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당당한 세상? 피해자는 어디에?
가해자가 당당한 세상? 피해자는 어디에?
  • 조영임
  • 승인 2009.10.16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영임 광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지금 대한민국은 아동성폭력사건으로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눈이 있고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8살 난 아이를 처참하게 성폭행한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해자 처벌이 징역 12년형에 그친다니, 그 이유를 술에 취한 상태서 저지른 일이라고 정상을 참작했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성폭력 가해자 공화국 ‘대한민국’

가히 대한민국은 가해자공화국이다. 가해자가 당당한 세상, 피해자는 피해로 인한 상처와 후유증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도 배려되지 못하고 오히려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2중, 3중의 고통을 가중 받고 있음에도, 정작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책임을 져야할 가해자에게는 정상을 참작하여, 미래를 고려하여 등으로 관대한 처벌이 내려진다. 오히려 이 사건으로 상처받지 않을까? 잘못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보살핀다. 심지어 어느 순간에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해 있기도 한다.

이런 현실은 단지 성폭행 사건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장애인이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고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처리가 되면서 피해자는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상처받지 않도록 할 것인가보다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서 ’피해자는 증거마련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반면 가해자에게는 처벌이 가혹하다거나 미래를 생각하여 선처해야 한다는 등 과다한 관대함을 보여준다.

그 사이 피해자는 어디에 무슨 생각으로 있을까?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정신적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데, 거기에 가해자 중심의 사건 처리와 처벌로 인한 억울함이 다시 한 번 치를 떨게 하는 것이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처 현실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가해자들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장난이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등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부인, 축소하는 파련치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가해자의 인권, 무시될 수 없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 이전에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피해자가 사건 처리과정에서 이중, 삼중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 양형정도가 미흡하여 피해자에게 억울함으로 남아서도 안 될 것이다.

피해자는 가장먼저 보호해야할 대상

이를 위해서도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가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이 있고 이에 대한 응당한 댓가를 치러야 하며,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입힌 신체적 정신적 상처에 대한 배상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피해자는 가장 먼저 보호되고 배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 청소년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배려는 사건 발생 직후 가정 우선되어야 할 조치이다.

일상의 폭력, 학교 폭력, 차별 등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가 우리 사회의 무지와 무관심속에 2중, 3중의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