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은 그만…패러다임 바꿔야 물이 산다
댐은 그만…패러다임 바꿔야 물이 산다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2.0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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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 물 양극화 해소에 ‘누진세’ 제안도
‘물 기본법’ 정비, 물 거버넌스 구축해야

지금까지 4회에 걸쳐 국내·외 사례를 통해 물 부족 문제에 대한 교훈을 새겨봤다.

물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은 도시 지역에선 ‘너무 앞선 걱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뭄으로 제한급수의 고통에 신음하는 농어촌은 당장 ‘죽고 사는’ 시급 현안이 됐다. 

특히 현재의 추세대로 수도권 집중화, 농촌 소외가 더욱 두드러진다면 물 문제는 더 큰 사회적 분쟁거리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2일 기공식을 가진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사업 기간 내내 끊이지 않을 물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전 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한 ‘토건 사업’이라는 비판은 물론 수중보로 인해 더 큰 환경재앙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물 문제는 이제 중앙정부 혼자 일방적인 정책을 펼쳐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강댐 수몰예정지 주민들 중 댐 건설에 대해 35.6%가 모르는 상태였으며 68.8%는 그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 조사에서 답했다. 그 결과 동강댐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거센 저항이 일면서 포기 사태를 맞은 일은 ‘물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은구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물 문제는 파급영향이 광범위하면서 충격의 강도가 매우 큰 정책 의제인 까닭에 특성별로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적 접근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물 거버넌스는커녕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과연 물 부족과 가뭄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반대 견해를 내놓는다. 이는 광역상수도의 평균 가동률이 48%, 지방상수도는 55%라는 지표에서도 금방 알 수 있다. 공급 시설은 차고 넘친다는 것. 반면 면단위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45.2%에 불과해 지자체 간, 도농 간 격차를 어떻게 해소해 갈 것인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 양극화, 도농 격차 어쩌나

▲ 광주 일부와 목포 지역의 상수원인 주암댐 전경. ⓒ한국수자원공사 전남지역본부
광주는 물 사정이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자체 취수원인 동복댐과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주암댐의 물을 6:4의 비율로 공급하고 있다. 두 댐의 원수를 이용해 용연, 지원, 각화, 덕남정수장 등 4개의 정수장에서 일 평균 45만3천㎥를 생산한다. 4개 정수장의 시설용량이 78만㎥/일이니 평균가동률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광주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2008년 말 기준으로 98%에 달하고 수도관 누수율도 13.91%로 양호한 편이다. 시는 2015년까지 노후관 교체사업을 벌여 누수율을 1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는 2020년이 되면 현재 145만 명인 인구가 180만 명에 이르게 돼 70만 톤의 상수공급이 필요하다면서 지원정수장을 폐쇄하는 대신 2015년까지 60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용연정수장 규모를 늘리기로 해 문제가 되고 있다. 

광주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학계는 통계청의 인구 추계와 비교했을 때 무려 43만 명의 차이가 날 뿐 아니라 대규모 중복투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지방상수도 정수장 증설은 주암댐 취수원가 (톤당 213원)를 지불하는 대신 동복댐(톤당 37원)물을 끌어다 씀으로써 매년 92억 원의 원수대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전남도의 상수도 보급률은 75.1%, 누수율은 25%로 물 사정이 전국 평균을 밑돈다. 지역이 넓은데다 수도 관로가 20년 이상 노후 돼 누수율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급수지역도 전체 198개 면 중 51.5%인 102개 면에 달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주암댐을 상수원으로 쓰는 곳은 화순, 나주, 목포 등이며 장흥댐은 강진, 해남 등 중부권 9개 시·군을, 여수, 순천 등 동부권은 주암댐 조절지를 이용한다. 장성에 새로 생긴 평림댐은 담양, 영광, 함평 등지를 관할하게 되고 곡성 일부는 전북 동화댐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 봄 겪은 심각한 가뭄으로 자체 취수원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쏟았다. 모두 300여개의 관정을 팠으며 아직까지 주2회 제한급수를 하고 있는 신안군 흑산면, 임자도와 같은 섬 지역은 생활용수 공사를 통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전남도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대규모 관정공사와 노후관 교체사업으로 올해 봄과 같은 가뭄사태가 다시 일어난다 해도 그렇게 심각한 지경에는 놓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물 부족 문제는 지자체의 노력 뿐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물 절약 습관이 생활화 될 때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마을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지역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시설 절반 이상이 25년 이상 된 노후시설로 정수장치가 없거나 고체염소를 투입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이어서 분변성 대장균과 같은 질병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정부에서는 간이상수도는 지자체 고유 관리업무라면서 국고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지자체는 지방비 투자를 기피하면서 모든 부담이 취약계층에게 몰리고 있는 판국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물의 과소비를 막기 위해 수도료를 인상해야 한다면 그 수익이 전적으로 산간·도서지역 현지 수도시설을 확충하는데 활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도료 누진율을 더욱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상수도 위탁관리 논란

시/도

유수율(%)

누수율

(%)

 

시/도

평균단가

(원/㎥)

생산원가

(원/㎥)

현실화율(%)

서울

91.4

6.3

 

서울

517

560.27

92.28

부산

85.6

10.2

 

