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과목 줄인다고 교육문제 해결되나
수능 과목 줄인다고 교육문제 해결되나
  • 이봉주
  • 승인 2009.10.12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봉주 조선대 물리학과 교수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하여 대통령까지 수능과목을 축소하여 대학을 진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01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부터 응시과목을 지금보다 2과목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문과는 8과목에서 6과목으로, 이과는 7과목에서 5과목으로 하자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많은 과목수를 공부하느라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은 몇 과목의 점수만으로 살아지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수능을 보지 않는 과목들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더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을 보지 않는 과목은 줄줄이 없애고들 있다고 한다. 그런 과목을 공부시키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마치 자본주의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가벼운 지식이라는 짐과 최소한의 시간을 칼처럼 손에 쥐고 막무가내 뛰라는 말과 같다. 중요한 것은, 말초신경적인 반응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라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사고력과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수능과목수를 줄이면 학원에서 배우는 과목이 그만큼 줄어드니까 사교육비도 절감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발상은 일 미터 앞밖에 내다보지 못하는 눈먼 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학부모들의 등골이 휠 정도로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라면 좀 더 현실적이고 미래적인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기초 과목 배우는 것이 시간낭비?

‘공부는 꼭 필요한 것만 시켜서 대학에 진학하게 하고, 회사에 취업하여 좋은 제품 많이 만들어서 우리나라 제품이 국제경쟁력만 갖춘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좋은 제품 만들어서 외국수출이 잘되니까 외화획득은 물론이요, 물건 많이 팔리니까 고용창출이 일어나고, 그러니까 대학만 졸업하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이라는 소리 듣지 않고 삼팔선(38세 정년),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 라는 단어만 들어도 뜨끔 하는 구조조정이 없으니까 안심하고 직장 다닐 수 있고 얼마나 좋겠는가.

반대로 외국제품은 질이 떨어져 국내에서 안 팔리니까 외화유출 안되지, 외화는 국내은행에 쌓이니까 쌓인 돈으로 해외 알짜기업 인수하고 원천 기술 등을 확보하니 로열티 지급 않지, 곳간에는 돈이 가득 쌓이니까 선진국진입은 시간문제 아니겠는가.’

이런 상상을 몇 년 전 어떤 기업체 회장이 공석에서 말한 적이 있다. 우리 한국 기술력은 일본보다 뒤처지고 중국은 따라붙는다고 하여 흔히 ‘샌드위치’에 비유되곤 한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두 국가에 치여서 헤어나기 힘들다는 위기위식을 강조하고자 함일 것이다. 이런 우려들이 바로 지금의 교육정책이 만들어낸 괴물일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미 예감되었던 괴물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젠 그런 괴물들의 등장마저도 시큰둥해져 아이들은 더 엽기적이고 감각적인 일들만 궁리하고 있다. 이 모두가 즉흥적이고 짧은 안목밖에 갖추지 못한 이들의 책임 아니겠는가.

단기처방보다 근본대책 수립해야 

그러나 교과부 관료들은 수능과목을 축소한다느니, 한 과목 잘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느니 하다 보니까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고자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과목 중의 하나인 미분 적분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대학에 들어와서 수업을 듣는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따로 학생들을 모아놓고 기초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미봉책으로만 땜질을 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확립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줄곧 주장을 해왔듯이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는 본고사 도입이라든가, 현재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인문계 진학과 실업계 진학으로 나누듯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 앞당겨 제도를 시행하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어려운 공부를 계속하고자 하는 사람은 뒤처지지 않도록 계속 공부를 해야 할 것이고, 전문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기술연마에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는 결과로, 이론 그룹과 실무 그룹이 균형을 이루면서 맡은 분야에 최선을 다한다면, 선진국 진입은 훨씬 앞당겨 질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실업계 학교를 졸업했다고 하여 인문계 졸업자에 비해서 차등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