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궐 선거에서 발견한 희망
10.28 재보궐 선거에서 발견한 희망
  • 임승호
  • 승인 2009.11.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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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호(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정책위원)

흔히들 미니 총선이라고 말하는 10월 28일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총 5개 선거구 중 수도권2곳과 충청권1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였고, 직전 한나라당 대표인 박희태 대표가 출마한 한나라당의 지역구라 할 수 있는 경남 양산에서조차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득표율 차이가 불과 4%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경남 양산의 선거결과는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참패보다도 더 큰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다. 이번 선거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는 아닐 듯싶다.

일각에서는 만약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연대를 했었더라면 양산에서조차도 이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정신 못 차린 한나라당

그런데, 한나라당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보궐선거가 여당의 무덤인 관례에서 벗어나 2석이나 획득했으니 결국 한나라당의 승리다’라는 한나라당의 인식은 어처구니가 없다.

당선 축하식에서 “아주 빛나는 승리”라고 자체 평가를 내리면서 “이번 선거는 정몽준 대표의 리더십이 빛난 선거였고, 우리 여당과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회복되고 상승무드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박희태 전 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착각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 ‘이 같은 상태라면 내년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것이다’라는 박희태 당선자의 발언은, 한나라당이 내년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느낌조차도 갖게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양산에서 야권 단일화를 일궈냈다면 국민들은 이 같은 아름다운 모습에 더 큰 지지 보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양산에서 지역주의로 병든 한국정치사에 대이변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안산 상록을에서 단일화 실패의 영향도 앞으로 적잖을 것이다. 야권 및 범시민사회 연합을 주도해 가고자 하는 민주당이라면, 재·보궐 선거에서 어떻게든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유권자 변화에 가능성 확인

정당의 태도와는 달리 투표율 상승, 지역감정 완화, 현 정부 정책심판의 표시인 야당지지 등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여준 정치의식과 행태는 우리나라 정치발전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기초단체 정당공천폐지운동이나, 좋은 후보 추천과 풀뿌리생활정치운동 등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정치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노력도 큰 변화의 징조로 보여진다.

이 같은 시민참여와 정치참여가 더욱 활발해진다면, 민주당이 공천한 22명의 전남 기초단체장중 11명이 부패혐의로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정당 실패’의 책임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이름으로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존 정당들이 공천권을 남용함으로써 지방자치를 병들게 하는 현실을 시민들이 바로잡아가야 한다. 우리는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태도와 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 정치과정에서 더욱 힘 있는 시민정치를 실현해 갈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자는 민주당이 아닌 유권자와 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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