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시민이에요”
“청소년도 시민이에요”
  • 이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09.10.1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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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성빈이 꿈은 개그맨, 취미는 영상물 제작

▲ 중3 성빈군은 이번 한국 청소년 영상제에 ‘5월의심장’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2일 철거가 철회되는 순간까지 헐릴 위기에 있던 도청에 대한 38일간의 기록물을 출품했다.

성빈이는 중학교 3학년이다. 존칭어를 써야 할 지 반말을 써야 할 지 내게 고민을 일으킨다. 고민의 원인은 성빈이가 어린 중학생이지만 생각은 절대 어리지 않은 학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작한 영상물의 매끄러운 솜씨가 철부지 중학생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과외활동으로 영상물 제작을 배우긴 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한 것이어서 독학을 했단다. 성빈이가 영상물 제작을 하게 된 계기는 2007년 ‘아프리카’라는 인터넷 방송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2008년 ‘참교육영상제’에 ‘청소년 건강실태’라는 작품을 출품하여 입선했다.

이후 엄마가 장비를 마련해주셨고 지난 12일에 ‘한국 청소년 영상제’에서 ‘5월의 심장’ 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영상물 제작은 성빈이 혼자의 힘으로 이뤄졌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도청의 시도민대책위에 전화해서 영상물을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밝히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성빈이는 작년 5월 촛불 문화제 때 금남로에 나와 영상 작업을 하다가 도청 문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이번 ‘한국 청소년 영상제’에 출품한 작품은 9월 22일 철거가 철회되는 순간까지 헐릴 위기에 있던 도청에 대한 38일간의 기록물이다. 성빈이는 이번 영상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도 시민인데 사회 문제를 알아야 해요. 청소년들이 사회 문제를 좀 더 제대로 알게 된다면 많은 문제들이 좀 더 빨리 해결되지 않을까요?”

주변의 친구들도 성빈이처럼 도청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지 물었더니 전혀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사회문제를 인식시키는 방법은 아마 없을 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

국사 과목을 가장 좋아한다는 성빈이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뜻밖의 대답을 한다. “개그맨이요” 별로 코믹한 기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언밸런스의 맛이란 게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하여간 개그맨이 현재로선 가장 뚜렷한 꿈인 듯하다. 어울려 보이지 않는데 왜 개그맨이 되고 싶냐고 했더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직업 같단다.

이래저래 패션 디자인을 하겠다고 하는 고3 아들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취재원 이었다.
영웅은 전설이 돼가고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시대는 변함없이 필요한 일꾼을 생산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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