부산

642.61

806.39

79.69

대구

84.2

12.3

 

대구

493.24

572.65

86.1

인천

81.6

13.8

 

인천

644.3

602.9

106.86

광주

81.7

9.0

 

광주

527.63

616.27

85.62

대전

86.2

9.7

 

대전

481.35

499.37

96.4

울산

80.9

14.5

 

울산

769.43

817.96

94.07

경기

86.7

8.6

 

경기

605

662

91.4

강원

65.9

22.2

 

강원

713

1,116

63.9

충북

79.6

10.9

 

충북

670

794

84.5

충남

71.3

18.5

 

충남

714

979

72.9

전북

63.1

23.2

 

전북

794

881

90.1

전남

64.8

25.0

 

전남

763

960

79.4

경북

65.9

22.6

 

경북

625

882

70.9

경남

64.8

24.0

 

경남

711

927

70.9

제주

76.7

15.0

 

제주

597

960

62.2

81.1

12.8

 

 

 

 

 


*표1(왼쪽)은 2007년 말 기준 전국 지자체 상수도 유수율(손실없이 수도관을 통과하는 물의 비율)과 누수율(수도관에서 새는 물의 비율). 광주 등 대도시권은 비교적 누수율이 적은 반면 전남 등 농어촌 지역은 누수율이 많은 편이다. 표2(오른쪽)은 전국 수돗물 현실화율. 생산원가에 비해 평균단가가 낮은 강원, 전남 등과 같은 지자체들은 물 민영화 시 수돗물 값이 상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료출처:강원발전연구원 수자원연구센터, 광주시 자료를 조합) 

반면에 광주시민 한 사람이 하루에 소비하는 물의 양은 2001년 297ℓ 에서 2008년 322ℓ 로 해가 갈수록 증가세에 있다. 독일과 벨기에가 120ℓ , 프랑스가 150ℓ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두세 배 정도 많이 쓰는 편이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대체적으로 보면 전국의 물 사정은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나 도시와 농촌 간 수도서비스의 불균형은 좀처럼 그 간극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방과 광역으로 이원화된 수도 사업을 일원화하자는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공급시설은 과잉임에도 추가적인 수도사업 계획으로 중복 투자되는 현실을 극복하자는 것. 

현재 정부는 전국적으로 과도한 수의 수도사업자(164개)가 비경쟁 독점운영 구조로 지방상수도를 운영해 온 결과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일 뿐 아니라 시설투자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민영화를 의도한 수도 사업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들 역시 한국수자원공사에 상수도 사업을 위탁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요금 인상으로 인한 독점적 이윤 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16개 지자체가, 전남도에서는 나주와 함평이 수자원공사에 민간 위탁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사유화 논란에 대해 지자체가 사회복지시설 등에 행하고 있는 ‘관리계약 방식’과 같은 형식으로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며 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결정권이 수탁자에 있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상수원에 대한 수리권을 계속 확대해 가고 있고 1967년 167명이던 조직이 2006년 3776명(비정규직 포함)으로 대형화 돼 조직 유지를 위해 민간위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물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선출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아닌 다양한 이해계층이 참가하는 시민위원회의 검증이나 지역별 공청회를 통해 물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토목공사와 수질개선은 무관

정부가 수돗물 정책에 쏟아 붓는 예산은 2007년 기준 약 5조8천억 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13만원 꼴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의 수돗물 음용율이 30%에서 70%에 달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불과 1.4%에 그치고 있다. 42%는 정수기를 이용하고 8%는 먹는 샘물을 사 마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는 노후관 개선 미흡과 고도처리 도입지연 등으로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 까닭이 우선이다. 여기에 콘크리트 시설에 대한 과신으로 하천이 자연 정화 기능을 잃고 인공적인 간섭과 왜곡에 멍든 탓도 크다.

특히 4대강 사업처럼 지류와 샛강의 오염원을 차단하는 방식이 아닌 본류에만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는 방식이 수질개선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과연 의문이다.

이제는 구시대 패러다임인 개발주의, 관료주의, 일방주의, 대도시 위주의 시각을 버리고 환경과 생태를 생각하고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정책으로 물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 하천정비 얘기만 나오면 댐 건설부터 꺼내 들어서는 더 이상 국민들 신뢰를 되돌릴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각 부처와 법령에 따라 개별목적과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를 하나로 통폐합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일관된 물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광역상수원은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지방상수원은 지자체와 환경부가 관리 감독하는 이원적 구조가 물 가격 결정을 왜곡시킨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참여정부 때 추진하다 만 ‘물 관리 기본법’을 제정하는 한편 토니 알랜 런던대 교수의 말대로 무제한 공급을 늘리는 물 정책이 아닌 수요 관리를 통한 물 정책으로 전환해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

다시 말해 물이 부족하다고 댐과 상수도 시설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오염발생 자체를 억제하고 하천의 자연 정화기능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꾸리는 물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하다. 유역관리청을 신설해 물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지역별 특성에 따라 유역단위로 재편해야 한다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날이 수상해지는 기후이상변화로 이제 세계는 물 때문에 전쟁을 치러야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물에 대한 관심과 의식변화로 앞으로의 물 부족시대를 대비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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