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 과연 현실성과 실효성은 있나
돔구장, 과연 현실성과 실효성은 있나
  • 장현준 기자
  • 승인 2009.10.30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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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서울에 지어도 적자 면하기 어려울 것”
운영 적자, 혈세로 감당해야 하는 사태 맞을 수도

돔구장 건립이 가시화되면서 지역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의 ‘공수표’에 여러 번 속은 까닭에 ‘이번엔 진짜겠지’ 라는 기대심리와 반대로 ‘광주에 과연 돔구장 건설이 가능할까’라는 현실성과 실효성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시설로 꼽히는 무등 경기장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야구장 신축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지 오래다. 그러나 광주시가 급작스럽게 꺼낸 ‘돔구장 카드’에 반색만 할 게 아니라 한번쯤은 따져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지역 여론의 분위기다.

▲ 광주 무등경기장 모습.

민자 유치해도 적자운영 가능성 커

민자 유치해도 적자운영 가능성 커문제는 ‘40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건립비용’과 ‘돔구장을 감당할 수 있는 시장을 갖출 수 있냐’이다.

전문가들은 건립비용이 실제로 부대시설이나 여러 변수들을 감안할 때 4000억 원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유지비용도 연간 수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해 각종 지자체가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지 못한 이유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 밀집도를 자랑하는 서울에 돔구장을 건립한다 할지라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전망이다. 광주 145여만 명의 인구에, ‘문화산업’에 대한 의식을 감안할 때 엄청난 액수의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다.

 광주시는 “야구장 주변지역을 함께 개발한 수익금으로 야구장을 건립하는 ‘기업제안형’ 사업을 채택했다”며 “재정적 부담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돔구장을 건설할 만큼 주변지 개발 이익이 나올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광주시는 부지제공과 각종 인허가 행정지원을 약속했다. 그린벨트 지역의 부지를 저가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부지제공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보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가능한 대목이다. 돔구장 부지와 함께 스포츠타운과 주택 개발 부지까지 헐값에 제공받아 막대한 분양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일부에서는 특혜로 흐르지 않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 대기업 건설사의 특징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양해각서가 체결된 것만 가지고 희망을 가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족할만한 상황이 아니면 해당 기업은 언제든 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돔구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잔디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상당수 야구팬과 네티즌들은 “돔구장 건설비 절반만 들여도 인천 문학구장을 능가하는 야구장을 만들 수 있다”며 “낡은 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야구장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송광운 광주 북구청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돔구장을 외곽에 신축하기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무등경기장 야구장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 일본 도쿄 돔구장 모습.

사후대책 미비 ‘제2 월드컵경기장 꼴’ 우려

문제는 또 사업계획이 구체적이거나 치밀하지 못하다는데 있다. 계획이 탄탄하지 않은 민자사업은 시공업체에 막대한 수익이 돌아가고, 시민이 세금 부담을 떠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돔구장의 연간 운영비는 일본의 경우를 감안할 때, 최소 100억에서 최대 300억까지도 든다. 일본의 경우 도쿄돔 이외에 돔구장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하루에 1억 원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적자가 뻔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기 십상인 셈.

세상 어느 야구장도 야구만으로 적자를 면할 수 없다. 돔구장과 연계된 상가 및 편의 시설, 그리고 야구시즌이외에 각종이벤트와 행사 유치를 통한 수익창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돔구장의 최대조건은 위치이다. 교통접근성이 매우 용이한 도심 내지는 적어도 부심이어야 한다.

광주시는 “돔구장의 흑자운영을 위해 상업공간과 복합 테마타운 건립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역 대도시라고는 하지만 광주 인구가 200만이 채 안 되는 데다 수도권 집중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돔구장을 365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체계가 될지는 비관적이다.

자칫 월드컵경기장의 경험을 다시 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각 지방의 월드컵구장들은 운영비용마저 감당하지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 2005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10곳의 월드컵경기장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단 한 곳이었다. 이러한 원인은 정확한 수요 예측과 사후관리, 운영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시 계획대로라면 돔구장은 2013년 완공된다. 국내 최고수준의 스포츠시설이 마련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레저타운이 들어설 경우 주변의 문화체육관광시설 등과 결합해 경제적 생산유발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돔구장 건립계획 발표과정에서 보여준 광주시의 태도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현실성과 실효성 차원의 대안 확보가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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