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항 전투기 소음에 대한 피해지역 주민들의 집단 소송이 전체 7건 중 일부에만 ‘피해를 인정한다’는 판결이 11일 내려졌다.
광주지법 제6민사부(부장판사 사봉관)은 강모씨 등 공항 인근 주민 3만875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76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41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초 완전한 승소를 기대했던 광주공항전투기소음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재판부의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항소할 계획이다. 이로써 피해 주민들과 재판부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에서는 대책위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파악·제출한 피해 사례 모두가 병합돼 제기된 소송으로 소음도 측정에 관한 견해 차이로 상당 부분 각하 또는 기각된 것이 주요 핵심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공군 비행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노출된 주민의 신체적·정신적·일상적 피해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소음도가 75웨클(WECPNL·항공기 소음측정 종합평가단위)인 지역은 배상 기준치인 80웨클로, 80웨클은 85웨클로 잘못 측정됐다”며 “소음도가 85웨클 이상인 지역부터 실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는 80웨클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감정 과정에서 감정인(서일대 산학협력단)이 소음예측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광주공항 비행장에서 운행되는 F-5전투기보다 소음도가 높은 F-4전투기(일명 팬텀)를 입력함으로써 감정 결과가 실제 소음도보다 높게 산출됐다는 것. 때문에 감정결과상의 소음도에서 5웨클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1988년 매향리사격장 소음피해가 언론보도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시점부터 광주공항의 소음 문제도 널리 알려졌다”며 “따라서 이듬해부터 전입한 원고들의 경우 30%를 감액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판결 직후 임형칠 대책위 위원장은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이 내려질 당시에도 감정평가의 소음 기준에 F-4전투기가 적용됐다”며 “법원과 대책위가 선정·합의해서 결정한 피해 감정 기관의 용역 결과를 법원이 부정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소음 측정 당시 운항 중인 항공기는 F-5이지만, 피해자들이 소음 피해를 입을 당시에는 F-4가 운항중이였다”며 “현재 소음도에서 5웨이클을 뺀 수치로 피해액을 산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며 “주민, 변호사들과 협의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 주민 국은숙씨(49·치평동)는 “수년간 항공기 소음으로 시달려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소음 기준치의 정확한 측정과 감정을 통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창근 서일대 교수(산학협력단)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작된 F-5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입력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실제 훈련 상황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립환경과학원 등 정부 기관에서도 신뢰성 확보를 위해 F-4를 측정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선고는 지난 2004년 5월 12일 강씨 등 공항주민 781명이 1차적으로 소를 제기한지 5년 6개월 만에 이뤄졌다. 광주·전남에서 제기된 단일 소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지만 전체 청구액의 5.4%만 인정된 것으로 사실상 패소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