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골프장 유치…‘벙커’에 빠질라
무분별한 골프장 유치…‘벙커’에 빠질라
  • 문상기
  • 승인 2009.12.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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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엔 눈감고 ‘장미빛’ 수만 놓는 지자체

한 때 경륜장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각광을 받았다. 슬그머니 발을 빼기는 했지만 경륜장 건설을 두고 전남도와 광주시는 1년여 동안 멱살잡이라도 하듯 경쟁하기도 했다.

‘사행성 짙은’ 경륜과 골프장 건설은 그  성격과 사업 주체, 이용자 등이 많이 달라  비교가 무리지만 지자체의 세수입 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사업 추진 배경과 ‘장밋빛’ 전망만을 내다보는 모양새 등은 비슷한 양상이다.

최종필 남서울대 교수가 지적했듯 “일부 고수익 골프장의 착시 효과” 때문인지 지자체들은 골프인구·이용객 증가세·매출액 증가·지역 골프장 이용객 증가 등을 홍보하며 골프장이 많으면 지역 경제가 살찐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골프장 법인의 재무제표에 대한 조사결과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골프장 법인이 43%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후 가격인하 경쟁, 회원권 가치 하락, 입회금 반환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있다.

골프인구와 골프장 수가 늘어나면서 이용객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0만 명 시대를 열었지만 이는 착시 현상을 가져다 준 통계일 뿐이다. 문화관광부 이용객 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3년부터 1개 골프장 당 이용객 수는 꾸준히 감소해 왔다. 2002년(8만7685명) 대비 2008년(7만7114명)에 1만571명이 감소했다. 전년 대비 적게는 700여 명에서 많게는 4000여 명까지 감소했다. 증가세를 보였던 2007년 8만600여 명이었지만 지난해 7만7000여 명으로 3500여 명이 줄었다.

특히 호남권에 대한 ‘적신호’는 여러 자료와 연구자의 전망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남도내 대중골프장(12개) 1곳 당 내방객 수는 5.5만 명으로 전국 평균(7.7만 명) 보다 2만 명 이상 모자란다. 1홀 당 내방객 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24.8% 감소했다.

전남도 스포츠산업과 관계자는 “골프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고 골프관광객 수가 올 171만 명에서 2013년 3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했지만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거꾸로 광주와 전남도 이용객 수를 2010년 183만여 명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2011년 177만 명, 2013년 167만여 명, 2016년 159만여 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남도 전망치의 50% 수준이다.

이러한 전망에 눈감은 채 막연한 기대만을 갖고 무분별하게 골프장 유치에 나설 경우 지역 사회가 어떤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할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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