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미래의 주역인 시민과 전문 인재를 발굴하는데 투자가 필요할 때다.

시민이 지역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하고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삶의 터전을 마련하며 자기분야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경제적 효과는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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