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통해 ‘호혜적 상생’하는 인재양성”
“철학 통해 ‘호혜적 상생’하는 인재양성”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11.06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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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시장 확대, 교육 양극화 심화 등 우리 교육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서는 끊임없이 처방전을 내놓았지만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하며 그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 일환 중 하나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대안학교운동이다. 공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려는 이런 시도들은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광주 광산구 동임동에 터를 잡은 ‘지혜학교’도 대안학교 중 하나다. 지혜학교는 ‘철학하기’를 강조하는 곳으로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다.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인 지혜학교 김창수 교장을 만나 왜 철학이 강조돼야 하는지, 우리 교육의 문제점, 지혜학교 운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창수(52) 교장은 서울 중앙고등학교에서 5년여 동안 교편을 잡은 이후 줄곧 대안학교운동을 해왔다. 그는 담양 한빛고에서 교장을 맡았고 전북 무주에서 대안학교인 늘푸름학교 설립에 참여했다. 최근까지 녹색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다.

한편 지혜학교는 2일부터 11일까지 신입생 원서 접수를 받는다.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전형캠프를 거쳐 16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혜학교는 중·고 통합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에 각각 40명씩 학생을 선발한다.

▲ 김창수 교장 ⓒ강성관
“경쟁력과 지식전달 중심의 교육철학 문제”

-. 한빛고·늘푸름학교·녹색대학 등 줄곧 대안학교운동을 해왔다. 대안학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공교육은 특정 집단, 정권과 자본이 자기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들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교육적 메뉴를 제공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배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 정부와 자본이 공급자이고, 교사는 전달자이고 학생은 소비자다. 전달자와 소비자는 수동적이다.
공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에 치우쳐 있고 아이들의 의사와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교사는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인이고 아이들은 그것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뿐이다. 타율과 강제에서 자율과 자유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 대안학교다. 대안학교운동은 공교육의 대립항이다. 일반 교육이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반대할 수 있는데, 반대를 하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안학교가 이 길목에 서있다.”

-. 대안학교가 ‘공교육의 대립항’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우리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교육철학의 문제와 지식전달 중심의 교육이 그것이다. 먼저 철학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우리 공교육은 사회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한다. 다른 사람과 나의 관계에서 자신이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교육을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자본이 주도하는 교육체계 속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란 좋은 상품을 빨리 빨리 구상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두 번째 문제와 연결된다. 철학적 바탕이 ‘경쟁력 있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에 치중하다보니 지식전달 중심의 교육만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지식은 아무래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보다 앞설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집중하게 한다. 대량생산과 산업사회 체제에 맞춰진 것이다. 맑시스트 관점에서 보면, 학교는 인간의 사회적 계급을 재생산하고 공고화하는 기관이고 아이들에게 집단생각과 동일한 행동양식을 불어넣으려 곳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한다.”

-.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면서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흔한 비판이 되고 있다. 어떻게 개선해 갈 수 있다고 보나.
“경쟁력을 강조하다보면 상품을 고안하고 쓰는 기간(주기)이 빨라진다. 그것은 자원을 극도로 낭비하는 소비문화로 당연히 생태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다. 그리고 다른 존재와 나의 관계, 자연과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호혜적 상생을 이룰 수 있을까’라고 묻지 않는다. 이것 보다는 일방적으로 ‘다른 존재와 자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 공동체에 많은 해를 준다.”

-. 정책 변화를 통해서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공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철학이 문제인데 정책을 바꿨다고 해서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사람들의 생각(교육철학)이 바뀌지 않고 정책 내지는 제도를 바꾸거나 대학입시 방법과 수업방식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철학이 바뀌어야한다. 교육을 통해서 ‘나의 행위가 자연과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을 하다보면, 효율성보다는 공동체성이 강조될 것이다. 생각·사상·철학적 측면이 바뀔 것이다.

굳이 제도적으로 접근한다면 사람들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나아가되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국제고등학교 설립이나 외국어고 등 자립형사립고 설립 등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제도의 허점을 통한 또 다른 ‘파워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홈스쿨·방과후학교·대안학교 등 다양한 교육행위를 인정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런 정책 전환에는 찬성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교육행위에 대해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일정정도 교육의 평등권을 실현할 것이다.”

