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회의가 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아는 지식이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학교공부를 넘어 사회현실을 폭넓게 바라보고 비판의식을 가질 수 있기를,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좋은 정신적 양분이 되어 삶에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의 학문세계는 영어와 수학에 밀려 획일화 되고 황폐화 되어 갑니다.
그래서 질문해 봅니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 가르친다는 것은 밥벌이 외에 무엇이어야 하는가?’ “배운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고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라고 신영복 선생은 말합니다. 고리타분한 듯 하면서도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드는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현실의 문제점을 짚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조용하게 조언합니다.
슬픈 과거는 뒤돌아보지 말고 가야한다고 말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지난해의 고통을 잊어버린 것은 삶의 지혜이지만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하나하나 나무가 되어 ‘더불어 숲’이 되자고 외치는 선생은 20년을 감옥에서 살았고 5년을 독방에서 지낸 사람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엮은이는 말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내 맘 같지가 않을 때 신영복의 글과 그림을 한자 한자 마음에 새기며 읽다 보면 현재의 내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해석되니 참으로 신기하다.”
『서화 에세이-처음처럼』은 저자 신윤복님이 글과 글씨, 그림을 정성들여 편집한 책으로 이른 첫봄의 알싸한 추위 속에서 잎을 제치고 환한 분홍빛으로 먼저 피어 반기는 홍매화 같은 고혹적인 연륜이 묻어나는 책입니다. 늙은 매화 한 그루 감상하듯 옆에 두고 보면 더 일찍 매화향기를 느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