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그곳 같고…색다른 축제 어디 없소?”
“이곳이 그곳 같고…색다른 축제 어디 없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10.1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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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지역축제, 바뀌어야 산다

<목차>
①우후죽순 지역축제의 명과 암
②지역축제 탐방-연수현장을 중심으로 
③사랑받는 축제에서 답 찾자

‘가을인데 콧바람이라도 쐬러 갈까?’ 라고 고민 중인 이라면 가을 산행 아니면 가을 축제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만도 170여 개다. 바야흐로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축제’라고 치면 불꽃, 젓갈, 예술·문화, 단풍, 전어, 음악, 대하, 감, 국화, 억새·갈대, 한우, 코스모스, 인삼, 꽃까지 각양각색 소재들을 내건 축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찾았다간 시간도 돈도 버리는 불상사가 생긴다.

취향 나름이겠지만 댄스 공연, 각설이 공연, 노래자랑, 치어리더 경연대회, 요리대회, 불꽃놀이 등 판박이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괜찮은 축제를 찾는 일은 어지간해선 쉽지 않다.

기획 연재 <지역축제, 바뀌어야 산다> 이번 회에서는 지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심화연수 때 둘러본 2009인천세계도시축전과 제6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주제성과 프로그램, 운영, 홍보, 시설 등을 평가해보고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지역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세계도시축전에 ‘인천’은 없었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은 ‘지역 축제’라 부르기엔 이름부터가 너무 거창했다. 이 축전은 인천을 세계 명품도시 반열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기획된 것으로 1,36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됐다. 인천시는 성공적인 축전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3년 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 인천은 2020년 자유무역지구 완공과 맞춰 국내외 자본 투자와 홍보를 위해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진행중이다. 현재 송도 지구는 의약품 단지, 교육 단지, 주거 복합 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대대적인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이 축전은 ‘내일을 밝히다’(Lightening Tomorrow)-80일간의 미래도시 이야기’라는 주제로 지난 8월 7일 개막해 오는 10월 25일까지(80일간) 열릴 예정이다.

주행사장은 송도국제도시 3공구에 24만 7천㎡ 규모로 조성됐으며, 송도 컨벤시아, 투모로우시티, 도시계획관, 센트럴파크 등이 부대행사장으로 쓰이고 있고 국내외 유명 전시와 이벤트, 컨퍼런스 등 총 68개 프로그램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탓인지 전시 공간은 행사 취지에 맞게 잘 갖춰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여러 구설에 올랐다.

2010년 개최 예정인 중국 상하이엑스포로 몰리는 세계적 관심을 한국으로 나누기 위해 국제 규모 행사를 급조했다는 것. 애초 계획과 달리 박람회로 치러져야 했기 때문에 상업적인 행사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 세계도시축전 상설 무대에서 세계 각국의 춤과 노래 공연이 선보였지만,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의 객석이 빈 가운데 외국인 무용수들이 라틴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행사 관계자는 “두바이도 전 세계의 자본투자를 겨냥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인천도 2020년 자유무역지구의 완공과 맞추어 선진 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성장 동력이 되는 도시로서의 역할과 수행성과를 점검하기 위한 행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부득이하게 참가하는 도시 수가 줄고, 외교적 문제를 피하다보니 축제의 목표와 취지 등에 혼선을 빚게 돼 전혀 다른 행사가 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2009인천국제도시축전…디지털첨단 이미지 생경해

도시축전에서 부각하고자 했던 미래도시의 모습이 최첨단 시스템의 편의성만 강조되었을 뿐, 인간적인 삶과의 연계성이 부족했으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과연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또는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인가’라는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미래도시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메시지로 전달하겠다는 것이 축제 목적이었지만 너무 디지털적인 측면만 강조해 인간미와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고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래의 첨단화된 인천의 모습만 강조하다 보니 인천 고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활용 돋보여

청주 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6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지난달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만남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66억 원에 이르는 예산으로 공예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세계 최고 수준의 비엔날레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사업 초기 “왜 청주에서 공예비엔날레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 “디테일한 주제가 아닌 광범위한 주제 설정으로 몇 회에 그치고 마는 축제가 될 것”이라는 걱정도 뒤따랐다.
한때 공예비엔날레는 전면 폐지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03년 제3회 비엔날레가 치러진 이후 그 해 지자체가 계획하고 있던 항공 엑스포와 인쇄출판 박람회 개최와 맞물려 대규모 행사 축소 여론이 인 것. 다행히 “공예비엔날레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시민 공청회 결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일정 정도 지역민들의 기대와 호응을 얻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공예비엔날레는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와 행사 관련기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회가 더할수록 새로운 기획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도자·목칠·금속·섬유·유리 등 공예분야 뿐 아니라 공예적 가치를 표현하는 28개국 25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내세울 거리는 안동, 전주, 영암, 경기도 등지에도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전시관과 판매관이 있지만 청주 공예관은 한 달 1,500만 원. 한해 5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공예품의 도시로 브랜드화 되고 있다는 것.

▲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장 근처 공예관의 작품들. 이 곳은 한 달 1,500만 원, 한해 5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청주가 공예의 도시로 브랜드화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매장 관리 인력이나 상품의 지역 내 생산 및 유통이 가능하고 비엔날레를 기획하는 데도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지역 밀착형 연결점 찾아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청주의 지역산업에 공예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공예가 장기적인 지역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엔날레 전시관 내부를 들여다보면 작품 대부분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예작품이라기보다는 순수예술적인 작품들이 많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작품 관련 용어들도 전문적이라 대중성이 모자랐다는 평가다.

예술품에 대한 충분한 해설이 필요하지만, 단체 관람객이 아닌 개인 관람객에게 전시 작품을 설명해 주는 데는 해설요원이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큐레이터들의 전문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용어 사용에 대한 소양교육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공예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한 이슈 제기 및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청주의 역사적 기억이 녹아있고 다양한 문화·생태적 환경과 소통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청주 상당산성, 시청, 재래시장 등지에 전시되거나 참여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워크숍 등 프로그램은 돋보였다.

또 시민들에게 친밀한 체육관을 꾸며 활용하는 모습도 살갑게 비춰졌다. 웬만한 전시관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된 구성이 돋보였다.

▲ 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장은 시민에게 친밀한 체육관을 꾸며 품격 있는 전시관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비용의 절감 효과뿐 아니라 시민에게 편한 문화 행사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이는 박람회나 비엔날레가 치러질 때 드는 물리적 준비 비용의 절감 효과뿐 아니라 답답하고 틀에 박힌 비엔날레가 아닌 시민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문화 행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총괄팀장은 “지역에서도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 전시와 퀄리티 높은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며 “공예하면 청주, 청주하면 공예를 떠올리고 1년 내내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비엔날레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축제의 가치가 예산의 규모나 방문객들의 숫자와 비례하진 않는다.

행사 준비나 기간 중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축제가 끝난 후 지역 문화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방문객들의 접근성은 좋았는지, 먹을거리나 축제 상품·편의시설은 만족스러웠는지, 외국인 관광객의 수용태세는 어땠는지, 숙박 및 연계 관광에 불편함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다면 그 곳이 또 찾고 싶은 축제인지 아닌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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