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 “민간기업 수돗물 비싸다” 공영화 선언
파리시, “민간기업 수돗물 비싸다” 공영화 선언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1.19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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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물 관리 선진국의 대응Ⅰ-프랑스

150여년 상수도 공급 민영화 역사 균열 움직임
민영화 땐 소비자 선택권 없어 요금 인상 우려
   

▲ 연중 강우량이 고른 프랑스는 물 풍요국가에 속한다. 이 때문에 물 부족에 대한 대비보다 수질개선이나 효율적 관리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은 파리시의 상수원인 세느강을 거슬러 오르는 유람선.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세느강. 크고 작은 배들이 쉼 없이 오르내리는 세느강을 보듯 프랑스는 물 부족과는 거리가 먼 나라다. 연중 고르게 내리는 강수량과 지류와 본류의 관리가 비교적 잘 돼 있어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 또한 우수하다. 

프랑스는 전국 주요 강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물 관리청이 유역별로 관리하는 물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6개의 물 관리청은 공무원, 지방의원, 물 전문가, 농민, 소비자 단체가 포함된 ‘물 관리 협의체’를 통해 전반적인 물 정책을 협의하고 결정한다.

프랑스의 물 관리 정책은 물 부족에 대한 우려보다 어떻게 수질을 개선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의 물 공급체계는 세계 여타 나라들과 달리 19세기 이래 150여 년 전 부터 민간 기업이 상수도 공급을 맡아왔다. 상수도관이나 저수지 등 물 소유권은 지자체에게 관리운영권은 민간에게 위탁해 온 것.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베올리아(veolia)나 수에즈(suez)그룹과 같은 세계적인 다국적 물 기업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이 두 기업은 프랑스 물 공급의 3/4을 차지할 만큼 그 규모가 대단한데 최근 들어 프랑스 내 최대 소비자단체 UFC(Union Federale Consonmateurs)와 같은 단체들의 활약으로 수돗물 민영화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민간기업 시장독점에 제동 걸려

▲ 파리 상·하수도 박물관 - 그물망처럼 촘촘히 짜여진 파리시의 상·하수도는 19세기 ‘벨 그랑’이라는 천재 기술자에 의해 설계됐다. 동력 대신 경사면을 이용한 상·하수도관 기술은 프랑스의 오랜 자랑으로 박물관을 만들어 시민들의 교육장소로, 관광객들의 방문지로 이용하고 있다.
“일반 소비재의 경우 소비자들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물은 소비재이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전혀 없었다.”

프랑소와 까를리에 UFC 연구실장은 “1985~2005년까지 프랑스 상수도 요금 인상 폭을 조사한 결과 물가상승률이 30%대인 것과 비교해 250%나 인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동안 소비자들이 내 온 물 값이 적정한가에 대한 의구심에서부터 물 공영화 요구가 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물 공급을 독점하면서 물 산업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무기로 기본이 20년에서 많게는 40, 45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맺어 이윤을 얻어왔다.

이 과정에서 물 값 폭리는 물론이고 그르노블(Grenoble)과 같은 도시에서는 지자체와 민간기업 간에 뒷돈이 오가는 부정부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5년 UFC에서는 몇 개 도시를 샘플로 추려 민간기업의 식수 공급가격을 각 가정에 식수가 도달할 때까지를 37개 단계별로 비용을 역 추적해 적정 가격을 산출해 냈다.

2006년 1월 기자회견을 통해 분석결과가 발표되자 지자체와 민간기업들은 “신뢰할 수 없는 결과”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향후 각 지자체의 상수도 재계약 과정에서 투명성을 담보하는 단초가 됐다.

파리시는 이 과정에서 물 민영화라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고 물 공영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8개의 물 관련 기관들이 하나로 합쳐져 출범한 파리상수도공사 ‘오드파리(Eau de Paris)’는 2010년 초부터 파리시의 상수도 공급을 직접 관할하게 된다. 오드파리는 안느 르 사르트 부시장이 직접 사장을 맡고 물 전문가 등 1,000여명의 공무원들이 물 공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티유 그래만 오드파리 국제협력 담당은 “오드파리의 출범으로 그동안 민간 기업이 취했던 이윤을 상하수도에 재투자함으로써 수질향상은 물론 가격인하에도 큰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간기업, 노하우와 기술력 자신
   
▲ 에펠탑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느강과 파리 시내 전경.
반면에 최신 기술력과 뛰어난 연구 인력을 보유한 민간 기업들은 공공기관이 물 공급에 나서는 것은 자칫 재원 중복투자와 물 관리 실패를 불러 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파리에서 서쪽 근교에 위치한 수에즈그룹 자회사인 리오네즈데조(Lyonnsise des eaux). 스테판 꼬르니(Stephane Cornu) 기술위원장은 “리오네즈데조의 연구원만 200여명에 달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지자체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며 “노하우와 경험이 있는 지자체라면 모르지만 자체 능력이 안 되는 지자체는 당연히 민간위탁을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수돗물의 품질 향상과 경영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다며 상수도 민간 위탁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프랑스 파리시의 교훈은 우리나라에서도 찬찬히 되새겨 볼만 대목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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