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제주도로 가족여행 한번 가봐야 하는 디...
죽기 전에 제주도로 가족여행 한번 가봐야 하는 디...
  • 나금주
  • 승인 2009.10.16 2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금주 참여자치21 운영위원

○○는 이제 겨우 중학생이된 비장애인이다. 여동생이 두 명 있다.

아버지는 비장애인이지만 지독한 알콜중독자에다 쉴새없이 가정폭력(아내와 자녀들을 때리곤 하였음)을 휘둘렀고, 어머니는 지적장애를 가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술만 취하면 고래고래 악을 쓰며 폭력을 일삼고, 어머니는 지적장애로 인해 모든 것이 서툴러서 엄마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알콜중독 아버지와 장애인 어머니, 두 여동생 둔 중학생 가장

도대체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던 이 가정에 얼마 전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그 일은 바로 말기암 판명으로 그토록 난폭하고 무절제한 삶을 살던 아버지가 병원에서 말기암 판명을 받아 얼마 못살 것 같다고 한데서 시작되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가장의 부재이후에 이 가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때마침 큰 아빠를 비롯한 친척들이 나타나서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친척들이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아버지가 그동안 모아 놓았던 돈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더 궁금해 했고,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다른 가족들은 외면하고 ○○만 형의 자식으로 입양해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모아 놓은 돈이 어디에 더 있을까?하고 엉뚱한 곳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 가족에 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도 정작 친척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필자가 근무하는 복지관에 찾아왔다.

사연인즉 이렇다.

“요즘 며칠사이에 계속 꿈자리가 사납다. 자꾸 꿈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낌새가 불안하다. 나도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죽기 전에 우리 가족이 미래에 대해 뭔가 정리하고 죽고 싶다. 그리고 가족여행도 꼭 한번 제대로 가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랴부랴 복지기관·단체·주민센터와 사례회의를 가졌다. 가장이 죽고 나면 실질적인 가장역할을 해야 하는 ○○ 이 미성년이어서 재정문제부터 가족지원에 이르기까지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자신의 큰형에게 가족지원에 대해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는 친척보다는 주민센터와 복지관, 그리고 학교선생님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관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친척이 관리할 경우 비장애아인 ○○ 는 잘 돌봐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머지 가족은 거의 방치해 버릴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그 자리에서는 결정하지 못하고 추후에 아버지가 큰형을 만나 이야기해 본 다음 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며칠 후에 아버지한테 큰형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고 연락이 왔다. 씁쓸했지만 당사자들이 결정한 이상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줄 수 밖에 없었다.

지적장애 가족위한 성년후견인제도 도입돼야

모르긴 몰라도 비장애인 중학생 아들을 제외하고는 어머니와 여동생 둘 모두가 지적장애인이어서 무관심 속에 방치 될 것이 불을 보듯 훤한데 말이다. 이때만큼 지적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성년후견인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절감한 적이 없었다. 나중에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던 제주도 마지막 가족여행은 몸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가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이 허락하면 하루 일정으로 가까운 곳이라도 꼭 한번 다녀오면 좋을텐테.....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