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경기장 ‘박 비어천가’ 선거법 위반
무등경기장 ‘박 비어천가’ 선거법 위반
  • 장현준 기자
  • 승인 2009.10.16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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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단체 돔구장 환영 펼침 막 내걸어 과잉충성
시민들 “내년 지방선거 겨냥한 치적 홍보” 눈살

▲ 1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기아 타이거즈 우승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지난 15일에는 무분별한 플래카드가 띄어 눈살을 찌푸렸다.

‘만세 만세 돔구장 건설! 우리들의 짱! 고맙소~이!’
‘꿈같은 돔구장 건설! 시장님 감사합니다’
‘Thank you 돔구장 건설! 짱님 감사합니다’
‘명문 기아타이거즈의 새 역사는 돔구장에서! 시장님 감사합니다’

기아와 에스케이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예정된 광주 무등 경기장에 난 데 없이 ‘박 비어천가’를 연상케 하는 펼침 막들이 나부꼈다. 광주시 장애인체육회와 광주시 체육회, 케리어 클럽, 서부클럽 등에서 일제히 박광태 시장의 돔구장 건립계획 발언에 쌍수를 들어 환영 펼침 막을 내걸 고 나선 것.

박 시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급 순위 1, 2위 정도의 대기업 건설사와 손잡고 돔구장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돔구장 건립추진 발언에 일부 단체들이 화끈하게 과잉충성으로 응대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펼침 막들은 한나절도 못돼 된서리를 맞았다.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선거 운동으로 조사에 들어가자 서둘러 철거됐다.

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시장이나 특정인을 연상케하는 문구는 선거법 위반”이라며 “경기장 관리 책임이 있는 시 체육회에 펼침 막 철거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 “유사사건의 발생을 막기 위해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집중단속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 체육회 관계자는 “돔구장 유치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펼침 막을 내걸었다”며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즉시 철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잔치 분위기에서 치러져야 할 한국시리즈가 특정 정치인의 치적을 홍보하는 장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시민 조진모(27)씨는 “박 시장이 또 현실성 없는 말만 앞세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임기동안 치적하나를 더 홍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수상하다”고 꼬집었다.

이상완(43)씨도 “광주에 필요한 야구장은 돔구장이 아니다”며 “당장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최적의 조건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천연경기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과거 새마을 운동 때나 있었던 보여주기 식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어디 부끄러워서 광주를 찾은 에스케이 팬들에게 얼굴을 들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박 시장은 지난 13일 간담회에서 “도급순위 1, 2위 정도의 대기업 건설사가 현장을 둘러보고 수익성 여부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돔구장 건립비가 4000억 원 정도 소요되며 좌석규모는 2만5천석에서 3만석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건설사가 이달 말까지 돔구장을 짓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기채로 일반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히고 “일반 야구장 건립비는 1000억 원 정도로 2만석 미만규모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7월25일 광주 무등 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10월에 야구장 신축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간자본을 통해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되 안 될 경우 일반구장으로 짓겠다는 것. 그러나 돔구장 건립을 검토하는 회사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연합뉴스>는 "한 건설회사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박 시장의 발표 내용을 듣고 현대, 삼성 등 건설사에 확인한 결과, 광주 돔구장 건립을 검토하는 회사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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