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육공동체 구축해야 교육개혁 성공”
“지역교육공동체 구축해야 교육개혁 성공”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10.18 1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윤기선 남도사랑나무 이사장

최근 “교육천국”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연구하려는 정치인, 교육계 인사들의 핀란드 방문이 늘어가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30여 년 동안 교직생활을 해 왔던 윤기선 (사)남도사랑나무 이사장도 전남지역 교육 발전을 위한 전략을 고민해 오다 최근 핀란드 교육 현장을 방문했다.

윤 이사장은 “한국과 핀란드는 자연환경, 전통과 민족성, 문화가 다르고 교육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곧바로 우리 교육에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핀란드 교육현장을 방문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공부와 성적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면 핀란드 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학생 활동 중심의 구성주의 학습’이 철저하게 실천되고 있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시민의소리>는 9월 15일부터 21일까지 7일 동안 핀란드 교육 현장을 방문한 윤 이사장을 만나, 핀란드 교육정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우리 교육정책의 문제점, 전남지역 교육발전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윤 이사장은 20여 년 동안 평교사로 일했고 전남도교육청 장학관, 교육장 등을 역임한 교육연수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윤 이사장은 정년퇴임 후 (사)남도사랑나무를 창립해 지역 인재육성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남도교육사랑 700리’를 통해 전남지역 교육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윤 이사장과 인터뷰는 13일 남도사랑나무 광주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교실혁신 통해 학생활동 중심 교육돼야”

▲ ⓒ 강성관
-. (사)남도사랑나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 (사)남도사랑나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남도인들은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다. 예를 중시하는 예향, 문향, 충절의 의향, 그리고 ‘민주화의 성지’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남도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금은 경제가 중심인 시대인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른 지역과 비교해보면 경제적 격차가 완화되기는커녕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교육격차까지 더 벌어지면 남도인들은 희망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남도사랑나무를 설립했다. 새로운 돌파구는 지역 안에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에서 활용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역할을 하기위해서 남도사랑나무를 설립했다. 새로운 희망을 교육을 통해서 심어주고 싶다.”

 

 -.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있었다. 3개월 동안 지역 교육현장을 둘러봤다. 전남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뽑는다면 무엇이 있나. 
“교육의 본질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좀 더 배우기 쉽게 가르쳐달라’는 것이 학생들의 기본적 요구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 학교가 잘못 대처하고 있다. 학생들이 알기 쉽게 가르쳐달라는 욕구에 잘못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현장을 둘러보면서 이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전남 교육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그래서 ‘학교의 과소화’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현장이 선의의 경쟁이 되지 못하고 교사 수가 부족하다. 이런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타 시도와 비교해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지역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학교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너무 심각하다. 교사들을 만나보면 학생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학생의 욕구에 학교가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수업 방식에 설명식 수업과 학생들이 스스로 발표를 하는 방식이 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칠판에 어떤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수업이 좋은지, 학생활동을 많이 시키는 수업이 좋으냐’고 물으면 거의 100%가 학생활동 수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개선되기도 했지만 아직 멀었다.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으로 완전히 전환해야한다.
학교의 과소화 문제는 전남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 문제다. 대처방안은 첫째는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해야한다. 적정한 수준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없어지는 학교도 생길 것이다. 지역민들은 싫어하는데 아이들은 좋아한다. 그런데 적정 규모의 학교 육성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도시인근의 작은 학교들은 전원학교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로 꾸며 도시에서 전학을 오도록 만들면 된다. 실제로 그렇게 한 학교들이 있다.”

-.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두고 경쟁 교육,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수월성’을 포장한 귀족학교 중심의 영재교육 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교육은 현장에서 경쟁이 심하다. 그런데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에 동감한다. 실제로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저는 경쟁과 협동을 조화 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입시위주, 귀족학교 영재교육은 말하자면 교육을 차별화시키는 것이다. 교육의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한다. 현재의 교육정책은 부자 계층, 기득권층 자녀에게 유리한 경쟁위주의 교육이 될 수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많이 만드는 것은 교육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는 것이다. 심사숙고해서 추진돼야한다. 수월성 교육은 있어야 하는데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쟁위주의 교육으로 가면 갈수록 교육은 엉망이 된다.”

“학생평가권 교사에게 전면 위임해야”

▲ ⓒ 강성관
-. 이른바 일제고사 실시 때 마다 논란이 일고 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가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교육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이른바 일제고사 실시 때 마다 논란이 일고 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가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교육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과정에서 평가는 필수적이다. 평가를 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우리처럼 부작용이 심한 평가는 안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교육개혁이 일어나야한다. 평가권을 교사에게 100% 위임할 필요가 있다. 일제고사는 교사가 평가하지 않고 교육당국이 평가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교사를 믿고 평가권을 맡기면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교사들이 정부 정책을 앞장서서 거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이 일로 교사들을 해임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너무 과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일제고사처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이전에도 일제고사가 있었는데 희망하는 학교를 표집해서 실시했다. 학교 자율에 맡겨서 평가한 것이다. 지금은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고 평가 결과가 공개되니까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 교원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실시되어야한다. 제가 학교 현장을 다니면서 물어보니 교사들은 대부분 평가에 대해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교사들은 ‘실제로 받아보니 많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교원평가 효과가 문제인데, 평가는 교원의 능력개발을 위한 것이다. 교사들에게 ‘교사들 사이에 서로 어떤 능력이 부족한지 나타나느냐’고 물었더니 ‘상호 차이가 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더 나은 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하더라. 교원평가제 취지와 효과 측면에서 그렇게 나쁜 점수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선생은 어떤 부분이 약한지 이것을 보완하는데 활용하고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실시하면 된다. 교사와 교육당국 사이에 신뢰를 갖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 이명박 정부들어 영어교육이 유난히 더 강조되고 있다. 시도교육청의 교육 예산을 분석한 결과, 학생 복지예산을 영어 교육 예산으로 사용해 비판 받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교육을 더 강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 방식 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우리는 영어교육이 많은 부분 시정됐다. 아직 교육에 쏟는 관심과 교육이 시험에 그쳐 벙어리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

