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굽만 보면 사람 됨됨이가 보여요”
“뒷굽만 보면 사람 됨됨이가 보여요”
  • 장현준 기자
  • 승인 2009.10.24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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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리의 노하우] 이문식 구두수선가

▲ 40여 년동안 구두를 수선해 온 이문식 씨.

광주시 동구 지원동 지원우체국 옆에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두수선점. 화려한 간판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길가에 빨간 락카로 휘갈겨진 ‘구두병원’이라는 글씨는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러나 가게 안은 바깥에서 보기와는 딴판. 3.3㎡ 규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구두 관련 물건이 3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에게 ‘우체국 양화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구두 수선점이지만 주인의 뛰어난 솜씨 때문에 ‘양화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기 때문. 오늘 주인공은 ‘우체국 양화점’ 주인장, 이문식(67) 씨다.

-40년 동안 구두수선

이 씨가 처음 구두 수선을 하게 된 것은 1963년. 광주에 사는 형님의 도움으로 전대병원 앞에서 구두 수선점을 열었다. 올 해까지 벌써 40년. 고향인 고흥에서 광주로 올라와 인연을 맺게 된 구두는 평생의 업이 됐다.
“고향에서 올라와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웠을 때만 하더라도 이게 평생을 갈 줄은 몰랐죠. 하지만 구두수선으로 자식들을 다 키워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이 씨는 일곱 살이 되던 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1급 장애인.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울 때도 남들보다 더 고생했다고 한다. 양화기술을 배워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양화점에 취직이 잘 안됐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구두수선이다.

그는 “구두수선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며 “신고와서 기다리는 사람 먼저, 챙겨 가지고 온 사람은 나중이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전자가 후자 보다 그만큼 급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40년 노하우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구두 뒷굽을 갈아야

‘구두수선’이 포괄하는 범위는 그리 간단치 않다. 굽 하나만 봐도 굽 갈기, 높이 조절, 모양 개조 등. 염색하기, 바닥 고치기, 구두 볼 조절, 부추 통 조절, 끈 떨어진 거 꿰매기는 기본이고 강아지가 물어뜯는 흠집이 난 곳 복귀까지. 구두에 관한 한 그는 전문가다. 한평생 구두를 만지다보니 이 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만 본다고 한다. 일종의 직업병이 생긴 것이다.

“구두쟁이 눈에는 구두밖에 안보여요. 덕분에 사람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알게 됩디다”.

구두 잘 신는 비결을 물었더니, 이 씨는 “뒷굽이 닳아진 상태에서 걸으면 몸에 안 좋아요. 허리와 척추에 문제가 생깁니다”며 “구두를 오래 신고 싶으면 뒷굽 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해야한다”고 귀뜸했다.

이씨는 몇 달 전 사고로 오른손을 다쳐 수선일을 잠시 쉬고 있다. 그는 “혹시 기사를 보고 손님이 찾아올지 모른다”며 “한 두 달만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구두를 사랑하는 마음 못지않게 손님의 마음까지 챙기는 모습이 40년 동안 구두수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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