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을 비롯해 한강, 금강, 낙동강 등 4대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다”
‘4대강 사업’ 관련 위헌법률심판 소송대리인 임통일 변호사의 말이다.
지난 2일 광주역 차량사업소에서 열린 ‘4대강사업(영산강사업)주민피해현황 보고 및 소송 설명회’ 자리에 임통일 변호사를 비롯한 소송 대리인단이 참석했다.
임통일 변호사는 “‘4대강 사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진보와 보수의 구분을 넘어섰다”며 “또 개인의 재산을 지키는 문제도, 건설·개발자와 환경 운동가의 싸움도 아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저지 활동이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묵살’하는 ‘민주주의 퇴보’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이라는 설명.
임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가 재해 예방, 일자리 창출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날림’ 사업”이라며 “건설업체와 계약체결을 위해 모든 행정적·법적 절차를 졸속으로 개정하거나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시하는 4대강사업 관련 위헌법률심판 소송(이하 위헌 소송)의 핵심은 2008년 2월 29일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있다. 당시 ‘재해 예방 사업’의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개정, 이 점을 이용해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는 재해 예방 사업으로 졸지에 변경했다는 지적이다.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13조 10항에 따르면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4대강 사업’ 역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
또 환경정책기본법 제25조에 따라 ‘관계 행정기관장은 환경기준의 적정성 유지 및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 및 개발 사업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수립·시행될 수 있도록 사전환경성 검토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 변호사는 “정부의 ‘4대강 종합정비 기본계획’ 자체에는 어떠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사전환경성 검토도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지난 9월 발표한 ‘4대강 사업의 위법성과 국민소송’이라는 제목의 자료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이 교수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유역종합치수계획이라는 상위법은 무시한 채 하위법인 하천기본계획을 수정했다”며 “하천기본계획 수정으로 4대강을 따라 각종 준설과 보를 쌓는 일에 합법성을 부여하고자 했으나, 근본적으로 명백한 상위법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하천별로 통과된 하천기본계획안이 상위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임통일 변호사는 “현재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은 하천 관리 차원의 사업이 아니다”며 “온 국토를 개조하는 ‘재해 예방’이 아니라 사업 자체가 ‘재해’”라고 비난했다.
이날 동행한 이정일 변호사는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라며 “관련한 학자, 법률가, 공무원 등 앞으로 자신이 받게 될 부당한 대우나 압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 변호사는 또 “자칫 주민들이 개발과 보상이라는 이슈에 흔들릴 수 있다”며 “장기간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때문에 “원천적으로 ‘4대강 사업’에 관한 국가의 비합법성에 초점을 맞추고 당장 눈앞에 벌어질 공사를 중단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리에 참석한 4대강사업저지를위한범국민대책위원회의 정인철씨는 “소송 비용은 변호인단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시민단체의 후원으로 이뤄진다”며 “4대강 사업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주민들은 금전적 걱정을 하지 말고, 더 많은 증거와 증언으로 국가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및 주민등록상 주소를 가진 사람 모두 원고가 가능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30여 명의 변호인단이 꾸려졌고,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지역 피해 자료 수집 및 현장 조사를 실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