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진상품 복삼, 산양삼으로 부활 날갯짓
궁중 진상품 복삼, 산양삼으로 부활 날갯짓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1.1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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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고려인삼 시배지 강조하며 복원 나서
국제시장 외면 인삼 대신 친환경 산양삼 보급

▲ 산양삼은 봄에 고사리 순과 같은 싹이 올라와 6월에 빨간 열매를 맺고 9월이면 잎이 진다. /사진=화순군청 제공
‘고려인삼 시배지’ 화순.

전체 면적의 74%가 산지인 까닭에 그 동안 홍보브랜드로 ‘청정골’을 애용해 오던 화순군이 최근 들어 새로운 문구를 들고 나왔다. 바로 고려인삼 시배지가 그것. 군이 새로운 홍보브랜드를 들고 나온 것은 지난 2007년 하반기. 우리나라 인삼의 최초 재배지가 화순군 동복면 모후산이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화순군이 고려인삼 시배지 복원과 생태관광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어머니의 품 속 같은 산’이라는 뜻의 모후산(해발 919m)이 고려 인삼의 최초 시배지였다는 설은 여러 문헌에서 나타난다. 고려인삼 시배지에 대한 기록은 「중경지」「소호당집」「증보 문헌비고」등에 비교적 정확히 나와 있다.

동복의 인삼은 고려 현종(1009년) 때 모후산에서 자생한 것을 처음 발견해 약의 효험을 경험한 후 씨를 받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이후 개성상인에 의해 타지로 재배법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전국에 퍼져나갔다.

▲ 동복 인삼 - 일명 '복삼'이라 알려진 동복 인삼은 색깔이 하얗고 장뇌가 두 갈래 뿔처럼 생겨서 '양각삼'으로 불렸다.
동복삼은 백제계의 일종으로 색깔이 하얗고 백색 장뇌가 두 갈래로 마치 뿔같이 생겨서 ‘양각삼’이라고 불렸다. 궁중에서 인삼을 달이면 궁궐 안에 향기가 가득해 궁중 진상품으로 지정받으며 동복에서 생산된 인삼을 ‘복삼(福蔘)’이라 명명 받았다고 한다.

복삼은 동복의 진상품인 복청(福淸), 복천어(福川魚)와 함께 삼복(三福)이라 불렸는데, 크기가 작고 단단하며 잘 쪼개지지 않고 무엇보다 약효가 뛰어나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동복삼은 개성인삼의 인기에 밀려 1800년대에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나 1912년 한 부호가 모후산에 대량 재배에 성공했다는 기록이 있다. 비록 성장이 더뎌 재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품질이 우수해 개성인삼의 3~5배를 받았고 중국 등지에까지 수출했다 한다. 그러나 장기간 재배로 지력이 떨어지고 일제 말 관의 횡포가 심해져 1930년대에 삼포가 폐지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동복에서 복삼이 처음으로 재배된 곳은 모후산 8부 능선에 자리잡은 유천리의 유치재인데 유천리에서 산양삼 복원에 힘쓰고 있는 주민 김연섭(57)씨는 “기온이 차고 서늘하면서도 물이 잘 빠지는 토질이라 삼을 재배하기에 더 없이 적당한 곳”이라며 “실제로 키워보니 잘 자라고 향도 강해 모후산이 고려인삼의 시배지라는 설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2월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고려인삼 시원지 복원을 위한 국제산삼 심포지엄’에서 박봉우 강원대 조경학과 교수 역시 위에 열거한 고문헌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고, 동복면 모후산 일대가 고려인삼의 시배지라고 확인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모후산의 옛 이름이 나복(蘿蔔), 나부(蘿富)산이라고 불린 것은 그 뜻이 ‘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옛날 중국에서 인삼을 가리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화순군은 지자체의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내세울 만한 특산물과 마땅한 대표 브랜드가 없다는 판단 아래 모후산 고려인삼시배지 복원 및 생태관광 테마파크 조성을 구상하게 된다.

화순군 남면 남계리~유마리, 동복면 유천리(모후산) 일원에 약 5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303ha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테마파크 건립계획 안에는 산양삼 육성도 한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

화순군은 2007년 10월 특허청으로부터 ‘산죽(山竹) 산양삼’이라는 실용신안권 상표등록을 마치고 화순군 대표 특산물로 육성할 계획이다.

군은 고품질 산양삼 생산을 위해 남면 내리에 올해 말까지 10ha 면적의 채종포를 확보하고 2005년 전후부터 관내에 모두 200ha 45농가를 대상으로 산양삼 재배를 지원하고 있다.

▲ 김연섭씨가 모후산에서 재배한 5년근 산양삼. 크기는 아직 작지만 향이 아주 진하다.
군이 고려인삼의 명성을 잇기 위해 인삼 대신 산양삼을 선택한 것은 최근 국제 시장에서 농약과 비료 범벅인 국내 인삼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준영 군 산림소득과 산양삼 산업화 담당은 “산양삼은 농약과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재배만을 목표로 한다”면서 “군은 이를 위해 친환경 품질인증을 통한 이력제 도입 등 관련 제도 정비와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라도 토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순 복삼은 이제 200여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모후산의 정기를 받고 산양삼으로 거듭날 참이다. 4~6년이면 수확하는 인삼에 비해 산양삼은 8~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인고의 작물이지만, 머지않아 새롭게 복원된 전라도 토종, 화순 산양삼의 명성이 전국에 울리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산삼이나 진배 없죠”
김연섭 산양삼 재배농민(동복면 유천리)

   
지난 2005년 봄 모후산 자락 23,140m² (7천여평) 면적에 산양삼 씨앗을 뿌려 올해로 재배 5년째를 맞는 김연섭(57.사진)씨는 “때마다 비료와 농약을 해야 하는 인삼보다 산양삼은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손이 덜 간다”고 산양삼 재배의 매력을 말했다.

인삼처럼 밭에 재배하는 것도 아니고 해발 600~700m 높이의 산자락에 이랑을 파고 씨앗을 뿌려 놓으면 따로 김을 매거나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김씨는 “모후산 일대는 공기가 맑은 청정지역인데다 2년마다 친환경인증 검사를 받고 있어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면서 “아직은 5년생이라 크기가 작아도 씹으면 향이 아주 진하다”고 만족해했다.

김씨는 모후산에서 자란 산양삼을 10년 정도 키워 시중에 판매할 계획이다. “자연상태에서 자란 산양삼은 산삼이나 다를 바 없다”는 김씨는 “시중에서 5년근 산양삼이 뿌리당 5만원에 거래되는 것에 비해 15만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유천리는 원래 ‘금칭’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곳은 고려 인삼 시배지라는 옛 명성과 더불어 복청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200통의 토종벌꿀을 재배하며 연간 5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김씨는 다시 한 번 산양삼으로 성공한 농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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