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6개 지역 축제 중 성공은 열 손가락
1,176개 지역 축제 중 성공은 열 손가락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09.30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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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지역축제, 바뀌어야 산다

<편집자주>
비슷한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담겨 포장지만 다르게 싸여진 지역축제 종합선물세트가 넘쳐나고 있다. 지역성도 특이성도 잃어버리고 더불어 관람객들의 호응도까지 추락하는 축제를 통폐합하려는 움직임도 괜한 현상이 아니다. <시민의소리>는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대상사와 함께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관한 전문연수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제6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제29회 금산인삼축제 등 지역 축제 현장 세 곳을 둘러봤다. 연수 현장을 중심으로 향후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본다.

<목차>
①우후죽순 지역축제의 명과 암
②지역축제 탐방-연수현장을 중심으로 
③사랑받는 축제에서 답 찾자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풍성한 관광 함평을 만들기 위한 목표로 2004년부터 시작된 함평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국화에 가을 곤충을 부가해 특화시켰다.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올해 문광부 지정 최우수축제에 선정돼 3억 원의 예산 지원받은 바 있다.

축제의 계절이 왔다.

때가 되면 의례적으로 도톰한 잠바를 꺼내 입고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 떠나는 단풍놀이가 아니더라도, 선선한 바람을 따라 가다 보면 몸과 마음마저 풍성하게 해주는 지역축제가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국화나 코스모스, 갈대, 억새, 노을 같은 자연물을 앞세운 축제뿐 아니라 독서의 계절답게 책과 인문 문화를 주제로 한 지역축제, 또 전어, 대하, 메밀, 송이버섯, 사과, 복숭아, 밤 등 지역 특산물이 등장하는 축제 등 종류도 규모도 각양각색인 지역축제가 10월부터 연말까지 200여 곳 이상에서 열린다.

신종 플루 영향으로 가을 축제 방문객 급감

그러나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살아있던 축제를 죽이기도 하고, 죽이기로 했던 축제를 별안간 살려내며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다.

▲ 나주 영산강문화축제는 ‘인간에게 가장 건강하고 유익한 전통문화-영산강 문화’라는 캐치 프레이를 내걸었다. 21세기 역사문화 관광시대를 맞아 나주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기로 한 축제는 신종 플루 여파로 취소됐다.

축제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수가 축제의 성패와 직결되는 탓에 신종 플루로 인한 지역축제의 연기나 취소 결정은 상당한 혼선을 불러왔다.

1년 혹은 2, 3년 기획하고 준비한 지역 축제가 정부부처의 판단에 맞닥뜨려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축제는 아직까지 지역에 있는 특산품을 홍보하거나, 지역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유효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 자원에 조금의 가치를 덧붙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효과가 지자체들이 손 뗄 수 없는 나름의 이유라면 이유다.

최근 5년 지역축제 붐이 낳은 부작용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개최되고 있는 크고 작은 지역 축제만도 연간 1,176여 개(2006년 기준)에 이른다. 지역이미지 홍보와 지역 이익기회 창출 수단으로 최근 4~5년 사이 지방박람회와 지역축제가 활성화 되면서 생겨난 결과다.

94년 이후에 생겨난 축제가 현재 존재하는 축제의 50%를 초과하는 등 단기간의 급격한 양적 증가로 지역축제 붐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지방박람회와 지역축제 프로젝트의 기획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못하는 데에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2007)한「문화관광축제 변화와 성과(1996∼2006)」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지역 축제 방문객 수는 312만9천명에서 3,247만1천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고, 경제적 효과도 148억 원에서 1조 171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정부의 축제지원액도 2억5100만원에서 25억2800만원으로 10배 이상 올랐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축제는 유형별로 ▲전통민속문화축제(강원정선아리랑제, 강원망월제,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민속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밀양아리랑대축제, 밀양오북놀이, 강릉단오제, 창녕군영산면영산쇠머리대기, 여주도자기축제 ▲역사축제(강원도단종문화제, 대야문화제, 통영한산대첩축제, 남해이충무공노량해전승첩제 ▲예술축제(서울드럼페스티벌, 복사골문화재체험, 청주예술제) ▲관광축제(대관령눈꽃축제, 경기명성산억새꽃축제, 포항국제불빛축제, 충남안면도꽃박람회) ▲특산물축제(강원고성명태축제, 강원용대리황태축제, 경기퇴촌토마토축제, 청송문화사과축제, 영동포도축제, 이천도자기축제)로 나뉜다.

이중 문화관광부 지정 2009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축제는 총 57개로 △대표축제에 안동탈춤축제 등 1개(축제당 지원액 5억8천만원) △최우수축제에 함평나비축제 등 8개(축제당 지원액 3억원) △우수축제에 화천산천어축제 등 9개(1억5천만원) △유망축제에 부산자갈치축제 등 17개(7천만원) △예비축제에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등 21개(3천만원)이다.

▲보성은 보성군민의 화합 도모 및 지역의 문화와 특산물을 홍보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수입 증대에 일조하고자 ‘문학과 갯벌이 하나되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제7회 꼬막축제(10월 29일-11월 8일)를 개최할 예정에 있다.

지역민과 관광객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한 해 개최되는 지역축제는 1천개를 훌쩍 넘어섰지만, 소재의 특이성, 정체성, 발전가능성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호응이 좋아 성공한 축제는 금산인삼축제, 이천도자기축제, 안동국제춤페스티발, 보령머드축제 등 불과 10여개뿐인 것이 현실이다. 

▲전남도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명량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명량대첩축제를 열고 해전재연, 강강술래, 씻김굿, 만가행렬, 명량 21품 마당놀이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한해 동안 전국에서 열리는 이순신 관련 축제는 아산성웅축제, 부안해넘이축제, 여수거북선축제, 진해ㆍ통영ㆍ고성ㆍ남해 등지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 등 약 10여개에 이른다.
축제 수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비례해 관광연계프로그램, 관광숙박시설, 축제지역교통의 접근성, 화장실, 휴식 공간 등 손님맞이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커지고 있는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관광객 수용을 위한 외국인 방문객 편의를 위해 외국어 안내서를 제공하거나 통역 서비스 확대 등의 노력들은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모든 자원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축제 기획에서 운영, 그리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국내외 홍보, 관광상품개발, 재원확보에 이르기까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의 노력은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느 축제나 이름만 다를 뿐 내용 구성이 비슷하다. 또 ‘상부 하달식 축제 거행’ 즉 행정주도로 강제된 축제에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며 “이외에도 지나친 상업주의와 먹자판의 모양새나 문화·예술의 지나친 상품화와 화석화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관람객 수 집착보다 지역문화 이해 높여야

지역마다 고유의 특성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줍은 흉내나 모방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일회성 이벤트 행사는 다시 참여하고 싶지 않은 축제로 인식되고, 그렇기 때문에 재방문율이 낮아지고 지역민이나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잊히고 마는 그야말로 ‘망한’ 축제가 돼버리고 만다.

류 위원은 “지역 주민의 해당 축제에 대한 이해와 주민의 문화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축제, 축제를 매개로 한 외부 관람객과 내부인의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축제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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