말하자면 현장 활용성 높은 영어교육 쪽으로 가야한다. 전남도의 경우, 영어도 기초가 중요한데 초등 영어가 문제가 많다. 영어 전공 선생이 가르쳐야하는데 영어 교과전담교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제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주어야한다.”

-.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 교육위원회가 시도의회 한 상임위로 축소, 개편된다. 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자치 강화라는 측면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애초 교육자치법은 교육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도록 했지만 법이 개정되면 내년부터는 광역의회의 한 상임위로 역할이 축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교육위원회 감사와 지방의회 감사, 국정감사도 있다. 2학기가 되면 교육청은 각종 감사 때문에 업무에 치장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데 한편으로는 교육자치라는 측면에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이 개정된 마당에 찬반 논란을 벌이기 보다는 일단 시행해 보고 개선할 점이 있다면 개선해 가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중앙정부가 권한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자율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줘야한다. 교과부가 과감하게 지방 시도 교육감에게 권한을 상당 부분 이양해양 해야한다. 교육감이 마음대로 예산을 편성해서는 안되지만 예산편성과 집행권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해야한다. 잘못된 부분은 지방의회에서 감시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자율권이 확대돼야한다.”

“‘공부지옥’에서 해방되면 세계적 수준 될 것”

▲ ⓒ 강성관
-. 지난달 핀란드 교육현장을 둘러봤는데 가장 인상적은 무엇이었나.

-. 지난달 핀란드 교육현장을 둘러봤는데 가장 인상적은 무엇이었나.

 

"우리처럼 그렇게 공부는 안하는데 어떻게 학력은 세계1등인가가 궁금했다. 오후 3시나 4시에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원도 없다. 수업을 마치면 동아리 활동과 취미활동을 하는데 오후 6시까지만 학교에서 머물 수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경쟁력의 비결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고 왔다. 핀란드 교육에서 가장 본받아야할 점은 교육의 본질과 원리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활동 중심의 구성주의 교육’이 왜 좋은지 물어보면, ‘공부가 더 잘 된다’고 말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혹은 문제에 대해서 학생들이 답변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핀란드는 전부 그렇게 하고 있다. 학생활동 중심의 구성주의 교육 방식은, 학생 스스로가 발표를 하기 위해서 구성을 해서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스로 발표하거나 표현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산출 된다. 새로운 지식을 자기말로 구성해서 발표하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핀란드는 모든 선생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사회적 구성주의 학습’이라고 한다. 우리는 못하느냐, 우리 선생들도 상당수 하고 있다. 선생들이 결심만하면 된다. 교육청, 학교, 교장 선생이 결심하면 합리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바뀌면 ‘공부지옥’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다고 본다. 법이나 제도 개선없이,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지 않아도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 결심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왜 결심을 못한다고 보느냐.
“‘교실혁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교육복지가 철저하다. 우리는 교육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핀란드는 기본이 튼튼한 나라다.  사실 특별한 정책이 없다. 한국과 핀란드는 자연환경, 전통과 민족성, 문화가 다르고 교육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곧바로 우리 교육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핀란드 교육현장을 방문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공부와 성적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면 핀란드 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당장에 벤치마케팅은 할 수 없지만 방향은 도입하자는 것이다. 교사들이 교실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 전남교육 발전을 위한 자신만의 방안은 있나.
“지금까지 전남교육이 큰 문제점 없이 무난하게 흘러왔다. 그 중에는 장점도 있다.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서  독서운동을 전개해 성과도 있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문제점과 성과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 학생과 핀란드 학생 실력을 겨루면 크게 차이가 없다. 우리는 억지로 공부시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혁신이 필요하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세계적인 학력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교실혁신이다. 앞서 말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학생중심의 탐구적인 수업, 구성주의 학습을 도입해야한다.”

-. 교육당국과 지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서 남도사랑나무를 설립했다고 말했는데 인재육성과 교육은 학교만으로 되지 않는다. 교육이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다. 그런데 가정, 지역사회, 지자체가 삼위일체가 돼야 교육개혁을 할 수 있다. 서로 협조해야 한다. 지역교육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 핀란드가 이것을 잘 했다. 그래서 일관된 정책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역교육공동체가 구축되면 지역 교육현안을 모두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전남지역 교육의 문제점, 농촌학교의 문제점, 지역 내 교육격차 문제 등 산적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지역교육공동체 구축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 핀란드는 교육복지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교육소외계층이나 방치된 학생들이 없다. 교사와 학생, 주민들의 신뢰도가 높다. 이런 조건이 형성돼야 교육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공동체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 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