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등 시민단체 위헌법률심판 소송 추진
“우리 마을은 79년도에 경지 정리가 잘 돼서 홍수·가뭄 피해가 한 번도 없었다”
“수리 시설이 이렇게 잘 돼있는데 왜 우리 농토를 빼앗아 홍수 조절지를 만든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전남 화순군 이양면 품평리 양혜경 이장의 절규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양면과 청풍면 일대에 홍수조절지를 건설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에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2일 오전 11시 4대강사업(영산강 사업) 주민 피해현황 보고 및 4대강사업 관련 위헌법률심판 소송에 관한 설명회가 광주역 차량사업소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박 이장이 제시한 국토해양부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지석천 홍수조절지 건설의 목적이 “태풍 등으로 홍수가 발생할 경우 물을 일시 조절지에 담아 둠으로써 하류지역의 수해를 예방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사업 개요안을 살펴보면 농지 1.58㎢를 할애해 홍수조절지 면적 확보, 총사업비 1,613억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 이장은 “약 2천억을 들이는 대규모 공사이고, 그 범위는 우리 부락 40가구의 농토가 대거 포함돼 있다”며 “국책사업이면 주민들에게 설명도 안하고 농민들 삶의 터전을 빼앗아도 되는 거냐”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뻔히 농민들을 죽이는 사업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는 지역 의원들이나 공무원들도 문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황 보고에는 화순군 일대 외에도 ▲광주시 광산구 본량동·왕동의 왕동저수지 증고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승촌보 건설 ▲전남 곡성군 오곡면 구성리 구성저주지 증고 ▲전남 나주시 노안면 죽산리 죽산보 건설 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주민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각 지역에서 참석한 주민들은 “우리의 의견은 한마디도 묻지 않고 공무원들이 와서 저수지를 만들겠다느니, 보를 쌓는 공사를 한다느니 말만 던지고 돌아갔다”며 “농사만 짓고 온 사람들이 농토를 빼앗기면 뭘 하며 먹고 살겠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곡성군 오곡면 구성리의 박용수 이장은 “언젠가 한국농촌공사 공무원들이 와서 7m나 되는 둑을 쌓을 계획이라고 했다”며 “그렇게 되면 마을 농지 98%를 잃어야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박 이장은 이어 “공무원들이 당장 12월부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며 “하루아침에 먹고 사는 터전을 잃게 됐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정부의 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화순군에서 온 박기봉씨(82)는 “20년 전에 주암댐이 생기면서 화순으로 사는 데를 옮겼다”며 “주암댐이야 광주·전남 식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익이 있겠거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국토를 살리거나 국민을 살리는 사업이 아니라 재해를 입히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자리에 참석한 임낙평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최소 22조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인데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조차 없었다”며 “무엇보다 행정·법적 절차를 밟아 국가의 위법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갑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최근 용산 사태나 미디어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면 알 수 있듯 국가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체 국민과 지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산강지키기광주전남시민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주민피해사례 등의 자료를 수집, 위헌법률심판을 준비 중이다.
위헌법률심판이란 국회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고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법률의 효력을 잃게 하거나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들은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해 개정된 국가재정법 시행령이 국회 입법권에 대한 월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관련해 모든 사업에 대한 사업중지가처분신청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