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농사지은 죄밖에 없다”
“열심히 농사지은 죄밖에 없다”
  • 정영대·김경대기자
  • 승인 2009.10.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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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현재, 광주전남 9개시·군 13개 농협 RPC 봉쇄
“생산비 늘고 가격은 내리고 수확은 줄고” 삼중고

벼 수확기 광주전남지역 농심(農心)이 심상찮다. 일년 내 고생해 키운 피붙이 같은 나락을 갈아엎는가 하면 농협 RPC 입구를 전면봉쇄 했다. 여차하면 나락 야적투쟁까지 벌일 태세다.

▲ 강진군 농민회가 농민대회를 열어 쌀값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제공 강진군민신문
9일 현재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벼논 3,300㎡를 갈아엎고 나주(4), 무안(2), 광주, 순천, 보성, 장흥, 함평, 담양, 강진 등 9개 시·군 13개 농협 RPC의 출입이 전면봉쇄 됐다. 강진군에서는 농민 8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쌀값보장’을 촉구하는 농민대회가 열렸다.

강광석 강진군 농민회 정책실장은 “올해 장마가 길어 생산비는 늘고 수확량은 줄고 가격은 하염없이 내려 농민들이 삼중고로 죽을 맛”이라며 “정부가 즉각적으로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고 법제화라도 해서 쌀 가격하락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업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도 소득보전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생각”이라며 “강진군에 25억 원의 보전금을, 강진농협에는 40㎏ 조곡 한 가마당 5만8천원에 수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농 광주시 농민회는 지난 8일 오전 광산구 본량동 풍숙마을 앞 통일 쌀 경작지에서 ‘쌀값 적정가격 보장’을 요구하며 2,300㎡의 벼논을 갈아엎었다.

농민들은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민간 대북지원이 전면중단 된데다 쌀 수매량까지 줄어든 마당에 팔지도 주지도 못할 나락을 키워서 뭣하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농민 오종뢰(45)씨는 “쌀값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정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며 “오죽하면 자식같이 키운 나락을 제 손으로 갈아엎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 나주시 농민회가 나락 500킬로그램을 길거리에 쏟아부으며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또 “농민들은 피땀 흘려 열심히 농사를 지은 죄밖에 없다”며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대북지원을 즉각 재개하고 쌀 직불금 목표가격을 2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사)한국농업경영인 전라남도 연합회도 지난달 28일 나주시 남평읍 교원리에서 트랙터 두 대를 동원해 1000㎡의 나락을 파쇄 했다.

민주노동당 전남지역 광역·기초의원들도 ‘쌀값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농민들의 투쟁을 지원했다. 고송자, 정우태 전남도의원과 이보라미 영암군의원 김상일 여수시의원 등 4명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됐다.

▲ 민주노동당 지방의원단이 국회 정론관 앞 계단에서 쌀값폭락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우태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항의표시로 삭발에 들어갔다가 이를 저지하는 국회경위와 몸싸움 끝에 이마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들은 “재고미로 인한 쌀값 폭락으로 농민 뿐 아니라 농협도 적자누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전남지역에서는 농협 RPC의 쌀 출하를 중단하는 등 자칫 쌀 유통시장마저 붕괴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또 “쌀 목표가격이 폭등하는 농업생산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시장가격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며 “쌀 목표가격을 21만원으로 인상하고 공공비축 물량을 58만t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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