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체장 곤혹스럽게 한 ‘MB어천가’
두 단체장 곤혹스럽게 한 ‘MB어천가’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11.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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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입장 당론과 일치” 진화나서…당 대표, 논란 종지부

▲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 22일 오후 광주시 남구 승촌동 영산강 6공구 승촌보 건설현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광주시청 제공
당 대표가 “더 이상 논란을 키우지 않을 것이다”고 하자 확전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당론으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을 두고 대통령을 칭송할 수 있느냐”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도 있었다. 그 여진은 민주당의 ‘자중지란’과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 영산강 사업에 대한 분리 대응론 등을 낳았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초래한 이른바 ‘MB(이명박 대통령)어천가’ 논란은 민주당을 당황스럽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박 시장과 박 지사는 22일 영산강 승촌보 건설 현장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 함께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을 칭송했다. 두 단체장은 소속당인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사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녹색성장의 비전”이라고 말했고 “경의를 표한다”고 칭송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두 단체장을 치켜세우며 ‘반대 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4대강 사업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된다”고 비난하는데 두 단체장의 발언을 ‘활용’했다.  이 모습은 KBS 생방송을 통해 그대로 방영됐고 민주당 내에서는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MB어천가’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당시 박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G20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과 품격을 크게 높여온 대통령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영산강 사업에 대해 “온 국민의 축하와 기대 속에 대한민국 녹색성장의 큰 물줄기를 열어갈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운용 기조인 녹색성장 정책이 우리 광주와 전남의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어주고 대한민국을 일류국가의 반석에 올려놓을 수 있을 새로운 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이 대통령이 세계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는 길을 걷고 있다”며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고, 대통령님이 큰 리더십을 발휘해 국가가 발전하고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은  “(대통령의 선포식 참석은)4대강 사업에 반대 하고 있는 민주당과 야당 그리고 호남민심을 이간질하려는 정치적 의도이다”라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을 겨냥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업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신 호남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서도 다소 아쉬운 말씀을 드린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단체장 입장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기공식 당시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고 유감스러워했다. 특히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박 시장과 박 지사는 민주당을 떠나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광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는 진화에 나섰다.

박 시장은 2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민주당 소속 시장으로서 당론과 입장이 같다”며 “이 대통령에 대해 ‘성공한 지도자로 남기를 기원드린다’고 말한 것은 정파를 초월한 온 국민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도 박 시장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당내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정 대표는 26일 애초 영남지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영산강 기공식 파장이 커지자 광주와 전남지역을 전격 방문했다. 박 시장과 박 지사는 이날 오전 광주역에 도착한 정 대표를 마중 나오기도 했다. 당내 반발을 의식한 행보다.

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영산강을 들러리로 세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광역단체장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기공식 당시 발언한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해 여야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시점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민주당의 내분이나 갈등을 즐기려는 세력이 있는데 거기에 말려들 생각은 없고 앞으로 더 이상 논란을 키우지도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와 영산강 수질개선 사업 필요성은 분리 대응 목소리를 정리하지 못한 지도부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영산강 뱃길복원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최인기 의원은 “4대강 사업과 영산강 수질개선 사업은 분리해서 대응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광주와 전남지역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영산강 정비 사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았었다. 최인기 의원, 박준영 지사, 박광태 시장은 영산강 뱃길복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예산 증액을 요구해 왔고, 지역 환경단체 등은 뱃길복원 사업 자체가 영산강운하와 같은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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