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프산업, 발등에 불 떨어졌다
제주 골프산업, 발등에 불 떨어졌다
  • 문상기
  • 승인 2009.11.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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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골프장 급증…경영난 면치 못해
내륙지방과 경쟁에 생존전략 찾아야

제주특별자치도에는 현재(2009년 8월말 기준) 26개소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이는 전국 골프장의 약 7.6% 규모다.

현재 6개소가 승인됐고, 승인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곳 2개소, 예정자 지정 1개소 등 9개가 더 생길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도내에만 무려 35개 골프장이 운영될 전망이다.

‘감귤’ 대신 ‘골프공’ 천국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도내에 골프장은 9개가 전부였지만 6년 사이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도내에 골프장 건설 부지로 허용되는 면적은 임야면적의 5%로 제한돼 있는데, 현재 4.7%가 점용 중이다. 그야말로 ‘제주도=골프 파라다이스’라는 공식이 성립될 만하다.

▲ 제주지역 내 골프장은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9개가 전부였지만, 최근 6년사이 3배가량 늘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도내 골프장 간 이용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주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골프 관광객이 2003년 74만2600여명이었지만, 2009년 10월 말까지 단 10개월간 132만500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이용객 수가 116만2000여명이라는 수치와 비교해 보더라도 14%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도 당국은 관광객 증감 추이를 통해 “아직 제주도 골프 시장은 경쟁력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내륙지방 골프장들이 이용료를 인하하면서 제주지역의 실제 골프장 홀당 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재정난을 면치 못하는 골프장이 적지 않다.

신종 플루와 경제위기 영향으로 골퍼와 신혼여행객들이 제주로 몰려 표면적으로는 제주 관광 산업이 호황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도내에 있는 A여행사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개별 업체마다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의 호황을 ‘속 빈 강정’이라고 평가했다. 도가 주력하는 ‘골프 산업 육성’을 통한 관광 부양책이 회의적이라는 주장이다.

급격히 골프장이 늘면서 입지가 아주 좋거나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지 않으면 회원권 분양도 어렵다.

중소규모 골프 사업장 경영 위기

땅값 계약금, 인허가비 등 최소한의 자금만 가진 중소규모 시행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골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도 당국이 제재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개 업자들은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PF)을 받고 난 뒤,  골프회원권 분양대금(입회금)으로 PF자금을 갚아 나간다. 입회금으로 대출받은 공사대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회원들이 입회금 반환을 청구할 경우 골프장은 속수무책으로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도내의 B골프장 관계자는 “도가 영세 기업들에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고 있는 것이 문제다”며 “또 사업주도 장기적인 운영 계획이나 전략 없이 개장만 해놓으면 돈을 벌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퍼블릭 회원이 없어(유료 수입이 없어)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해 부도 직전의 사업장도 서너 개 된다”며 실상을 귀띔했다.

제주도와 지역골프장협의회는 국외로 빠져나가는 골퍼들을 잡기 위해 ‘골프천국 제주’라는 가이드북을 만들어 전국 골프연습장과 여행사 등에 배포했다. 그린피와 카트피를 대폭 내리는 등 특단의 조처도 취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제주지역 골프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2009.8)’에 따르면 전국 평균 골프장 이용요금 1인당 부담액(그린피, 캐디비, 카트비 포함)은 주중 155,250원, 주말 210,250원이다.

수도권 지역 주중 부담액이 221,000원, 주말 263,000원인 것에 비해 제주권은 주중 135,000원 주말 169,750원으로 호남권(주중 131,500원, 주말 180,500원)과 함께 주중, 주말 모두 이용요금이 평균보다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외부인이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비싼 항공료, 숙박비, 식사비 등 체류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사업차 일주일에 2번 가량 제주도를 방문하는 광주시민 강모씨는 “항공료를 생각한다면 제주도로 골프 치러 오는 게 절대 싼 게 아니다”며 “최근 내륙에도 골프장이 많이 생기던데 앞으로 제주도에 밥 굶는 골프장이 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 살리기 효과도 기대 힘들어

국내외 골프 이용객 유치를 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골프장의 경영난은 물론이고 지역 관광 산업 또한 침체되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골프산업으로 인한 지역 경제에 덕을 보겠다는 목표 달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노(No) 캐디’ 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캐디를 두지 않음으로써 골퍼들의 이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제주지역 골프장의 지역주민 고용현황은(2008년 말 기준) 정규직 1621명, 비정규직 940명으로 전체 2561명이다. 앞으로 캐디를 두지 않는 골프장이 늘어난다면 이들의 일자리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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