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위주 물 정책 수요 정책으로 바꿔야”
“공급 위주 물 정책 수요 정책으로 바꿔야”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1.26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토니 알랜 런던대 교수
▲ 토니 알랜 교수.
영국 런던에서 가장 큰 수확은 물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토니 알랜(Tony Allan.사진) 런던대 석좌교수를 직접 대면한 일이었다.

알랜 교수는 칠순이 넘은 노구에도 현재 EU 수자원 정책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 ‘가상수(Virtual Water)’ 개념을 창시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자원의 보호와 연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물 환경계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워터 프라이즈’를 수상하기도 했다.

런던대 회의실에서 취재진을 맞은 알랜 교수는 “물 부족 문제에 대해 기자 선생들이 앞장 서 널리 경각심을 알려야 한다”며 한 시간 30여분 동안 열강을 펼쳤다.   

그가 설명하는 가상수란 특정 제품이 만들어지는 데 사용된 물의 총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가 먹고 쓰는 농·공산품 모두가 직접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소비되는 물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쌀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3400ℓ의 물이, 소고기 1kg에는 15,500ℓ, 티셔츠 한장에 2700ℓ, 치즈 1kg에 4,000ℓ의 물이 소비된다는 것.  

알랜 교수가 가상수 개념을 창안한 것은 우리가 먹고 쓰는 모든 생활용품 생산에 투입된 물을 가상수로 나타내면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알랜 교수는 “한 사람이 육식을 할 경우 1일 물 소비량은 5㎥에 달하고 채식은 그 절반의 물을 소비하게 된다”며 “사람들이 지금보다 육식을 줄이고 검소한 생활 습관을 가진다면 물 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알랜 교수의 가상수 이론이 특별하게 평가받는 이유는 기존의 공급 위주의 관리 정책에서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물 문제가 수자원을 개발하고 댐을 짓는 공급 위주의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국제무역과 같은 방법으로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이 풍부한 국가에서는 가상수가 많이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고 물 부족국가에서는 가상수가 적게 들어가는 상품을 생산해 서로 교역한다면 물의 총량은 변화하지 않지만 효율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그는 “3억 인구가 사는 중동은 물의 양은 2억 명 분밖에 안 돼 석유 전쟁에 이어 언젠가는 물 전쟁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러한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 교역을 통해 궁극적인 물 분쟁을 막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전제가 이상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징후가 인류 생존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가상수 개념은 물 부족 문제를 추상적 차원에서 구체적 진실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유용한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다.

가상수는 또 산술급수로 증가하는 농업 생산성이 기하급수로 불어나는 세계 인구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도 감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이 산아 제한과 같은 인구정책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물 수요 관리 실패는 물론 전 지구적인 식량 위기를 불러왔을 것이라는 게 알랜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50년 후면 전 세계 인구가 20~25억 명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급 위주의 물 정책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며 “적극적인 수요 관리 정책을 쓴다면 전 세계 물 사용량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