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준엄함 보여줬다”
“역사의 준엄함 보여줬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11.0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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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도층이 역사·윤리의식 달리해야”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

▲2001년 12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발족된 지 만 8년 만에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됐다. 윤경로 편찬위원장은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계기로 역사의 준엄함을 깨닫고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최유진기자

“친일인명사전이 산고에 산고를 거듭한 끝에 세권의 책으로 발간됐음을 국민들께 보고 드린다.”

2001년 12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발족된 지 만 8년 만에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됐다. 1949년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60년, 1991년 민족문제연구가 출범한지 18년만의 일이다.

윤경로 편찬위원장은 “신생 대한민국의 독립 때 이뤄졌어야 할 일이 60년 만에 끝났다”며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계기로 역사의 준엄함을 깨닫고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이 역사의 ‘엄정성’과 ‘준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친일인명사전 3권에는 친일파 4389명의 명단이 수록돼 있다”며 “역사적·실증적으로 검증에 검증을 거쳐 친일행위가 명백한 사람들을 엄선하고 선별해서 수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편찬 작업에서 느낀 아쉬움도 있었다.

“일제가 36년 동안 식민 지배를 했는데 어떻게 친일파가 4천여 명밖에 안 되냐”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친일파를 최소 70만 명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도 있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이를 대신했다.

역사의식에 대한 반성적 성찰도 주문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는 역사의 모든 잘못을 외세와 남의 탓으로만 돌려왔다”며 “친일인명사전 발간은 자기보신에 대해 고백하고 반성·성찰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동안 잘살고 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렸어도 잘못된 행위를 했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간과해 왔다”며 “특히 사회지도층이 역사와 윤리의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사전편찬 작업을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윤 위원장은 “정당과 정치인들이 사전편찬 작업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보고 분노와 실망을 느꼈다”며 “좀 더 성숙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역사의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는 1999년 8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지지 전국 교수 일만인 선언’ 이후 본격적인 구성에 들어가 2001년 12월 관련학계를 망라한 조직으로 발족됐다.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각 분야의 교수·학자·전문연구자 150여명을 포함해 180여명이 집필위원으로 참여했다.

▲윤경로 위원장이 친일인명사전을 한 손에 치켜들고 발간의 기쁨을 참석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최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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