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전시관 “작품 이해 난해, 관람객 서비스는 미흡”
지난 4일 2009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4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같은 날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폐막식에 참석한 박광태 광주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평이 쏟아졌다”며 “비엔날레 연장을 검토해보자”라고 말했다.
식장에 참석한 문화·예술 관계자나 행사 참가자들의 기분을 고조시키기 위한 멘트였을까. 어쨌든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 영향으로 두 차례나 일정이 조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행사 기간에 전체 관람객 20만 2천여 명이 들어 세계 유일의 디자인 비엔날레로서의 존재증명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네덜란드 등 7개국과 국내 미술관에서도 초청전 요청을 문의한다하니 가히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반관람객 뿐 아니라 전문가까지 만족하게 할 전시내용의 개선은 앞으로 과제로 남았다.
2일 아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김선진씨(36·서구 쌍촌동)는 “도슨트(전문 안내원)들과 동행하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빡빡하게 전시를 관람해야한다”며 “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 위주라 그냥 아이와 자유롭게 관람하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성인뿐 아니라 가족단위 관람객, 아동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나 전시 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작품해설 안내가 필요한 대다수의 일반 관객의 입장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슨트 양성 과정의 개선을 통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 연령별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10여 명의 아이들과 전시장에 온 지역아동센터 교사 김모씨(28) 역시 “양복 입고 단체로 찾아온 어른들에게는 안내원이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잘 해주는 광경을 봤다”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어떠한 안내도 해주지 않아서 위축감마저 들었다”며 불만을 말했다.
더불어 행사 인력 관리도 요구됐다. 행사 관계자에 의하면 개막 초기 재단 측이 예산 난을 이유로 “모든 행사 기간에 일당을 줄 수 없으니 눈치껏 알아서 출근해라”고 요구했다는 것.
자원봉사자 김영미씨(가명)는 “인력 관리에 너무 소홀한 것 같다”며 “매회 새로운 자원봉사자를 뽑고, 또 다시 교육하는 등 소모적인 모습이야말로 예산 낭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사 관계자는 “작품 배치나 동선이 산만해 따로 설명을 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워하는 관객들이 있었다”며 “주최 측의 자화자찬이 아닌 관람객의 만족도에 대한 평가가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김성인씨는 “매체를 통해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시 장소, 약도, 연락처에 대한 알림 서비스가 부족한 것 같다”며 “또 장애인 등 사회 약자에 대한 관람 편의 시설 등에 더욱 신경을 써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문화 원형에서 글로벌 디자인계에 새로운 실마리와 이슈를 던지고자 한 기획의도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전시 구성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다.
전시관 밖 전시로 기획, 이장우 가옥 등 남구 양림동 일대에서 진행된 ‘어울림’전에는 일상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각종 전시물과 즐길 거리를 보고, 느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채원(43·남구 월산동)씨는 “한옥과 디자인이 절묘하게 어울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비엔날레는 큰 전시관에서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시민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무료로 열려 좋았다”고 말했다.
양림동 이장우 가옥, 수피아홀, 광주천변 등 전시장소의 확장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다.
한편 지난 4일 열린 폐막식에서 은병수 총감독은 “‘디자인은 대중과 가장 가까이 있다’라는 메시지 전달이 잘 됐다”며 “또 한국의 문화원형을 실마리로 던지고 재해석 된 사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제3회 디자인비엔날레는 ‘The Clue-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주제로 옷·맛·집·글·소리 5개의 주제전과 살림·살핌·어울림 3개의 프로젝트전 등으로 구성됐다. 48개국에서 519명의 디자이너와 376개 기업이 참여, 모두 1951점의 작품이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