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감동행정인가?
누구를 위한 감동행정인가?
  • 김순흥
  • 승인 2009.11.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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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흥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소장

“‘부부목숨 앗아간 화물차 불법주차’, ‘광주 간선·이면도로 야간 불법 주차 몸살’, ‘동림동 인근 추돌사고 2명 사망·1명 중상’” 몇일 전 사회면의 기사이다.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불법주정차로 도시가 몸살을 앓고 시민들의 목숨도 위태롭다.

“2009년 9월 1일부터 불법주정차 단속시 사전 핸드폰 문자알림 서비스실시” 얼마 전 어느 구청의 구보 1면에 실렸고 구청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이다. 아래는 그 구의 청장이 어느 일간지에 기고한 내용 가운데 일부이다.

“...(전략)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불법주정차 문제다. ...(중략) 주정차 위반 단속은 다수 주민들의 교통안전과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하고 있다. 그런데 법규 위반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신경 쓰지 않으면서 규정에 얽매여 단속에만 열을 올린다고 거세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운전자들이 제기해 온 가장 큰 불만은 ‘예고’ 없는 단속이었다. 단속 직전 호루라기나 육성 등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나 사실 이런 방식으로는 운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 (중략) 이 제도 시행으로 구 재정 수입은 다소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불법주정차 단속에 따른 불편과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되는 효과가 있다. (후략)...”

주정차위반으로 딱지를 떼거나 견인을 당하고 나면 과태료도 물고 차를 찾으러 가는 불편을 겪어야 하니 속이 좋을 리 없다. 주민들이 속상해 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주민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감동행정’을 펼친다. ‘주민(?)’을 위한 행정의 진보인 것처럼 보인다.

위법자에겐 감동을, 시민에겐 불편을?

문자서비스든 마이크로 외치는 서비스든 단속 사전예고제란 어처구니없는 행정 때문에 주정차질서가 잡히지 않는다.  위법자들이 ‘감동행정’에 감읍하고 하해와 같은 따뜻한 행정의 고마움으로 인해 개과천선하여 다음부터 불법주정차를 하지 않는다면 감동행정이 찬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속차량이 와서 마이크로 불러대거나 문자로 예고할 때까지는 그대로 있어도 안전하다는 말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안심하고 태평하게 불법주정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법자의 감동'을 위해 '선량한 시민들의 목숨과 불편'을 양보할 것인가?

개념이 없는 행정

법이 없으면 혼란이 온다.  법이 있되 서로 상충되는 법이 있을 때도 혼란이 온다. 법도 있고 서로 상충되지 않는데도 무법천지가 올 수 있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방치하고 있을 때이다. 법을 안 지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으면 지키려고 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속성이다. 필요해서 만든 법인데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

고객관리시스템을 통해 민원처리과정이나 세금납부 안내 등을 해주는 것은 주민들에게 이로운 행정방식이다. 하지만, 할 것이 있고 안할 것이 있다. 법과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벌칙을 주는 것은 상식이다. 꼭 지켜야 할 규칙은, 좋은 말로 해서 듣지 않으면 벌을 주어서라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이다.

필자가 뉴욕에서 견인을 당한 적이 있다.  차를 찾는데 하루를 허비하고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용(과태료+택시비)도 들었다.  다시는 불법주차 할 생각이 없어졌다.  언제 끌려갈지 모르면 조심을 하고, 불편을 느끼고 금전적 부담을 가지면 위법을 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게 된다. 철저한 단속 앞에 장사없다.

불법주정차 단속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구 재정수입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위법자가 아닌 선량한 시민의 생명과 편리를 지켜주자는 것이다. 현명한 행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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