-. 지혜학교 설립을 추진한 계기는 무엇인가.
“목사, 스님, 교수들이 모여서 같이 공부하고 명상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2006년 학문과 수행을 하면서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솔성(率性)수도회’를 만들었다. 수도회는 교육자, 수도사, 스님, 목사, 교수 등이 참여했는데 무엇을 할 것이냐를 고민하면서 ‘지혜로운 어른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혜로운 아이들을 길러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우리 사회는 가슴은 뜨거운데 머리가 맑지 않은 것 같다. 어려서부터 즉물적인 삶에 노출돼 살다보니 깊게 사색하거나 지속적으로 사색을 하거나 생각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정부 교육행위 있는 곳이면 모두 지원해야”

ⓒ 강성관
-. 지혜학교는 철학대안학교라고 지칭되고 있다. 왜 철학이 강조돼야 하는가.
“일방적인 전문지식 전달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하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논리적으로 말하고 자기 생각을 펼칠 줄 알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고 성찰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세계와 자연’ 이것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고 바라 볼 수 있는 훈련을 할 것이다.

지혜학교는 ‘철학 콘텐츠학교’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고 철학하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물이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오감 등을 통해 지식을 축적한다. 그런데 이것들이 파편화 되어서 경험의 더미로만 남는다. 이것을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지식의 질서가 부여되고, 질서 잡힌 자기  생각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지혜학교가 다른 대안학교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언급한 대로 ‘철학하기’ 훈련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지식으로서 철학 뿐 아니라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혜롭게 살 것인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일반학교에 비해 대안학교는 자율적으로 자유롭게 행위 하는 곳인데 ‘자율적으로 자기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내가 내 마음대로 행위 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더라도 그 결정으로 이웃에게 해가 가서는 안 된다. 호혜적 상생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타율적 강제’를 부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대안학교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교육이 되선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지혜학교는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강제할 수 있는 교육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자기 검열할 수 있는 교육, 그것이 지혜학교와 다른 대안학교의 또 다른 차이점이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교사, 학부모, 후원자 모두 공부하는 학교라는 점이 다르다. 내년 3월 학교 개교와 함께  3개의 학교가 동시에 시작된다. 바로 교사들을 위한 ‘교육대학원’, 학부모들과 함께 공부하는 ‘학부모 대학’, 후원자들을 위한 ‘도우미 학습원’ 등이 그것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 후원자가 함께 고민하고 공부할 때 교육 목표를 이뤄갈 수 있다고 본다.”

-. 지혜학교 교과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우리 학교 교육과정은 일반교육과 특성화 교육으로 나뉜다. 일반교과는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과목들과 동일하다. 그러나 수업 방식은 다르다. 모든 수업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을 선발할 때 철학적 기반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특성화 교과는 ‘철학’이나 ‘생태’ 같은 교과다. 서양 철학, 동양 철학, 그리고 논리학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앞서 말했지만 철학적 지식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한 ‘철학하기’를 가르치는데 치중할 것이다. 생태 과목도 같은 맥락이다. 반 생태적인 현대문명을 성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 대학입학 등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욕구 충족도 필요할 것 같다.
“우리 학교 교사들은 입시에 대해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다. 더불어 철학적 기초가 있는 분들이다. 입시와 관련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책 많이 읽고 철학적 사유 훈련을 하면 입시 문제에 대해서도 잘 대처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고3학년 때는 특별히 대비를 하려고 한다.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루 4시간 정도 글을 읽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글쓰기 훈련과 토론을 하다보면 독해 능력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대안학교를 보내기 위해서는 다소 비싼 교육비를 지출해야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대안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다.
“우리학교의 경우에는 입학 정원의 10%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입학이 곤란한 아이들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교육행위가 발생하는 곳에 지원을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의무교육에 대한 해석이 바뀌어야한다. 부모가 학생을 의무적으로 학교에 보내는 것이 의무교육이 아니라 어떤 방식이든 교육 행위가 발생하는 곳이면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의무교육이다. 교육 행위가 발생하면 정부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한다. 대안학교가 교육비 측면에서 다소 부담이 될 테지만 사교육비까지 따지고 보면 대안학교 교육비가 일반학교 다니는 학생 보다 훨씬 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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