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곁들인 달콤한 맛, 한겨울 별미
동치미 곁들인 달콤한 맛, 한겨울 별미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0.30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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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해남 물고구마

개량 밤·호박 고구마에 밀려 종적 감춰
 물컹물컹 단물 엿처럼 흘러...복원 활발

▲ 시뻘건 황토밭에서 자란 해남 물고구마는 껍질색이 희고 심줄이 불거져 있으며 육질이 연하고 물엿 같이 달아 겨울철 간식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20여년 전만해도 전남 해남하면 일반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겨울철 간식 거리가 있었다. 바로 물고구마다.

해남 사람을 ‘물감자’로 부를 정도로 물고구마는 해남의 대표적 작물이었다. 흰색 표면에 크기도 지금의 밤고구마보다 크고 쪄놓으면 손에 쥐지 못할 정도로 단물이 엿물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고구마였다. 물컹한 고구마를 한입에 빨아먹고 들이키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맛은 한겨울의 별미였다.

이런 물고구마가 어느 순간 사라지기 시작해 현재는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옛 물고구마에 대한 향수와 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지금도 물고구마를 찾지만 구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해남 어느 농가도 상업용 물고구마를 재배하는 하는 곳은 없다. 소출이 적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직접 먹기 위해 자투리 땅에 물고구마를 재배하는 일부 농가가  있을 뿐이다.

일본서 전래된 구황작물

벼·보리·콩 등 대부분의 곡식작물이 한반도를 통해 일본으로 들어간 것과는 달리 고구마는 16c에 일본에서 전래된 작물이다. 원산지는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남미지역이다. 조선 영조 39년(1763) ‘견일통신정사’ 조엄이 쓰시마섬 ‘사시나라우’에서 고구마를 보고 그것이 좋은 구황작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씨고구마 몇 알을 부산진에 보낸 것이 시초다.

고구마는 체력을 좋게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이다. 알카리성 식품이어서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고 비타민 성분이 많아 노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 특히 고구마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물성 섬유는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배설을 촉진한다. 변비에 특효약인 셈이다  

전라도, 전국고구마 보급 중심지

고구마가 전라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700년 후반이다. 조엄이 대마도에서 종자를 얻어 제주도 등지에서 시험 재배하던 중 그 일부가 전라도 지역으로 유입 되면서 부터다. 기록에는 선종한이란 사람이 보성에서 수년간 고구마 재배를 연구해 ‘감저신보’를 남기는 한편 고구마를 전국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조선 실학자 서유구가 ‘종저보’를 저술, 보급 했다고 알려져 전라도가 고구마 전국보급 중심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급 초기 전라도에는 백색과 적색 등 두 가지 종류의 고구마가 있었다. 적색에 비해 유난히 물기가 많은 백색종에 사람들은 물고구마란 애칭을 붙였다. 특히 시뻘건 황토에서 자란 해남 물고구마는 껍질색이 희고 심줄이 불거져 있으며 연하고 물엿 같이 달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고구마는 토양에 따라 맛과 색이 달라진다. 모래가 섞인 흙에서 자란 다른 지역 고구마는 모양이 좋으나 맛과 당도에서 해남 고구마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종적을 감춘 물고구마 

70년대 초 물고구마는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입맛에 맞고 수확량이 많은 작물을 재배토록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보급된 ‘밤고구마’가 농촌 지역을 휩쓸면서 볼품없는 물고구마는 전라도  지역에서 사라져 갔다.

개량된 밤고구마의 생산량이 평당 9kg 정도인데 반해 평당 5kg인 물고구마가 설자리를 잃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한 물고구마가 소비자에게 외면  당한 이유는 먹기가 불편하고 가마솥의 퇴장에 있다.  물고구마는 김이 빠지지 않는 가마솥에서 쪄야만 당도를 유지한다. 지금처럼 집집마다 압력밥솥이 있었다면 물고구마가 급격히 사라지는 비운은 없었을 것이다.

현재 해남에서 생산되는 고구마 주품종은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이다. 밤고구마는 15년 전 ‘율미’품종이 ‘수’품종으로 조직배양 됨으로써 대량생산이 이뤄졌다. 물고구마에 비해 당도나 수분이 적은편인 밤고구마는 밤 맛이 난다고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찌거나 구울 경우 질이 단단해져 물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날것으로 먹으면 씹는 맛이 딱딱한 느낌을 주므로 찌거나 구워먹는 것이 더 맛있다. 하지만 ‘퍼석퍼석’한 느낌을 주는 것이 단점으로 물을 자주 마시게 된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호박 고구마는 ‘주황미’ 품종이 개량 된 것이다. 질이 호박처럼 노란색을 띤다고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모양은 대체로 방추형이며 잎이 붉은색을 띠어 다른 고구마와 구별하기 쉽다. 전체적으로 밤과 호박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맛이 나는데 당도가 높아 ‘꿀고구마’라고 불리운다.

▲ 해남 물고구마 복원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사진은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조직배양 중인 물고구마 ‘무병묘’.
복원되는 물고구마

비록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에 밀려 물고구마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비운을 겪었지만  복원에 대한 희망의 싹이 보이고 있다. 올해 해남군이 ‘옛날 해남 진짜 물고구마 찾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군은 몇 년 전부터 물고구마 종자 찾기에 나섰다. 마침내  문내면 등지에서 종자를 찾아 조직배양에 성공, 3000여평의 밭에 시험재배를 하고 있다.

올가을에 수확하여 해남 각 농가에 물고구마 종자를 보급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진짜 해남 물고구마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김흥균 해남군 농산물 마케팅팀장은 “최근 서울·부산 등 물고구마를 찾고 있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물고구마의 단위 생산량을 높여 해남의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도 물고구마 복원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센터실험실에는 물고구마 ‘조직배양종자’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시험재배장 1ha에서 물고구마가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허영욱 농업기술센터계장은 “올해 1ha에서 수확되는 물고구마를 종자로 삼아 2011년까지 50ha까지 재배 면적을 늘릴 계획”이라며 “밤고구마·호박고구마 보다 수확량이 적어 농가에서 기피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수품종으로 개발하고 조직배양, 무병묘 보급, 당도향상을 위한 스테비아 농법을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품직개선 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원사업은 아직 초보단계다. 그러나 물고구마를 아끼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2~3년 내에 제원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해남군 농업기술센터는 시험재배장 1ha에서 재배한 물고구마를 종자삼아 2011년까지 50ha까지 재배면적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험재배장에서 자라고 있는 푸릇푸릇한 물고구마 종자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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