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타향 생활하는데 입에 맞는 음식이나 있을까’ 하는 염려에 시작됐다.
네팔, 파키스탄 등 원각사를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부처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문화센터 ‘아시아밝음공동체’는 광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그리운 고향 음식 해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도 구해주고, 이들의 고민을 듣거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는 것. 작년 11월에 개소식을 갖고 활동에 접어든지 딱 1년째다.
아시아밝음공동체(이하 공동체)도 여느 단체와 다름없이 한국어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 다문화 이해 아카데미, 인권신문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알차게 꾸며가고 있다.
센터 위치(충장로 원각사 뒤편)의 특징상 충장로·금남로·예술의 거리 일대에 직장이 있거나 이곳에 자주 들르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주로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 소문도 어느 정도 나서 지역의 이주 노동자들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여성들도 이곳을 찾는다.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한국어 학당’은 한국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부인의 나라말을 배우고 싶어 하는 남편도,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한국인도, 이곳에서 중국어·필리핀어·베트남어 등을 배운다. 정동규 공동체 사무처장 역시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다. 외국인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이다.
정 사무처장은 “사실 일하기 전에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도 없었던 사람이었다”며 “헌데 일을 시작하고 보니 뜻밖에 애정도 생기고 문제점도 보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이야기하면 광주 지역에 이주민을 지원하는 단체들이며 공공기관이 너무 난립한 생태다”며 “또 대부분이 예산을 쓰기 위한 목적이 전도된 일회성 행사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동체는 현재 원각사 뒤편에 살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절로부터 1천만원의 건설비용 지원, 또 지난 1년간 시에서 약 1200만원의 지원을 받아 운영 및 활동에 드는 비용을 조달해 왔다.
하지만 정 사무처장은 “어디서든 예산을 지원해 줄 때는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며 “외국인들이 여느 행사에 불려나가서 춤을 춘다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전시성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이어 “관련 기관의 공무원들 자체도 용역이나 위탁으로 교육 및 연구·조사 사업을 맡겨버린다”며 “실적을 내고 보고하기 위한 용도에 많은 예산을 허투루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어렵더라도 시 예산에 의존하기보다 공동체 식구가 단합해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구상중이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이주민들의 가계에 보탬도 주고 싶다는 소망도 덧붙여졌다.
그는 “당장 올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지만, 이주민들의 삶에 더 가까이 밀착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수성’을 잃지 않는 공동체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공동체에는 중국·베트남·필리핀·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 등 200여명의 외국인들이 오고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