뻬쩨르부르그 이야기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한호 광주 주월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09.11.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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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이 고골/민음사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책 표지 사진.
억새풀로 가득한 제주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라산에는 눈이 내렸기 때문에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손에 잡게 되는 책은 ‘러시아 문학’입니다. 러시아 평원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몇 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통해서 경험하게 된 하얀 눈이 가득한 세상과 따뜻한 실내의 벽난로의 정취가 더욱 자연스럽게 러시아 문학을 가깝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우크라이나 출신 ‘니꼴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이라는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인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라는 책입니다. 그 가운데 특히 ‘외투’라는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도스토예프스끼가 “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평가한 작품입니다.

만년 9급 관리인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성실하게 일을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월급 때문에 낡은 외투를 걸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낡은 외투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성실함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새 외투를 사기 위하여 열심히 돈을 모으게 됩니다. 드디어 그는 새 외투를 구입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그의 새로운 외투 구입을 축하하면서,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밤에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 강도에게 그의 외투를 강탈당하게 되었습니다. 외투를 잃어버리게 된 그는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상실감 때문에 그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그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죽음 후에 밤마다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나 도둑맞은 외투를 찾아다니다가 외투를 입은 사람만 보면, 관등이고 계급이고 가리지 않고 자신이 잃어버린 외투라고 우기면서 빼앗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유령의 활동은….

제가 고골의 ‘외투’를 추천하는 이유는 오늘의 우리의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주인공은 외투가 자신의 삶을 상승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방향이 올바른지 생각하지는 않고, 오직 ‘외투’에 ‘인생의 목적’을 두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의 인생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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