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 평화헌법 9조를 지킨다
지구인, 평화헌법 9조를 지킨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11.16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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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워크9 / 한국순례’단, 동아시아 평화지역 염원
9월9일부터 내달 17일까지 평화순례 100일 대장정

´헌법 9조를 스스로의 손으로 다시 선택 한다.’

일본 평화헌법 9조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워크(walk)9 / 한국순례’(이하 워크9) 단원 30명이 13일 광주를 찾았다. 지난 9월9일 강화도 마니산을 출발해 평화순례에 나선지 67일 만이다.

워크9는 걷기를 통해 일본 평화헌법 9조를 지키고 그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모임이다. 일본인과 재일동포, 한국인 등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워크9는 다음달 17일 임진각에서 활동을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100일 장정으로 한국의 산하를 걷고 있다.

▲ 워크9 단원들이 14일 밤 동구 대인시장 맞은편 네버마인드 클럽에서 진행된 ‘무등산 풍경소리’에 참여해 한국순례의 의미를 설명하고 다양한 끼를 발산했다.

워크9이 특별히 한국순례에 나선 것은 2010년 5월께 헌법9조 개정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내년 5월부터 언제든 헌법9조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켜 놓은 상태다. 워크9는 일본이 헌법 9조를 다시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사죄와 화해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워크9를 제안했던 마사키 타카시(64)씨는 “일본의 강제지배와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으로 한국에는 지금도 긴 고통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워크9 / 한국순례는 사죄의 순례”라고 밝혔다.

과거의 불행한 역사와 응어리를 그대로 둔 채 평화헌법을 채택하는 것이 자가당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마사키씨는 이어 “조만간 일본정부가 평화헌법 개정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며 “일본인들 스스로 평화헌법을 지켜낸다면 다시 한 번 전쟁의 책임을 참회하고 군비와 전쟁을 포기해 평화의 길을 결의하는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키씨에 따르면 ‘9조를 구하는 운동(9 aid movement)’의 견인차는 일본 젊은이들이 될 것 같다. 젊은이들이 전쟁세대와는 달리 “지구인으로 이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인들이 국민투표로 군비와 전쟁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은 50%”라며 “지난 총선 때처럼 젊은이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한다면 헌법 9조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워크9는 13일 오후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데 이어 14일 밤에는 동구 대인시장 맞은편 네버마인드 클럽에서 진행된 ‘무등산 풍경소리’에 참여해 한국순례의 의미를 설명하고 다양한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 워크9 단원의 공연모습

쿠시다 칸페이(33)씨는 “헌법 9조는 전쟁포기와 전력불보유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조항”이라며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평화헌법이 만들어져 일본이 지금까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지금 일본정부가 헌법을 개정해서 전쟁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 놓으려 하고 있다”며 “걷기를 통해 우리 손으로 일본헌법 9조를 지켜내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호(27)씨도 “워크9의 한국순례는 과거 일본의 잘못을 사죄하고 반성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생각 한다”며 “일본이 헌법 9조를 지켜내서 동아시아가 전쟁이 없는 평화의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광주에 도착해 국립5·18민주묘지까지 걸으면서 당시 광주시민들이 많은 희생을 치러가면서도 자기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려고 했던 마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3세로 한국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최정미(33)씨는 “10년 전 아버지와 같이 딱 한번 한국을 여행한 것이 한국에 대한 기억의 전부”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문제를 고민하고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씨는 이어 “할아버지 고향이 충청북도 영동인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일을 찾으러 왔다가 귀국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워크9 순례모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참여한 평화운동가, 대학생, 농민, 화가, 가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14일 서울에서 워크9 한국순례 기념행사를 한 뒤 17일 임진각에서 100일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일본 헌법 제 9조【전쟁의 포기, 군비 및 교전권의 부인】
1항)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
2항)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기타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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