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올레길 천년 숲길을 가다
해남의 올레길 천년 숲길을 가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10.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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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사자봉~달마산 도솔봉
1000년전 길이 열렸던 땅끝 사자봉~달마 도솔봉 8km 오솔길이 최근 다시 정비돼 원시적인 모습을 공개하고 나섰다. (정상 봉우리서 본 송지 통호마을)

태초의 숲이 문을 열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 그 숲이 사람을 맞이하며 꽁꽁 숨겨뒀던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나섰다.

땅끝에서 달마산 도솔봉으로 이어진 숲길. 오솔길이면서도 등산로인 이 숲길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숲답게 원시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숲길은 해남군이 땅끝에서 미황사에 이르는 옛길을 복원코자 희망근로를 투입해 완성한 숲 오솔길이다. 순례객들에겐 아름다운 땅끝 경관을, 군민들에게는 산책코스를 제공코자 조성된 이 숲길은 백두대간이 마지막으로 용트림한 땅끝기맥으로도 알려져 있다.

땅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키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희망과 소망을 충전할 코스로도 명명된 태초의 숲길.

1000년 전 어느 날 땅끝 사자포에 이상한 배가 나타났다. 불상과 불경을 싣고. 불상과 불경은 황금빛이 나는 황소에 실려 천년의 숲길을 지나 미황사에 이르렀다. 천년 전 열렸던 그 길은 숱한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산 속에 오롯이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고개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찾아온 문명은 그 숲길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냈고 그리고 숲길은 잊혀진 과거가 되었다. 그 과거의 고개가 다시 얼굴을 내민 것이다.

수북이 쌓인 나뭇잎이 오솔길을 덮고 하늘까지 가린 숲 터널이 끝없이 이어진 길. 인적이라고는 없는 이 숲길의 숨결을 가장 잘 느끼려면 땅끝이 아닌 달마산 도솔봉 중계탑 조금 아래에서 출발해야 한다. 도솔봉에서 땅끝까지 8km거리는 오르막이 별로 없는 숲 산책로이다. 힘들지 않는 오르막을 오르내리면서도 수개의 봉우리를 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또한 산책로이면서 바위를 오르내리는 맛도 있고 소나무 군락과 참나무, 소사 군락지 등 변화가 있어 더 좋다.

길이 좁아 혼자서 걸어야 할 오솔길. 나무터널을 건너니 시원하게 열린 하늘이 보인다. 정상의 바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송지 통호리 앞바다와 완도의 작은 섬들. 이곳에서 힘찬 쉼 호흡을 내뱉고 다시 걸으니 달마산 줄기 중 가장 명당이라는 십자혈이 나온다. 십자혈에는 서로 앞다퉈가며 조성한 무덤들이 즐비하다. 십자혈에서 봉우리 하나를 더 넘으면 땅끝테마파크. 이곳부터는 땅끝 전망대에 이른 숲길이 조성돼 있다. 깔끔히 단장된 이곳 오솔길은 바닷가 자갈밭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장관이다.

도솔봉에서 테마파크까지는 넉넉잡아 3시간, 테마파크에서 땅끝마을까지는 1시간이면 족한 코스다.

물 한 병, 김밥 한 줄이면 먹거리 준비는 끝. 애써 빨리 가려 힘들일 필요 없이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길.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로 산 정상에 놓인 길을 걷는 맛. 서해와 남해바다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천년의 숲길. 제주도에 올레가 있다면 해남엔 땅끝기맥인 천년의 숲길이 우리를 맞고 있다. /박영자 해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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