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함께하는,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다
길 위에서 함께하는,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다
  • 송혜경 시민기자
  • 승인 2009.11.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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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5길에서 만난 무르익은 가을 풍경

 

▲ 박영숙씨와 마정수씨 등 반월5길 주민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반월5길에 들어서면 가을을 맞은 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송혜경
삭막한 도시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 바로 이웃 간의 정일 것이다. 여유롭지도 않고, 삭막한 콘크리트로 휩싸여 가는 도시 안에서 살다보니 공동체 삶을 점점 잃어 가면서 서로 배려심도 잃어가는 것이 지금의 우리 시대 모습 중 하나다.

 

콘크리트로 쌓아 올린 아파트 옆, 도심 속 작은 농촌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동네가 있으니,  동진맨션 후문과 필문로 사이에 있는 바로 반월 5길이다.

도심 속 인정이 그리워 발견한 이곳은 몇 주 동안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첫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명동컴퓨터세탁소 앞 평상에서 수확한 작물들을 함께 다듬으며 담소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이었다.

“이 동네 사진촬영 왔는가? 우리 집 감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붉게 물든 우리 집 감나무 한번 볼 텐가?”

한 아주머니가 선뜻 자신의 집 감나무를 구경시켜 준다며 나선다. 541-15번지로 들어가는 골목 사이 길로 널려있는 머위들이 농촌에서나 볼만한 가을풍경이었다.

“이 감나무는 거의 20년 정도 됐어. 감나무가 살아있는 거라 여름에 외출하다 들어오면 냉장고문을 열어 놓은 것처럼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그래. 감 한번 먹어봐 엄청 달 단게”.

반월1길을 걷다보니 집 앞 마다 꽃, 나무, 채소들 키우는 작은 텃밭들이 늘어섰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집 앞 평상과 의자들이다.

541-17번지를 지날 참에 만난 마정수(84)씨는 “이 동네가 만들어 질 때 쯤 이사 와서 약 30년 정도 거주하고 있어라”며 “집 앞 평상은 오다가다 쉬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자리고, 흰색으로 페인트칠을 했었는데 하도 많이 앉아서 달아 졌어”라며 많은 이들에게 배려하는 그의 마음이 이 마을의 훈훈함을 전한다.

또 다른 동네주민은 “머위, 생강, 갓, 파, 상추심어 머위를 심어 났는데 이렇게 컸네. 월계 쌀 한번 먹어 볼텐가?” 라며 건네기도 했다.

 

▲ 반월5길에 들어서면 길가에 내놓은 평상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그리고 콘크리트에 휩싸인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농촌의 가을 풍경이 연상된다. 한 주민이 텃밭에서 수확한 콩을 길 위에서 말린 후 털어내고 있다. ⓒ송혜경
골목의 마지막에 다 달았을 때 쯤 보이는 산수1동 주민자치센터 앞 548-10번지. 17통 통장 박영숙씨 집은 대문이 없는 것이 특이하다. 대문이 사라지고 고스란히 그곳을 채운 것은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평상과 꽃들이다. 잘 가꾸어진 정원인 셈이다.

 

“벽이 보기 싫어서 벽주위로 꽃을 심었어라. 북구에서 농사를 지어 깨 타작하고 있소”.

안집은 대략 30년 정도 됐단다.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붕도 한번 바꾸었단다. 박씨는 “앞으로 이 벽도 허물어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정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씨의 마음에서 아직 풋풋하게 남아있는 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반월5길 주민들의 마음씨와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공동체적 삶이 주는 기쁨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이곳의 풍성한 가을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 곳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특별한 반월5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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